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선 유죄... 2심은?지난해 11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오늘(25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302호 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항소심 선고가 나온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다. 1심에서는 확정시 공직선거 출마가 제한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 최은정·이예슬·정재오 부장판사)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 항소심은 1월 23일부터 2월 26일까지 총 여섯 차례 공판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관찰된 눈여겨봐야 할 3가지 포인트를 정리했다.
[① 공소장 변경] "이재명 대표 발언 중 어떤 발언이 허위인가?"
지난 1월 23일 항소심 첫 공판. 재판부는 마지막에 검찰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공소장에 적시된) 이재명의 1~4 발언이 모두 허위사실 공표라고 기소한 발언인지, 그중에 일부를 특정해서 기소한 건지 명확하게 밝혀달라. 발언 중 피고인(이재명)의 행위와 관련해 한 발언은 무엇인지를 특정하라."
2월 5일 열린 두 번째 공판 때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지난 기일에 검사에게 석명을 구한 것과 연결되는 부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문기 이슈를 보면 동그라미 1, 2, 3으로 특정해 놨다. 피고인은 대통령 당선 목적으로 동그라미 1은 '시장 시절 김문기를 몰랐고', 2는 '골프 치지를 않았다'이며, 3은 '경기도지사가 되고 나서야 김문기를 알게 됐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렇게 유형화하기 전, 발언 자체는 네 개다. 발언 장소가 각각 다른데, 그 발언 모두를 허위사실 공표로 특정해서 공소사실에 포함되는 것인가? 아니면 1~4 발언 중에 특정 발언, 어떤 부분만 공소사실인 것인가? 1~4 발언이 동그라미 한 것 중에 각각 어디에 포함되는지 정확히 검사가 말해주면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상황은 이렇다. 당초 검찰은 공소장에 아래와 같이 고 김문기 처장과 관련된 이 대표의 4개 발언을 순서대로 적시했다.
(1) 2021년 12월 2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중 "(고 김문기) 제가 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요, 하위 직원이었으니까. 도지사가 돼서 (대장동 관련) 재판받을 때 이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됐고, 전화도 꽤 많이 했고"
(2) 2021년 12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중 "해외 출장도 같이 갔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 그러지만 제가 실제로, 하위 직원이라서 기억이 안 나고요."
(3) 2021년 12월 27일 KBS '더 라이브' 중 "그 사람을 제가 시장 때 만난 기억은 없는 거예요, 제 기억에. 왜냐하면 하급 실무관이었으니까."
(4) 2021년 12월 29일 채널A '이재명의 프러포즈' 중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 내 가지고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
지난해 11월 15일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4부. 재판장 한성진)는 공소사실의 핵심이 되는 이 대표의 '김문기를 몰랐다' 발언을 세 개(① 성남시장 재직 시 김문기의 존재를 몰랐고 ② 해외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고 ③ 도지사가 되고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된 다음에 김문기를 알게 됐다)로 세분화했고, 이 중 두 번째 발언이 유죄라고 판단했다.
다시 항소심으로 돌아와서, 재판부의 공소사실 특정 요구는 2월 12일 3차 공판에서 더 도드라졌다. 검찰은 이날까지도 재판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는데, 이에 재판장(최은정 부장판사)이 아닌 옆자리 정재오 부장판사도 나서서 이렇게 질책했다.
"지금 보면, 많은 발언 중 어떤 발언이 허위인지 찍어달라, 공소장 변경해달라, 그런 취지로 (재판장이) 말하는데, '그게 들어가 있으니 다 되는 거다'(라고 검찰이 말하는 건), 다른 말로 하면 '특정되지 않는 부분이 남아있다는 거다'(라는 뜻이 된다), 그렇지 않나? 검사 말은 취지가 공소장에 포함돼 있으니 공소장 변경 안 해도 된다는 거 아닌가?"
이에 검사는 "저희 취지는 공소장 전체 내용 중 취지가 다르다는 게 아니"라고 답했지만 정 부장판사는 재차 "취지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어떤 부분을 판단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어떤 발언이 동그라미 1, 2, 3과 관련해 판단해야 하는지를 특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검찰은 지난달 19일 4차 공판을 앞두고 기존 인터뷰 발언 나열 형식이 아닌 1심 재판부가 구분한 3가지 형태로 유형화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② 재판부의 질문]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발언, 검사의 해석인가?"
