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군수공장으로 간 까닭은?


<칼럼>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동엽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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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3  11: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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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있었던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가 자못 공세적이고 대범하다.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비행훈련과 신창양어장을 시작으로 군사와 인민경제 분야 현지지도를 병행하며 안보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잡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년여 이상 보이지 않았던 군사훈련 공개 활동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5월 4일은 동쪽에서 5월 9일에는 서쪽에서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 그리고 23일 만에 군수공장 등을 찾으며 활동을 재개했다.
무기공장 혹은 민수공장?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자강도 일대의 4개의 공장과 평남의 1개 공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연이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찾았다는 5개 공장은 모두 북한의 대표적인 군수공장이다. 이곳이 지금까지 무엇을 생산하는 곳이었는지를 살펴보면 사실 어마어마하다.
강계뜨락또르종합공장(제26호공장)은 다양한 포탄과 폭탄, 방사포탄, 미사일 탄두, 기뢰, 어뢰 등 다양한 무기를 만드는 곳으로 북한 군사무기의 절반이 나온다고 할 만큼 핵심 군수공장이다. 2.8기계종합공장(65호공장)은 주로 권총, 소총, 기관총, 고사총 등 개인화기를 주로 생산하는 곳이다. 북한 최초의 군수공장으로 1949년 김일성 주석이 현지지도하며 북한군수산업의 모체로 이후 여러 군수공장들이 이곳에서 분리되었다.
함께 현지지도한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93호공장)도 2.8기계종합공장에서 분리된 공장으로 주로 소구경 탄약류를 생산하지만 북한군 수요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자강공작기계공장은 미사일 생산과 관련된 제26호공장의 분공장으로 장자강 유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평양 산음동 미사일 개발단지에 필요한 신형 미사일 부품을 생산 공급하는 핵심공장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평남기계종합공장은 평남 개천에 위치한 1월18일기계공장과 동일한 곳으로 보인다. 이곳은 엔진을 주로 만드는 공장으로 과거 김일성이 공화국에서 가장 멋쟁이 공장이라고 할 만큼 일찍부터 현대화된 곳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거의 매년 방문한 곳으로 로봇, CNC(컴퓨터수치제어) 등 자동화, 무인화의 대표적인 공장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틀 동안 소화기, 포에서 미사일까지 다양한 무기 생산 공장을 두루 돌아보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군사력 건설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또 현 상황에서 여차하면 다시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대미 압박의 메시지로도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보도 내용이나 공개한 사진만을 놓고 보면 김 위원장이 찾았다는 5개의 공장들이 군수공장이 아닌 일반 민수공장처럼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북한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어디에도 군수공업이니 무기니 하는 단어를 찾아 볼 수가 없다. 강계뜨락또르종합공장 기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 경제와 국방력 강화에 절실히 이바지하는 성능 높은 기계설비들을 마음먹은 대로 생산하고 있는데 대해 높이 평가하시였다”고 단 한차례 국방력이란 단어가 나온다. 그게 전부이다. 이것도 북한의 속임수로 봐야할까?
북한 군수산업의 민수화와 북한군의 경제적 역할 확대
물론 기사에 군사와 관련된 내용이 없고 사진에도 무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군수공장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북한이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과 2.8기계종합공장 관련 보도에서는 생산과정에 나오는 각종 부산물과 페기물들을 모두 회수하여 재자원화하는 사업과 유휴자재들을 이용해 여러 가지 쓸모 있는 제품들을 만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여전히 공장의 주생산품은 무기이고 부산물로 인민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장자강공작기계공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이바지할 최신식 기계제품들을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고 지시하고 특히 여기서 만든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스키장에 놓을 새 ‘끌림식삭도’(케이블카)와 감자가루생산 설비에 만족을 표시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2.8기계종합공장에서도 “생활필수품 생산을 정성화해 가짓수를 늘리고 질을 높여야 한다”며 “당이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취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평남기계종합공장에 대해서는 “인민경제발전에서 대단히 중요한 몫을 맡아하는 공장”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오히려 군수공업보다는 인민경제 발전과 관련된 부분을 부각시키며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김정은 시기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군의 위상 및 역할 변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2018년 4월 20일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을 종료하고 “당과 국가의 전반사업을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지향시키고 모든 힘을 총집중할 것”이라고 선언한 이후 북한군의 경제적 역할이 급속히 증대하고 있다. 경제건설총력 집중으로 전환 후 군에서는 당의 전략노선변화를 성공시키기 위한 군사분야의 경제발전 지원이 핵심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북한은 이미 2016년 제7차 당대회를 앞둔 2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선인민군위원회 연합회의 확대회의’에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공동구호」 362개를 발표하면서 “국방공업부문이 경제강국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적극 이바지하라!”는 정치군사분야 구호를 포함시켰다.
