[사설] 한반도 평화 막히면 돌아서 가라 -남북 정상 지난해 선언 실천의지 보여야
[한국정경신문=김재성 주필] 막히면 돌아서 가라.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 교류마저 교착상태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남북한 당국에 권하고 싶은 말이다. 종전선언 북미수교 등 북미 회담과 한 묶음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겠다는 애초의 구상이 지금으로서는 앞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확실하게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제재 해제는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역시 며칠 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연말까지 미국의 조치를 기다려 보겠다며 짐짓 여유를 부렸다.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 모두에게 절실한 문제다. 북한이 우리에게 “당사자 입장에 서지 않는다”며 무례한 언사로 불만을 표시하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소견 짧은 처사다. 북한이 알면서도 한 말이겠지만 이 문제에 관한 한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으며 남한은 종속변수인 것은 어쩔 수없는 현실이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으로 보나 미국이라는 나라의 속성으로 봐도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는 미국의 이익과 안전, 작게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확실히 유리하다는 판단이 설 때 비로소 움직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것을 충족시켜 줄 아무런 수단이 없다.
그래서 막히면 돌아가라고 하는 것이다. 열쇠를 쥐고 있는 쪽에서 의지가 보이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침 비무장 지대(DMZ)에서 남북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합동공연을 펼치는 문화교류의 장으로 활용하자는 신선한 제안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 14회 제주포럼’에서 나온 발상이다.
이 날 토론에 참가한 유동근 한국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 이사장은 “이질적인 사회에 살고 있는 남과 북을 통합하는 힘은 문화, 무엇보다 공감대가 큰 대중문화에 있다”며 “DMZ에서 남과 북의 대중가수를 비롯한 문화인들이 만나 함께 공연한다면 한반도 평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토론에 참여한 도종환 전 문화부장관도 지난 해 평창 겨울 올림픽을 예로 들며 “남북이 스포츠로 하나가 돼 화해와 평화의 길을 열었다”며 DMZ 문화공연에 적극성을 보였다.
우리는 이 아이디어가 현 시점에서 남북한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해 김정은 트럼프 회담을 비롯한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평화선언도 평창의 ‘겨울 올림픽’이 계기가 되지 않았는가?
문화공연 외에도 대북 제재와 상관없는 민간차원의 교류 통로는 많다. 그동안 고건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끄는 북한 나무심어주기 운동 등 분야별 교류는 남북 간 벽을 허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정부는 여기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이런저런 참견을 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보이지 않게 적극적으로 도우면서 더 활발한 민간교류를 이끌어야 한다.
지난해 남과 북은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화해와 평화를 다짐했다. 특히 4월 27일, 세계가 숨죽이며 귀를 기울이는 가운데 간간이 새소리만 들리는 두 정상의 도보의 다리 밀담은 세기의 명장면이었다.
그 뿐인가? 문 대통령은 9월 19일 저녁 평양시민 앞에서 “우리는 5천년 함께 살고 70년 헤어져 살았다. 우리민족은 평화를 사랑한다. 우리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 는 세기의 명언을 남겼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8천만 겨레의 손을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장면은 누구도 상상할 없었던 기적이었다. 이 날 8천만 민족은 감격했다. TV화면에 비치는 평양시민의 모습도 흔히 봤던 기계적인 함성과 박수가 아닌 진정으로 벅차오르는 감동을 읽을 수 있었다.
남북한 두 지도자는 이 날의 감격을 한 순간의 깜짝 쇼로 끝내서는 안 된다. 8천만 민족과 세계가 주목하는 앞에서의 역사적인 선언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선언을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북미회담에만 매달리다가 결렬되면 그것으로 그만이어서는 그 날의 선언에 대한 약속 위배다. 감격에 대한 배신이다. 그래서 막히면 돌아서라도 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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