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연못 개구리, 휴대폰 한 통으로 ’조사 끝’


조홍섭 2019.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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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서 전화로 개구리 소리 녹음, 수온 등은 문자로 보내와

m1.jpg» 휴대전화만 터진다면 연구실에 앉아서도 실시간으로 외딴 습지의 개구리 울음소리를 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나왔다. 마르타 예브라 알바레스 제공.

낮에 숨어있다가 밤에만 나오는 개구리 조사는 쉽지 않다. 울음소리를 듣고 어떤 개구리가 사는지 알 수 있지만, 멀리 떨어진 산속 연못으로 조사 나간 날 하필 기온이 떨어져 개구리가 울지 않으면 허탕을 치기 십상이다.

간단한 ‘개구리 전화’를 연못에 설치하면 아무 때나 전화를 걸어 그곳에서 어떤 개구리가 우는지 실시간으로 녹음하고, 온도 등 환경조건을 문자로 전달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게다가 ‘오픈 소스 플랫폼’이어서 해당 지점 개구리에 관심 있는 과학자나 시민과학자는 누구나 연못으로 ‘전화를 걸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아드리안 가리도 산치스 등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들은 영국 생태학회가 발행하는 과학저널 ‘생태와 진화의 방법론’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실시간으로 개구리울음을 조사할 수 있는 ‘프로그폰’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m2.jpg» 습지에 설치된 프로그폰의 모습. 연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 녹음을 시작하고 환경정보를 전송한다. 쿠무두 무나싱헤 제공.

이 시스템은 개구리 울음소리를 녹음하는 장치, 3G 또는 4G로 통신하는 장치, 배터리와 이를 보조하는 태양광 발전 패널, 수온이나 기온을 실시간 측정하는 열 감지 센서 등으로 구성됐다. 연구자들은 “이 시스템은 휴대폰이 연결되는 어느 곳에서나 작동하며 위성전화 통신을 추가할 수 있다”며 “전체 시스템의 가격은 1000호주달러(약 81만원)”라고 밝혔다.

조사하고자 하는 습지에 이 장치를 설치한 뒤 연구실로 돌아와 원하는 시간에 휴대전화를 걸면 습지의 소리가 실시간으로 휴대전화에 녹화되는 방식이다. 그때의 수온과 기온도 문자로 들어온다.

연구에 참여한 안케 마리아 회퍼는 “이 시스템은 멀리 떨어진 곳이나 정밀조사를 하는 데 따른 비용과 (생태계 교란) 위험을 현저하게 줄여줄 것”이라고 영국 생태학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여러 명이 습지를 조사하면 개구리가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이 시스템은 설치할 때와 철거할 때 두 번만 연구자가 습지를 밟으면 된다고 논문은 밝혔다.

주 연구자인 산치스 박사는 “습지에 설치한 장치 주변 100∼150m 범위의 개구리 울음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직접 녹음한 개구리 울음소리와 ‘개구리 전화’를 통해 녹음한 소리의 음파를 비교한 결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m3.jpg» ‘개구리 전화’ 시스템의 얼개를 설명하는 연구자들. 마르타 예브라 알바레스 제공.

개구리 울음으로 특정 종의 서식 여부를 조사하는 방법은 시민과학자들 사이에 널리 채택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민과학자들이 현장에 나가 수원청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그 지점과 시간을 휴대전화로 데이터베이스에 올리는 방식의 조사가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의 주도로 이뤄졌다.

장 교수는 “소리를 이용한 생태계 모니터링은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서도 자료수집이 가능해 생태학 연구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구리 전화’는 연구자와 조사현장을 이동통신이나 위성통신으로 직접 연결해 주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 시스템이 포유류와 곤충 등 소리로 조사할 수 있는 생물다양성 보전의 다양한 분야에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장 교수도 “이 장치가 밀렵이나 감염경로 파악과 같이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필수적인 도구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arrido Sanchis, A, Bertolelli, L, Maria Hoefer, A, Yebra Alvarez, M, Munasinghe, K. The FrogPhone: A novel device for real‐time frog call monitoring. Methods Ecol Evol. 2019; 00: 1– 7. https://doi.org/10.1111/2041-210X.1333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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