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여러분 자정이 넘었습니다. 국회법에 따라 임시회기가 종료되어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함께하신 의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25일 자정이 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회기가 종료됐다며 본회의 폐회를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50시간 10분 동안 진행됐던 필리버스터도 끝이 났습니다.
지난 11월 29일 자유한국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막기 위해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 199개 안건에 대해 모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민생법안에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폭주했습니다. 이후 민식이법 등 일부 법안은 여야 합의에 따라 본회의가 열려 통과됐습니다.
여야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본회의 상정 시기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4+1 협의체의 선거법 합의안이 늦어졌고, 자유한국당 주최 집회 참가자들이 국회에 난입하면서 본회의는 계속 연기됐습니다.
12월 23일 본회의가 열리자 자유한국당은 회기 결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국회법 해석상 회기 결정은 필리버스터를 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왔고, 표결 결과 임시국회 회기는 12월 25일까지로 가결됐습니다.
테러방지법 192시간 25분 vs 선거법 50시간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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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필리버스터 토론자와 발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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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오후 9시 50분부터 시작된 선거법 관련 필리버스터는 50시간 10분으로 끝이 났습니다. 2016년 2월 벌어졌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가 192시간 25분 동안 이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짧았습니다. 그러나 회기 기간이 짧아 시간 비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가 반대를 하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번에는 선거법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과 찬성측 민주당, 정의당도 함께 나섰다는 점에서 특이했습니다.
필리버스터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섰던 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세 번째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3분가량 화장실을 다녀왔습니다. 미국에서는 토론자가 중간에 자리를 떠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2016년 안민석 의원도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2016년 필리버스터 최장 발언은 2016년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12시간 31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5시간 25분으로 제일 길었습니다.
4시간 54분 동안 토론을 이어갔던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회기 종료로 토론을 마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문희상 의장에게 쏟아진 막말들: 역적 동탁, 시정잡배, 쪽팔려서..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자유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거침없이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선거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인지 문희상 의장 비난 필리버스터인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문희상씨를 국회의장으로 생각하는 분이 과연 몇 명이 있을까 저는 의문이 간다. 저 같으면 쪽팔려서라도 자진해서 (의장직에서) 내려오겠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한국당 의원들이) ‘아빠 찬스’, 지역구 세습, ‘아들 공천’을 외치면 외칠수록 자식의 지역 인지도만 올라갈 뿐이라고 문 의장이 설마 그렇게 말했나. 그런 말을 어떻게 국회의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할 수 있나. 그것이 시정잡배와 다를 게 무엇인가”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
“문 의장의 별명이 장비였다. 외모도 그렇지만 신의 있고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분으로 알았다. 어느 날 그 장비가 동탁이 됐다. 신의의 장비가 아니라 역적 동탁, 의회 쿠데타의 주모자가 됐다”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문 의장을 가리켜 ‘문희상씨’라고 부르며 쪽팔리다며 의장직에서 내려오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문
권 의원은 문 의장이 잠시 눈을 감고 앉아 있자 “졸지 마세요. 나잇값을 하나, 자릿값을 하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문 의장은 “당신이 (나를 의장으로) 뽑았다. 의장을 모독하면 스스로 국회를 모독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전희경 의원은 문희상 의장을 가리켜 ‘시정잡배’라고 불렀고, 박대출 의원은 삼국지에 나오는 ‘역적 동탁’에 빗댔습니다.
필리버스터의 본질은 다수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소수당이 무제한 토론이라는 방식으로 막는 동시에 법안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설득시키는 기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는 보는 내내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야 싸움의 연장선으로만 보였습니다.
장시간 토론을 지켜봤지만, 귀에 들어오거나 공감할 수 있는 선거법 반대 논리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가장 짧게 발언한 유민봉 의원의 파워포인트 화면과 마지막에 외친 ‘메리크리스마스’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민주당이 소집요구한 새 회기의 임시국회가 26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선거법은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하지만 공수처법이 상정될 경우 자유한국당이 다시 필리버스터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제출했습니다. 만약 26일 본회의가 열리면 탄핵소추안을 표결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휴식 등을 이유로 하루 쉬고 27일에 본회의를 열 수도 있습니다.
2019년이 끝나기 전에 패스트트랙 법안과 유치원3법 등 남아 있는 민생법안이 모두 처리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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