▲2021년 12월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했다. 이때 발언을 포함해 당시 몇가지 언론에 출연해 했던 발언으로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기소된다. ⓒ SBS
위에도 밝혔듯이 1심 재판부가 이 대표의 김문기 관련 발언 중 유죄로 판단한 것은 2021년 12월 29일 채널A에 나와 했던 발언이다. 그런데 지난달 12일 3차 공판에서 재판장 최은정 부장판사는 검사를 향해 "피고인과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은 피고인 발언을 그대로 딴 건 아니지 않나"라며 "결국 피고인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발언한 것은 아니고 검사가 해석한 거 아니냐, 검사가 해석한 걸 카테고리화한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
검사는 "그렇다"라며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검사는 바로 이어 "4발언(채널A)이 적극적으로 골프 조작 발언으로 이어진다"며 "일반 선거인들이 받아들이는 의미를 분류 지은 것이다. 호주 출장 중 하위직원인 김문기가 기억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은 골프 의혹과 연결지어 볼 때 일반 선거인들은 '이재명이 출장 중 하위직원에 불과한 김문기와 공적인 업무를 하기에도 바쁜데 사적으로 골프 친 사실이 없어서 김문기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장은 "잘 들었다"고 말하면서도 "골프 발언 관련해서 국민의힘에서 공개한 사진은 뉴질랜드에 찍은 거고, 골프는 다른 날 호주에 친 건 검찰도 다툼이 없는 것이냐"라고 확인했다. 검찰은 "네"라고 답했다. 이날 이어진 일련의 질문에 검찰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최 부장판사가 언급한 사진은 이기인 당시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이 2021년 12월 23일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처음 공개한 것이다. 이후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자신의 SNS에 "호주·뉴질랜드 출장 가서 골프도 치신 건가, 곁에 있는 김 처장과 한 팀으로 친 건 아닌가"라고 말하며 사진을 올렸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결심공판에서 "이 사진은 (뉴질랜드에서의) 첫날 단체 사진을 오린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를 (비서에게) 받았던 것"이라며 "(당시는) 내가 쳤는지 안쳤는지 확신을 못했다. (비서가) 사진을 주면서 4명이 있는데 골프 쳤다는데 기억이 안 났다. 비서도 모르겠다고 하니 어느 쪽이든 확신을 못해서 거기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를 안 하고, 있는 대로 사진이 조작된 것이라 얘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③ 발언의 생략] 공소장에 적시된 발언, 1365자→366자로 줄여
▲2021년 10월 20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때 했던 발언으로 이 대표는 기소된다. ⓒ 국회사진취재단
1심에서 유죄가 나온 부분은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이 대표가 '국토교통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생략한 것'을 언급했다. 지난달 12일 3차 공판에서 나온 재판부의 지적이다.
"백현동 발언은 공소장에 중략돼 있다. 허위사실 발언으로 특정한 부분이 앞인지, 뒤인지, 전부인지 좀 상세하게 알려주면 저희가 판단하는 데 도움 될 것 같다."
재판부의 지적대로 검찰 공소장에는 이 대표의 발언 중 여러군데가 빠진 채 기재되어 있다. 아래는 공소장의 발언 전문이다.
"국토부가 요청해서 한 일이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서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좀 자세히 설명드려도 될까요? (…) 그런데 국토교통부에서 저희한테 다시 이런 식으로 압박이 왔는데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보면 43조 6항이 있다. 국토교통부장관이 도시관리계획 이것 변경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반영해야 된다는 의무조항을 만들어 놨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만약에 안 해 주면 직무유기 이런 것을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해서 (…) 그래서 결론은 (…) 나머지 백현이 부분은 그냥 아파트 분양하겠다고 해서 저희가 해 주지 마라라고 버티다가 (…) 용도를 바꿔 준 것은 국토교통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고"
총 366자. 그런데 당시 이 대표의 전체 발언은 1365자다. 약 1000자가 생략된 것이다. 재판부의 지적은 공소장에 적시된 발언을 넘어 전체 발언이 어땠는지에도 눈길을 닿아 있음을 의미한다.
무엇이 빠졌을까? 공소사실의 근간이 된 '협박' 발언 후 이어지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제가 그때 낸 아이디어가 뭐냐 하면 반영은 해 주는데 다 해 주라는 말은 없으니까 조금만 반영해 주겠다 이렇게 다시 기자회견을 해서 이것 사셔도 건축허가 안 해 줍니다, 요만큼만 해줍니다, 요만큼만 바꿔 줍니다 해서, 사실은 성남시 공공기관 이전부지 다섯 곳 매각이 몇 년 동안 불발됐던 거예요"라고 말을 한다. 이외에도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국토부의 백현동 토지 용도변경 요청에 기자회견을 통해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 ▲성남시가 자체적으로 반발해 시 차원의 이득을 얻어낸 일 ▲국토부가 식품연구원에 대해서만 별도의 공문을 보낸 일 ▲성남시가 R&D부지 취득 조건으로 불가피하게 용도변경을 해준 일 등이 생략됐다.