실제 양덕군 온천지구 건설현장,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단천호 발전소 건설 등에 군병력이 투입되어 북한군의 경제건설 책임이 증대하였다. 심지어 김정은 위원장 지시로 함북 경성 중평리에 위치한 군용비행장에 대단위 채소 온실농장을 군이 직접 건설하여 제공하기까지 하였다. 2019년 신년사에서는 2018년에 군수공업부문에서는 “여러 가지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추동하였습니다”고 평가하였다. 이는 북한에서 군수산업이 인민경제와 민수분야에 종속된 놀라운 일이다.
북한식 국방개혁과 체질개선
지금 이 시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군수공장을 찾은 것을 두고 군사적 행보의 재개이니 미국을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것이니 하는 분석이 과연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군수공장을 돌아보고 무기생산에 대한 최고지도자의 관심 표명이기도 하겠지만 이번 현지지도는 지난 해 4월 병진노선을 내려놓고 경제에 매진하겠다고 결정한 이후 1년간 진행된 군수공장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평남기계종합공장 현지지도 관련 보도에서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전원회의 사상과 정신을 높이 받들고 당에서 구상한 1단계 공장개건현대화”를 끝내고 2단계 현대화에 들어갈 것을 언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군수산업의 민수화 전환을 직접 점검하고 독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 상황에 개의치 않은 대단히 자신감 넘치는 ‘마이 웨이(My way)’다.
이러한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가 결국 제재의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에게 제재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군수공장에서 민수품을 생산하는 것을 전적으로 제재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내부적 변화가 김정은 정권의 정책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북한의 경제상황은 외부 지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자원의 효율적인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부터 지속되어온 과도한 군사우선주의를 어떻게 부작용 없이 탈피하면서 군의 경제적 역할을 증대할 것인가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김정일 시기를 거쳐 오는 동안 체질화된 과도한 군사중심주의는 김정은 정권에게 장기적 관점에서 오히려 불안정성을 높이는 중요한 위협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김정은 정권이 생존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비대해진 군을 어떻게 틀어쥐고 변화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에 집중한다고 해서 군사문제를 소홀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이미 완성해 놓은 핵무력에만 의존하고 재래식 군사력 증강이나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 동서쪽에서 실시한 포병훈련에서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300미리, 240미리 방사포, 152미리 신형 자주포는 북한판 재래식 응징보복체계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비핵화를 하더라도 선택적 재래식 군사력의 효율적 강화로 자위권을 확보하는 ‘북한식 국방개혁’을 지속해 추진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국방비 연47조에 매년 7~8% 증액해 나가며 추진하겠다는 우리의 국방개혁 2.0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증이 더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변화하면 우리도 변해야 한다. 아니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해군사관학교 경영과학 학사(OR)
국방대학교 국제관계 석사(안전보장학)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박사(군사안보전공)
현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및 정외과 조교수(박사주임교수), 북한연구학회 이사,
한반도평화포럼 안보센터장, 국방부/통일부/연합사 자문위원,
예) 해군중령 (2011년 8월 19일 전역 / 군 근무20년)
- 국방부 북핵WMD담당, 대북정책기획담당, 대북협력정책담당
- 남북군사회담 10여회 참가(2007~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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