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들 왜 이러나...헌법재판소 비난 점입가경

 헌재 앞에 또 몰려가 항의한 친윤계 의원들 36명... '존폐'까지 언급하며 겁박

25.02.17 16:29l최종 업데이트 25.02.17 18:58l 글: 곽우신(gorapakr) 사진: 이정민(gayon)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기자회견 및 헌재 사무처장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사법 체계 파괴하는 문형배는 사퇴하라!"

"대한민국 법치 파괴 헌법재판소 각성하라!"

헌법재판소 앞에 모인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구호를 외쳤다. 헌법재판소를 향한 국민의힘의 공격이 연일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헌법재판소의 '존폐' 여부까지 따져 묻더니, 사실상 겁박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변론 기일이 막바지를 향해 가는 가운데, 친윤석열계 의원들은 이처럼 지도부의 묵인 아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헌법재판소를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도를 지나쳤다는 당 안팎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이다.

17일 오후 친윤계 국민의힘 국회의원 36명이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 모였다. 김기현 국회의원은 "우리는 오늘 부당하고 편향된 헌법재판소의 행태를 규탄하고, 차가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일 길거리와 광장에서 헌재의 부당함을 외치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를 찾아왔다"라고 입을 열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기자회견 및 헌재 사무처장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마이크를 잡은 그는 "도대체 이렇게 편향되고 불공정한 재판은 일찍이 보지 못했다"라며 "이렇게 헌법적 가치를 흔들며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리는 헌법재판소가 또 있을까 싶다"라고 비난했다. "오죽하면 헌재의 반역사적·반헌법적 행태를 보다 못해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라는 목소리가 법조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정작 탄핵해야 할 대상은 헌법재판소'라고 하는 국민적 목소리까지 나오겠느냐?"라고도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절대 다수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과 국정 혼란을 목적으로 마구잡이로 내지른 '아니면 말고'식 탄핵 소추 사건에 대하여,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보여준 가히 악행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편향성과 불공정, 무능과 졸속은 국민적 공분을 초래하고야 말았다"라고 공격했다. 특히 "헌재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에서 대통령 측 변호인과 아무런 협의 없이 8번의 따발총식 변론 기일을 일방적으로 지정하였고, 민주당과 마치 약속 대련이라도 하듯 탄핵 소추서의 핵심이었던 내란죄 철회를 유도했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길거리 잡범에 대한 판결도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하지는 않는다"라며 "최근에는 탄핵의 트리거라고 알려졌던 이른바 체포 명단 메모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증인들의 말 바꾸기와 거짓 진술, 심지어 민주당의 증인 회유설까지 등장했다"라고 빌미를 잡았다.

결국 "오염된 증거, 회유로 만들어진 거짓 증거에 대한 진위를 가리는 것이 순리임에도 헌재는 이조차도 무시하고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듯 무조건 돌진하고 있다"라며 "헌법재판소가 더는 국민 위에 군림하며 위헌적 행태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라는 힐난이었다.

이들은 "국민을 대신"한다며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에 있어 형사소송법 준용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오염 증거의 증거 능력을 배척하여 적법하고 공정한 증거 조사 절차를 진행하라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정족수 권한쟁의 심판 사건을 최우선으로 처리하라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적격 품결 사실이 명확한 마은혁 관련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즉시 각하하라 등 3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나경원 "헌재는 국정마비 공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기자회견 및 헌재 사무처장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마이크를 이어 받은 나경원 의원은 "헌법재판소는 그 구성에 있어서의 이념적 편향성으로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게 됐다"라며 "막상 시작된 그 헌법재판소의 재판 과정에서 자의적 절차 운영, 소송, 지휘권의 남용 그리고 편향적 예단을 보면서 그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저희는 또 다른 깊은 우려에 빠졌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의 이러한 혼란을 가져온 국정 마비에 헌법재판소도 사실상 동조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까지 든다"라며 "주관적·이념적 양심이 아닌 객관적·법률가적 양심으로 돌아오셔서 이번 대통령 탄핵 재판을 공정하게 진행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라고 외쳤다.

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 공격에 열을 올렸다. 그는 "헌재는 국정마비의 공범"이라며 "정치편향 재판소"로 규정했다. "법복 입은 정치재판관들의 재판소, 미리 탄핵의 답을 정해놓고 마구 찍어내는, 탄핵 공장이라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라는 비난이었다.

그는 "헌법재판소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라며 "'대본 운운'하며 재판의 신뢰 위기를 가중시키지 말고, 남은 재판만이라도 공정하게, 오로지 헌법과 법치주의에 따라 진행하길 바란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존폐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라고도 겁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기자회견 및 헌재 사무처장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번 계엄탄핵 정국은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던 좌파 사법 카르텔의 민낯을 드러냈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라며 "이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검은 세력, 기생세력, 좌파 카르텔을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라고도 날을 세웠다.

이후 기자들은 나 의원의 '좌파 카르텔 엄단'이라는 표현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 역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으로 '좌파 카르텔 엄단'을 내세웠던 탓이다. 비상계엄을 합법적 조치로 보는지, 이후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다면 재차 비상계엄을 선포해야 한다고 보는지 질문이 나오자 나 의원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는 "저희가 지금 계엄을 옹호하는 것이 아닌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아직도 그런 질문을 하느냐?"라며 "좌파 카르텔을 엄단하는 것이 계엄을 통해서 엄단하자는 것인가? 계엄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계엄 이후에 모든 것이 헌법과 법에 맞추어서 진행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국론은 통합될 수가 없다"라며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임을 강변한 것이다.

헌재 항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 36명은 아래와 같다.

강명구(경북 구미시을)

강민국(경남 진주시을)

권영진(대구 달서구병)

김기현(울산 남구을)

김미애(부산 해운대구을)

김석기(경북 경주시)

김선교(경기 여주시양평군)

김승수(대구 북구을)

김위상(비례대표)

김은혜(경기 성남시분당구을)

김장겸(비례대표)

김정재(경북 포항시북구)

나경원(서울 동작구을)

박대출(경남 진주시갑)

박덕흠(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

박성민(울산 중구)

박수영(부산 남구)

박준태(비례대표)

박충권(비례대표)

서명옥(서울 강남구갑)

송언석(경북 김천시)

엄태영(충북 제천시단양군)

유상범(강원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이만희(경북 영천시청도군)

이인선(대구 수성구을)

이종욱(경남 창원시진해구)

이철규(강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

장동혁(충남 보령시서천군)

정동만(부산 기장군)

정점식(경남 통영시고성군)

정희용(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

조배숙(비례대표)

조지연(경북 경산시)

최수진(비례대표)

추경호(대구 달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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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헌법재판소#김기현#나경원#탄핵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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