지난달 26일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는 "국토부의 (용도지역 변경) 요구 공문이 정확하게 왔고, 지시 사항이었다"며 "시 공무원이 스트레스를 받으니 해주려고 했는데, 내 입장이 완고하니 미루고 미루다 (2014년) 11월 가서야 방침 변경 결재를 올려서 승인을 해준 것이다. 그걸 검찰이 몰랐을 거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제가 '협박'이란 표현은 화가 나서 과하게 했다"면서 "증거도 없이 말한 제 잘못이지만 표현상 제 부족함을 감안해 달라"며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2차 공판준비기일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를 앞두고 보안을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의 모습. 2025.3.21 ⓒ 연합뉴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상임대표 고희철 기자 khc@vop.co.kr 발행 2024-06-06 16:14:31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전면으로 부상해 4.10 총선 결과 민주당의 한 축을 이뤘다. 대개 언론에는 ‘친명 강경파’ 조직으로 소개된다. 지난 2일 2기 강위원 상임대표가 선출됐다. 한총련 의장을 거친 강 대표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여민동락 공동체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민형배 구청장 시절 광산구노인복지관장 등을 거쳐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일정을 총괄했고, 그 뒤 당대표 특보와 혁신회의 1기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혁신회의는 국회의원 31명을 배출해 당내 최대 정치세력으로 불린다. 강 대표 본인은 경선에서 사퇴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지만 상임대표가 됐다. 그러나 혁신회의와 강 대표는 언론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언급된다. 친명, 강경, 팬덤, 개딸 등의 연관어와 함께. 특히 국회의장 후보 경선으로 촉발된 당원민주주의 논쟁은 부정적 보도 증가에 기여했다. 3일 여의도의 오피스텔에 자취방처럼 차려진 혁신회의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묻고자 한 것은 간단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을 장악했다는 비판과 극성 팬덤을 앞세워 국회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3 ⓒ민중의소리 1시간을 예정한 인터뷰는 2시간 30분을 넘겨 간신히 ‘중단’됐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할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은 영광군과 광산구와 경기도를 넘나들었고, 5.18정신과 김대중, 노무현도 수시로 언급됐다. 특히 언론의 당원민주주의 폄하에 강하게 반박했다. 친명만 공천되고 비명은 탈락한다는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에 강 대표는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작업을 한 ...
긴급 평화촛불행동, "대북전단 살포는 미국과 윤석열정권의 전쟁도발행위" 기자명 이승현 기자 입력 2024.06.07 23:55 수정 2024.06.08 01:52 댓글 0 6.15남측위원회와 전국민중행동, 민주노총, 평화통일시민회의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7일 저녁 긴급 평화촛불행동을 마치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행진하며 '대북전단살포와 육상·해상 포사격훈련을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 정권의 퇴진 사유는 수백가지가 넘을 것이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려는 정권이기 때문이다." 7일 저녁 8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 종로 보신각 광장에서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긴급 촛불행동을 마치고 광화문 사거리를 거쳐 이곳까지 행진해 온 시민들은 전쟁위기를 부추기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로 온몸을 떨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 '비열한 방식의 도발'이라며,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현충일 추념사를 한 6일 새벽 반북 탈북민단체가 전단 20만 장과 함께 USB 5천 개, 1달러짜리 지폐 2천장이 담긴 대형 풍선 10개를 북측으로 보냈다. 대북전단 살포에 북이 오물풍선 살포로 대응하고 아예 정부가 나서 9.19군사합의 전체 효력정지를 의결한 뒤 확전의 불티가 될 수 있는 한미연합훈련이 전격 실시되면서 한반도 전쟁위기는 더 이상 상상속의 일이 아닌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육상 군사분계선 5km 이내 훈련장 사격 훈련과 서해 연평도, 백령도 해안포사격훈련 개시가 예고됐으며, 대북 확성기 방송도 재개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서해 연평도 인근에 평소같으면 100여척이 조업하던 중국 어선들이 1년에 한번뿐인 꽃게잡이 대목을 뒤로 한 채 모두 철수했다.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가 전개된 가운데 7년만에 합동직격탄(JDAM...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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