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과 ‘싫것’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407] ‘실컷’과 ‘싫것’

오래 전에 ㅎ종성체언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휘파람(휘+ㅎ+바람)·안팎(안+ㅎ+밖)과 같은 단어가 이에 해당한다. ‘실컷’이라는 단어를 보면 ‘싫것’이라고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혹간에 발음을 [실컨]이라고 하는 사람도 많아서 ‘실컨’이라고 쓰는 사람도 있다.
‘마음에 하고 싶은 대로 한껏’ 또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한껏’이란 뜻을 가진 말이 ‘실컷’인데, 이 말은 ‘싫다’의 어간에 접미사 ‘것’(불완전명사로 볼 수도 있음)이 붙어서 된 말이다. ‘실컷’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계축일기 상 13’에 서다. 원문에는 ‘슬컷’으로 나타나 있는데, ‘슬컷’은 ‘슳-+것’의 구성으로 분석한다.
‘슳’은 옛말에서 ‘싫다(厭)’의 어간으로 쓰였다. 그러니까 ‘슳것’은 ‘싫어하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라는 의미로 쓰인 것으로 본다. 과거에 ‘슳것’을 썼던 것이 그대로 남아 ‘실컷’으로 변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현대어에서는 원칙적으로 어간에 자음으로 시작되는 접미사가 붙으면 그 어간을 밝혀 적어야 하지만, 겹받침의 끝소리가 드러나지 않거나 어원이 불분명할 때는 발음대로 적게 되어 있으므로 ‘실컷’이라고 써야 한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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