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윤석열 측 주장 다 수용해도, 파면은 피할 수 없다

 


대통령 지시는 A인데, 현장에선 B로 움직였다? ‘모르쇠·책임전가’ 일관한 윤 측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5.02.13.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헌법재판소(헌재) 재판부는 오는 18일과 20일 변론기일을 열고 국회와 윤 대통령 측의 주장과 입장을 정리한 뒤, 추가 채택된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간 8차례 진행된 변론 과정에서 사실상 핵심 쟁점들은 모두 다뤄진 상황이다. 윤 대통령 역시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해 자신을 변호하는 여러 주장을 폈는데, 당시 객관적인 상황과 비상계엄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과도 배치된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집중하는 또 다른 변론 전략은 ‘책임 떠넘기기’다. 실제 윤 대통령이 지시하지 않았거나, 윤 대통령의 지시와 달리 군과 경찰이 움직였다는 논리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2024.12.04. ⓒ뉴시스

핵심 쟁점인 계엄군의 국회 투입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질서유지” 차원이었다고 말한다.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게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이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 자기가 의원으로 이해했다는 것이지, 제가 의원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특전사령관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말을 잘못 이해하고선, 현장 지휘관과 테이저건과 공포탄, 국회 단전 등의 조치를 논의했다는 말이 된다. 이는 윤 대통령이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했다고 주장하는 지침인 ‘국민 안전 최우선’이라는 방침과도 어긋나는데, 4성 장군이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의 지시와는 전혀 다른 지침을 현장에 하달하며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경찰의 국회 봉쇄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 지시가 아닌 경찰 지휘부의 자체 판단’이라는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질문을 집요하게 했다.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증인 신문 과정에서 “1, 2차 통제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은 게 있나”, “대통령이 국회 출입 차단하라는 말은 안 했고 증인과 경찰청장이 국회 질서 유지 차원에서 통제한 건가”, “2차 통제도 경찰청장이 지시했나”는 식의 질문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일 저녁 삼청동 안가에서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에게 “질서유지”를 강조했는데,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와 충돌을 우려한 경찰 지휘부가 국회를 봉쇄했다는 게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내부 CCTV를 6일 공개했다.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2024.12.6 ⓒ뉴스1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입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내라고 한 건 제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얘기를 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불법적인 선관위 서버 압수 및 직원 체포 의혹에 대해 계엄군들이 자신의 지시와는 다른 준비를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선관위 전산 시스템이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가동되고 있는지 스크린하라”는 게 윤 대통령의 지시였지만, “각자 정해진 매뉴얼대로 하다 보니, 저(대통령)나 장관이 생각한 것 이상의 조치를 준비했을 수도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항변이다.

심지어 ‘국회와 선관위에만 계엄군을 투입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도, 국방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당사와 여론조사 꽃에도 계엄군 출동을 지시했다. 이 두 곳은 윤 대통령이 계엄 전날 사전 보고를 받고 “절대 하지 마라”고 했는데도, 국방부 장관은 이를 뒤늦게 알았다고 윤 대통령은 주장한다.

‘주요 인사 체포’ 역시 “대통령은 지시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김용현 전 장관이 대통령 지시 없이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대상자에 대한 동정 파악”에 나섰고, 이 지시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경찰청장과 국정원1차장에게 위치 파악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MBC뉴스가 공개한 윤석열에게 최상목 부총리가 받았다는 쪽지 사본. 내용엔 국가비상입법기구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MBC캡쳐

‘정치활동 금지’ 내용을 담은 위헌성이 다분한 포고령과 국회 해산 시도로 의심받고 있는 일명 ‘최상목 쪽지’는 전적으로 김용현 전 장관의 책임으로 돌렸다. 

포고령 초안은 김 전 장관이 작성하고 윤 대통령은 초안에 있던 야간통행 금지만 삭제했다고 한다. 포고령과 최상목 쪽지의 ‘국회 관련 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윤 대통령이 국회 해산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는 김용현 전 장관의 “실수”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주장한다.

김 전 장관은 기획재정부 장관 외에도 행정안전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에게 비상계엄 당시 각 부처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쪽지를 전달했다. 이 역시 “대통령이 관여한 사항이 아니”고,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는데, “관련 부처에 필요한 협조 사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대통령 지침에 따라, 김 전 장관이 자발적으로 작성해 건넸다는 게 김 전 장관의 증이 신문에서 나온 주장들이었다.

종합해 보면, 비상계엄 당시 위헌·위법성이 다분한 조치들은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거나, 실제 현장에 투입된 이들의 오해 또는 왜곡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논리다. 결국 자신의 책임을 전면 부인해 ‘파면’이라는 결과를 피해 보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본질은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로 더 이상 국정을 맡길 수 없는 대통령을 파면해 헌법을 수호한다는 데 있다. 윤 대통령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다고 해도, 대통령의 지시가 현장에서 정반대로 실행돼 위헌·위법적인 일들이 벌어진 상황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 책임을 피해 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심지어 헌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대통령이 아닌 청와대 홍보수석이 한 발언에 대해서도 ‘헌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현재로선 최소한 2차례의 변론이 남은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 파면을 점치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판사 출신이자, 탄핵소추위원단에 소속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파면을 면할 정도의 전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8대0으로 조심스럽게 예측을 한다”고 말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도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장원 전1차장,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조성현 수방사 경비단장의 증언이 “위헌의 중대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파면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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