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예산’ 몰랐다더니… 쌈짓돈처럼 ‘103억’ 챙긴 김재원

앞에서는 비난, 뒤에서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
임병도 | 2019-12-12 08:45:49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국민의 대표자 국회의원이 예산 심사하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 국민 세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말고 알뜰히 쓰라는 것이다. 지난 11월 30일 이후 예산 보따리를 들고 도망쳐 예결위원장도 모르는 예산, 그런 예산을 만들어 몽땅 나눠 가졌다”
예산안이 통과된 후 토론자로 나선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했던 발언입니다.
예결위 위원장이었던 김재원 의원은 “어디서 무슨 짓을 했는지 예결위 위원장이 모른다. 도대체 어느 항목을 어떻게 깎았고 추가했는지 알 길이 없다”라며”이는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한 것이 아니냐. 지금 와서 부끄러우니까 소리를 지르나. 국민 무섭지 않나. 이런 일이 세상에 있을 수 있나”라고 말했습니다.
김재원 의원은 “‘4+1 협의체’ 예산을 도둑질한 사람들에게 얼마를 증액했고 어디를 증액했는지 목록을 내놓으라는 데 겁이 나서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 예산을 그렇게 나눠 가지면서 내년도 국채를 60조원이나 발행한다. 이제 여러분들의 아들과 딸들이 그 국채를 갚아야 한다”며 “의원님 한 분 한 분 양심에 호소한다. 더 이상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재원, 지역구 예산 103억으로 증액분 가장 많았다.
김재원 의원은 4+1 협의체가 예결위원장인 자신도 모르는 예산안을 만들어 나눠가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안 중 정부 원안보다 사업 증액분이 가장 많은 곳은 김재원 의원 본인 지역구였습니다.
김 의원 지역구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입니다. 원래 ‘의성 불법 폐기물처리 행정대집행’ 예산안은 221억원이지만, 이번에 48억원이 증액됐습니다.
지역구를 통과하는 구미∼군위 IC국도건설 정부안은 당초 45억6천400만원이었지만 20억원이 더 증액됐습니다.
군위∼의성 국도건설에는 정부안 42억4천200만원보다 10억원이 증액됐고, 삼자현터널국도건설에도 정부안 82억2천만원보다 10억원이 더 늘어났습니다.
정부안에는 상주 낙동∼의성 다인 선형개량 공사비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4억원이 추가 반영됐습니다. 이외에도 군위 화수지구 재해위험지역 정비(3억원), 상주 냉림하수관로 정비(5억원),상주ㆍ청송 LPG 소형 저장탱크 보급 (3억원)등을 챙겼습니다.
특히 다른 지역에는 증액되지 않았던 소형LPG저장탱크를 비롯해 마을단위, 군단위 LPG배관망 설치사업 예산이 김재원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청송과 상주 등 2개 지역에 각 1억 5,000만원씩 3억원이 증액됐습니다.
앞에서는 비난, 뒤에서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
중앙일보 중앙일보
민주당을 비롯해 4+1 협의체에 참여했던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도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안산 상록갑)은 정부안에는 없었던 신안산선 2단계 사전 타당성 조사 예산 2억원이 증액됐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군산)은 군산대 노후화장실 개선 사업에 9억원이 늘어났습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에도 지역교통환경개선 항목으로 5억이 증액됐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고양갑)는 고양 원당지구대 청사시설에 5100만원을 확보했습니다. 정동영 민평당 대표(전주병)는 전주역사 개량 사업에 정부 원안보다 10억원, 전주탄소산단진입도로 개설에 20억원이 늘어났습니다.
여야 국회의원이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구 사업의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총선 등에 유리합니다. 그래서 쪽지 예산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국회의원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는 불법이 아닙니다. 다만, 앞에서는 ‘세금 도둑질’, ‘나눠먹기식 예산’이라고 비난해놓고 가장 많은 예산을 챙긴 모습은 이중적인 태도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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