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이겨야 대선에서 승리한다

총선을 이겨야 대선에서 승리한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총선은 차기 대선의 바로미터이다. 앞선 두 차례의 총선과 대선에서, 총선을 이긴 정당이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오는 4월 총선의 승패가 2022년 대선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승리했고, 그해 12월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승리했고, 그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2017년 5월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앞서 두 차례 치러진 총선의 승리가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됐음을 보여준 예다. 그렇다면 2020년 4월 15일 총선도 2022년 봄 대선의 발판이 될 수 있을까.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이상돈 의원(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은 “2012년 총선 때는 새누리당이 승리해 대선까지도 승리했지만, 2016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오판하는 바람에 총선에서도 패배했고, 그것이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지 못했다면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이뤄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면서 “총선 승리가 결국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활약한 진성준 전 의원은 “총선에서 승리한 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 동시에 그 정치력이 전국적 범위에서 인정받게 된다”면서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활동이 대선의 조직적인 기반이 되기 때문에 총선은 차기 대선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최근의 총선 사례와는 달리 대선 이전 총선에서 승리하면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통설이 있어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 측은 “예전에는 총선에서 패배한 세력에 대한 동정심과 의회권력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해 오히려 총선 패배가 대선 승리의 가능성을 키운다고 했지만 지금은 정치권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은 “특이하게도 최근에는 선거를 통해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이 분산이 되는 것이 아니라 두 개가 하나로 되는 권력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 이기면 대선 패배’ 통설 무너져 
2012년 총선과 대선,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뿐만 아니라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도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이 여권의 한 손에 쥐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 해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대선 승리와 총선 승리라는 두 개의 과실을 얻었다. 다만 대선이 먼저 실시되고 총선이 나중에 실시된 것이 최근 두 번의 총선과 다를 뿐이다. 2004년 총선도 2002년 대선에 이어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해 승리했다. 대선이 총선에 앞서 실시된 것이 2012년, 2016년 총선과 다를 뿐이다. 결국 2004년 이후 한국 정치는 총선과 대선을 통해 그것이 선행(先行)이든 후행(後行)이든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밟아왔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총선에서 져야 국민이 대선에서는 총선 패배 정당 쪽을 응원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총선에서의 승리 분위기가 대선까지 쭉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무엇보다 (총선에서) 기선 제압이 이뤄져 그 힘으로 국회에서 예산과 법안에 대한 주도권을 갖게 된다”면서 “총선에서 지게 되면 그 정당은 국회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게 돼 대선에서 불리하다”고 말했다. 
총선의 승리는 어느 당이 원내 1당이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원내 1당은 국회의장직을 차지할 수 있다. 물론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면 금상첨화다. 누구나 인정하는 총선 승리 정당이 되는 것이다. 총선 승리의 또 하나의 기준은 보수와 진보 각 진영 중 어느 진영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느냐다. 20대 총선에서는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 20대 국회의 후반기에는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라는 과반의 진보 진영이 정국 운영의 중심축이 됐다. 21대 총선에서도 보수와 진보 진영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격돌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총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유세차량에 올라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년 총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유세차량에 올라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당은 “중간평가”, 야당은 “중간심판” 
같은 총선이지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있어 총선 승리와 패배는 서로 다르게 다가온다. 민주당으로서는 총선이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란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야당은 문 정부의 중간심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다”면서 “결국 내년 총선은 ‘평가냐, 심판이냐’를 결정하는 것이고 이 결과가 대선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성준 전 의원은 “야당은 문 정부의 국정운영이 문제가 있었다며 심판하려 할 것이고, 여당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안정적 국정운영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선거에서 줄곧 승리한 민주당으로서는 총선 성공·패배의 명암이 분명해진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총선과 대선이 2년 정도의 시차가 있긴 하지만 결국 총선 승리 정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점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선거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고 내다보았다. 홍형식 소장은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지금의 기조를 이어나가겠지만, 만약 패배하게 되면 바로 국정운영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여당에 총선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총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물이 쏟아지기 전 표면장력을 유지하듯이 그동안 경제·부동산·안보 등에 대한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하지만 총선에서 질 경우 표면장력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돼 레임덕 현상이 곧바로 올 것이기 때문에 대선 때까지 반전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에 총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총선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아직도 한국당 내부에서는 탄핵에 대한 입장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홍형식 소장은 “박 전 대통령의 법률적 탄핵은 끝났지만 정치적 탄핵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총선은 탄핵에 대한 최후의 국민 평가가 된다”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보수 세력이 세 번 연속 졌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한국당이 또 지게 되면 보수 진영에서는 2022년 대선도 끝났다는 분위기가 쭉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탄핵 논란 때문에 4월 총선은 ‘촛불민심이냐, 중간심판이냐’로 갈라질 수 있다. 진보 진영은 촛불민심을, 보수 진영은 문재인 정부의 중간심판을 내세울 것이기 때문이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보수 진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에게 용서를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를 평가받게 된다”면서 “여당이 정책에서 큰 점수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보수 진영은 제대로 혁신을 하지 못해 반사이익을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또 “국민이 촛불을 들고 바꾸자 했던 것이 아직 제대로 변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촛불민심은 총선에서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4+1협의체는 촛불민심을 내세워 최근 패스트트랙 정국을 통해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촛불민심이 여전히 총선의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엄경영 소장은 “촛불민심과 중간심판이 맞부딪치게 되면 성찰과 혁신이 미흡했던 보수 진영이 다소 열세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이 총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촛불민심이 4월 총선뿐만 아니라 2022년 대선 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엄 소장은 “다만 보수가 총선 후에라도 혁신을 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면 마지막 기회는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성과나 대권주자들의 활동이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4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경남 창원시에서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9년 4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경남 창원시에서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차기 대권주자들의 정치적 시험대 
4월 총선은 차기 대권주자들의 주요 무대가 된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총선 자체가 대선 승리를 위한 발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내내 1위를 차지해온 이낙연 총리는 정세균 총리 후보자의 지명으로 ‘총선 활약’이 분명해졌다. 선거대책위원장이라든지, 지역구 출마 등으로 이 총리의 능력을 입증해야 할 기회가 온 것이다. 여권에서는 또 김부겸 의원이 대구 수성갑이라는 험지에서 다시 당선에 도전한다. 만약 지역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적진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차기 대권주자의 선두권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김영춘 의원 역시 부산진갑에서 4선에 성공한다면 대권주자의 반열에 끼게 된다. 
한국당에서는 2019년 2월 전당대회에서 승리함으로써 일찌감치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황교안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황 대표의 경우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배수의 진’을 쳤다. 반대로 승리할 경우에는 대권주자로서의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결과를 얻게 된다. 또 다른 차기 대권주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오세훈 전 의원이 서울 광진을에서 승리할 경우 보수 진영의 대권주자 판도가 달라지게 된다. 홍준표·김태호 전 의원의 당선 여부도 향후 대권주자 경쟁과 관련해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총선에서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로운보수당’ 후보로 출마하게 되는 유승민 의원은 대구 동구을에서 다시 당선된다면, 범보수 진영의 대권후보로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4월 총선에서 2022년 대선으로 가는 정치 상황에서 대권주자와 관련해 야권보다 여권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评论

此博客中的热门博文

[인터뷰] 강위원 “250만 당원이 소수 팬덤? 대통령은 뭐하러 국민이 뽑나”

윤석열의 '서초동 권력'이 빚어낸 '대혼돈의 멀티버스'

‘영일만 유전’ 기자회견, 3대 의혹 커지는데 설명은 ‘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