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일자리를 나누는 '경협', 낮지만 힘있는 통일 원동력

<기고>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이후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제언 정범진 | tongil@tongilnews.com 승인 2013.08.21 17:17:52 정범진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정책위원장) 지난 8월 14일, 남북은 개성공단 잠정폐쇄 133일 만에 공단의 가동재개에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 재발방지, 공단의 국제화, 기업활동의 편의 보장, 그리고 이러한 사항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개성공단남북공동위원회 구성과 운용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선 경협 기업인의 한사람으로서 여러 아쉬운 점이 있지만 원칙적으로 이들 합의를 환영하며, 향후 남북의 당국자들이 후속회담을 잘 이끌어 줄 것을 기대한다.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추석 전에 갖자는 제안을 하고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금강산관광 재개도 함께 논의하는 회담을 제의했으며, 다시 통일부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은 다음달 25일 금강산에서 별개로 개최하자는 역제의를 하는 등 남과 북은 활발한 제안을 주고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논의가 합의와 재가동을 우선시하면서 원칙적으로 놓치고 있는 지점이 있어 이에 대한 지적과 함께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경협 중단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 무엇보다 먼저 다시는 남북경협을 비롯한 남북 간의 교류협력이 정치ㆍ군사적 사유로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문에도 재발방지에 대한 조항이 들어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조항은 아무 의미가 없으며, 이는 우리가 충분히 경험한 사항이다. 남북 간의 경협과 교류협력이 중단된 것은 남북 모두에게 공히 책임이 있다. 사안에 따라 누가 결정적 중단조치를 내렸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중단 원인의 제공 또는 귀책사유에서 남과 북은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 합의서에 명기되어 있듯이 상부의 위임을 받은, 말 그대로 최고지도부의 의지가 실린 재발 방지를 확약하고, 이의 위반으로 인한 피해 및 손실에 대한 보상과 책임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향후 경협기업들은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활동 외에 경영외적인 사유로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재발할 시 이를 “남북경협을 민족 간의 경제력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으로 위치지운 역대 남북 간의 기본합의를 위반한 반민족적 행위로 규정하고, 법적인 투쟁은 물론 국제상사중재제도에도 호소하는 등 이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경협중단 조치는 절대 발생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경협중단으로 인해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부정적 학습효과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해외투자자들에게도 치명적이었다. 투자심리를 중단조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은 남과 북의 각고의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고, 회복에 걸리는 시간 역시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남과 북은 남북경협의 활성화ㆍ대규모 투자 유치 및 우호적 사업조건 제공 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여 추락한 남북경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고, 투자환경을 개선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전제로 조속한 시일 내에 개성공단의 정상화에 착수하고, 기숙사 건설 및 개성공업지구 2~3단계 건설을 위한 발전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기업들의 숙원인 통행ㆍ통신ㆍ통관, 근로감독권 발휘 등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가동중단으로 인한 피해구제를 위한 세제 지원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지원작업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 개성공단외 여타 경협사업 즉각 재개와 지원 한편으로, 개성공단에 가려서 그 중요성과 사업중단으로 인한 심각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여타 경협사업에 대한 즉각적인 재개와 지원이 필요하다. 2008년 7월 이후 사업이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 그리고 2010년 5ㆍ24 조치 이후 사업이 중단된 교역 및 위탁가공, 내륙지역 경협기업, 개성공단 미착공 및 입주예정기업들의 사업에 대한 제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해제해야 한다. 이들 기업들은 개성공단 설립 이전부터 사업을 시작해왔으며, 사업이 중단된 지 5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규모도 개성공단의 몇 배에 이른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의 협의는 물론 교역 및 내륙지역 경협기업들의 사업재개를 위한 북한주민 접촉 및 북한 방문을 허용해야 한다. 이들은 정부의 경협중단조치 이전에 북측에 미리 지급해준 자금에 대한 회수도 못하고 있음은 물론 자신의 설비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수년을 보냈다. 외국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공장과 설비가 중국을 비롯한 외국기업들의 손에 넘어갔다고 한다. 경협관련 법ㆍ제도, 개선과 정비 필요 금강산관광 중단, 5ㆍ24 조치, 개성공단 잠정폐쇄를 통해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남북경협과 관련된 여러 제도적 허점이 노정되었다. 특히나 경협보험제도는 전혀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북측과 합의한 4대보장 합의서 등도 유명무실했다. 이들 제도에 대한 전반적 정비가 필요하다. 이른 시일 내에 당국, 관계 전문가, 기업인들이 함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들 제도를 개선ㆍ정비하고, 당연히 결과물은 북측과 공유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북측의 조치가 조업중단의 결정적 원인이었다면, 금강산관광 중단과 5ㆍ24 조치는 그 전의 귀책사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남측이 취한 조치가 결정적이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남측의 조치이건 북측의 조치이건 정상적인 기업이 갑작스럽게 경영외적인 사유로 사업이 중단된 것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나 마찬가지이다. 남북경협사업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그 어떤 사업보다도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남과 북이 밥과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 경협사업이다. 그것은 낮은 수준의 그러나 가장 힘 있는 통일의 원동력이다. 남북경협사업이 갖고 있는 이러한 특수성과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하여 경영외적인 사유에 의한 사업중단에 대해서는 그 손실에 대해 남북 당국이 책임을 지는 입법이 필요하다. 그것은 남북 간의 교류협력을 규정하는 「남북교류협력법」의 기본조항에 의해서 가능할 수도 있고, 아니면 특별법 형태로 보장할 수도 있다. 참고로 경협기업들의 자발적 결사체인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는 지난 2012년 9월 여야의원 59명의 찬동으로 “금강산관광 중단 또는 5ㆍ24 조치에 따른 남북경제협력사업 손실보상에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해 현재 1차 공청회를 마치고 법안소위에 계류 중에 있다. 민관협치에 기반한 반관반민기구로 경협 안정성 확보 경협중단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통일부가 작성한 개성공단 잠정폐쇄 3개월동안의 피해액만 약 7천억 원, 사업이 중단된지 5년이 넘은 금강산관광과 3년을 훌쩍 넘긴 교역 및 내륙지역 경협기업들의 피해는 이보다 훨씬 커서 수조 원에 달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대부분 1인 기업 아니면 존망의 기로에 처해 있다. 아무리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3년 또는 5년 이상 매출이 없으면 생존은 불가능하다. 이들 기업에 대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나아가 생계자금 지원이라도 해야 한다. 그간 있었던 지원은 지원이 아니라 대출이었고, 그나마 규모나 수혜폭도 극히 적었다. 이들 기업을 잃는다는 것은 남북경협사업에서 큰 손실이다. 그들이 축적한 경험과 인적자원 네트워크는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중한 자산이다. 이들에 대한 당국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 정부 5년 동안 우리는 너무나 소중한 경험을 했다. 경협이 중단되고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남북은 공히 피해자이자 패배자였다. 이를 환영하고 반기는 세력은 늘어나는 군사적 수요에 무기를 공급하는 이들 뿐이다. 평화를 관리하고 지켜내는 것이 경협사업이고 이는 역대정부에서 경험적으로도 검증되었다. 남북 간 공히 화해와 협력을 저해하는 대결적 언동 및 도발적 행위를 삼가고, 이를 위반하는 세력 및 집단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같은 분단국가인 중국과 대만은 이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했다. 인적교류 및 교역규모도 엄청나다. 연간 수백만의 중국인과 대만인이 상대지역을 왕래하고, 교역규모도 2012년에 1,689억 달러를 기록, 2000년의 261억 달러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반해 모든 교류가 중단되고 남북이 긴장과 갈등을 반복하는 우리 현실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정치ㆍ군사적 갈등이 남북의 대치상황처럼 첨예했던 양안관계가 이렇게 발전한 배경에는 해협회와 해기회라는 중국과 대만의 반관반민 협력기구들의 적극적 역할이 있었다. 우리도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당국 간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있거나 진전이 없을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북측에 반관반민기구에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찌되었든 조선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 등의 조직이 있고, 해외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당연하게 우리는 남북경협활성화와 관련된 다양한 조직과 단체들이 존재한다. 이들 기구와 단체가 남북 간의 정치ㆍ군사적 대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경협사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하며 경협활성화와 관련된 제반 협의들을 진행해나갈 수 있다면 남북관계의 발전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남과 북 양측 모두 당국 중심의 사고를 넘어선 시각 전환과 민관협치의 반관반민기구를 안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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