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는 왜 이리도 고요할까

[개벽예감 375] 폭풍전야는 왜 이리도 고요할까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12/23 [09:29]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똑같은 실패 반복하는 백악관의 불행
2. 세계는 두 가지 중대한 사실을 목격하였다
3.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1. 똑같은 실패 반복하는 백악관의 불행

조미협상이 재개되느냐 마느냐 하는 초미의 문제를 놓고 긴장감이 끊임없이 감돌았던 2019년이 어느덧 저물고 있다. 연말시한을 불과 1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지금, 협상재개전망은 사라졌다. 2020년에는 어느 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돌이켜보면,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시작되었던 조미협상국면은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위태로운 결렬상태에 빠지더니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조미정상회동이 극적으로 성사된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았고, 10월 5일 스톡홀름 조미실무회담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결국 막을 내렸다. 항구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8천만 민족의 요구와 기대는 조미협상국면의 종식과 더불어 열기를 잃어버렸다. 세인의 상상을 초월한 어떤 ‘기적’이 일어난다면 혹시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조미협상국면이 회복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협상국면이 막을 내린 어둠 속으로 폭풍이 몰아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폭풍전야의 분위기는 미국에서 이렇게 조성되었다. 2019년 12월 18일 미국 대외관계협의회(CFR)가 미국인 전문가 500여 명의 견해를 종합하여 발표한 보고서에는 2020년에 우려되는 국제위기상황 30건이 열거되었는데, “2020년에 조미협상이 중단된 상태에서 북조선이 장거리미사일시험발사를 계속하여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하면서, 매우 높은 충격강도를 가진 조미대결위기는 내년에 미국이 감당해야 할 최우선 과제들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또한 미국의 보도전문 텔레비전방송 <CNN>이 미국인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여 2019년 12월 15일에 실은 분석기사에 따르면, 조선이 2020년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거나, 핵시험을 진행할 ‘위험한 상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개선의 길로 나아갈 것처럼 보였던 조선과 미국의 관계가 이처럼 악화되면서 대결의 폭풍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원인은 조미협상을 파국으로 끌어간 백악관의 전략적 오판, 바로 그것이다. 단언컨대, 그것 이외에 다른 원인은 없다. 여기서 말하는 백악관의 전략적 오판이라는 것은 조선이 미국의 지속적인 ‘최대 압박’에 굴복하여 핵무기를 스스로 폐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치명적인 오판, 그리고 미국이 평화협정체결요구를 거부해도 조선은 협상에서 떠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치명적인 오판이다. 

그런 치명적인 오판에 빠져 조미협상국면을 파탄으로 끌어간 백악관의 몰골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은 이번에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치명적인 오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백악관이 자초한 불행이다. 백악관의 전략적 오판이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면서 미국에게 불행을 안겨준 역사, 그 시간을 계산해보면 2015년 1월부터 시작된 불행한 과거를 되짚어본다. 

<조선중앙통신> 2015년 1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미국이 올해에 남조선과 그 주변에서 합동군사훈련을 림시중지하는 것으로써 조선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을 제기하고 이 경우 우리도 미국이 우려하는 핵시험을 림시중지하는 화답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2015년 1월 9일 미국에 전달했다고 한다. 조선 외무성이 ‘뉴욕통로’(유엔주재조선대표부)를 통해 미국 국무부에 전한 이 메시지는 조선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일념을 안고 제시한 첫 제안이었다. 미국이 조선을 위협하는 침략전쟁연습을 임시중지하면, 그에 상응하여 조선도 미국을 위협하는 핵시험을 임시중지하겠다는 조선 외무성의 메시지는 누가 봐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당시 오바마 집권기의 국무부는 그런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을 거들떠보지 않은 채 모략과 비난으로 응답하였다. 프랑스 통신사 <AFP> 2015년 1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보도 당일 외국출장 중에 진행한 즉석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미국의 일상적인 군사훈련을 핵시험 가능성과 부적절하게 결부시키는 북조선의 제안은 은연 중의 위협”이라고 모략, 비난하였다고 한다. 핵전략자산을 동원하는 침략전쟁연습을 일상적인 군사훈련이라고 뻔뻔스럽게 둘러대는 거짓말도 들을 수 없지만, 그보다 더 심한 망발은 조선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싫으면 그냥 거부한다는 의사만 밝히면 되는데도, 은연 중의 위협이니 뭐니 떠들어대며 모략, 비난한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이 제시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에 대해 모략과 비난으로 응답했지만,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조선의 강렬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조선은 물러서지 않고, 또 다른 제안을 미국에게 제시하였다. <아시아 타임스> 2015년 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2015년 1월 18일부터 이틀 동안 싱가폴에서 진행된 조미비공식대화에서 리용호 당시 조선 외무성 부상은 그 대화에 참가한 미국의 전직 관리들에게 미국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면 그에 상응하여 조선은 핵시험을 중단하는 것과 더불어 핵탄두 소형화도 중단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미사일에 탑재하는 소형화된 핵탄두를 생산하는 조선에서 핵탄두 소형화를 중단한다는 말은 핵무기 생산을 중단한다는 뜻이므로, 그 제안은 파격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만일 그때 미국이 조선의 파격적인 제안을 받아들여 조미협상이 시작되었더라면,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쯤 한반도는 전쟁위험이 사라진 평화시대를 맞이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은 조선과 대화와 협상은 일절 하지 않겠다는 적의와 오만을 품고, 핵전략자산을 동원한 도발광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조선 외무성은 2015년 5월 30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였다. 조선 외무성은 담화에서 “올해 초 우리가 조선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을 완화할 데 대한 립장을 밝히고 그 실현을 위해 합동군사연습림시중지 대 핵시험림시중지 제안을 내놓았을 때 그와 관련한 대화조차 거부해나선 것이 바로 미국이며, 군사연습강행으로 대답해나선 것도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은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쌍기둥인 <전략적 인내>와 도발적인 합동군사연습을 계속 고집함으로써 끝끝내 조선반도 비핵화를 하늘로 날려보내고 말았다”고 지적, 비판하였다.  

2015년 당시 미국이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조선과의 대화와 협상을 무조건 거부하면서 핵전략자산을 동원하는 도발광기를 드러낸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2015년 1월 22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외부인사와의 대담 중에 조선에 대해 언급하면서 “요즈음 세상에서 그처럼 잔혹한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것은 지극히 힘들다. 북조선은 잔혹하고 폭압적이며, 그래서 인민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한다”고 중상비방하면서 “북조선 정권은 결국 무너질 것”이라는 악담을 늘어놓았다. 2009년 10월 9일 미국의 현직 대통령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오바마가 그처럼 적의를 품고 조선을 향해 중상비방과 협박공갈을 토해내며 도발적인 무력침공연습을 계속 감행하였으니, 협상은커녕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오바마 집권 8년 동안 도발광기만 지속되고, 협상이라는 말조차 들리지 않았던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사진 1> 

▲ <사진 1> 위의 사진은 서방측 상업위성이 촬영한 녕변핵시설단지 안에 있는 30MW 경수로의 외관이다. 조선의 핵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괴벽을 지닌 미국의 전문가들은 녕변경수로가 이제야 겨우 시험가동을 시작했다고 추정하였지만, 시험가동을 거쳐 2019년에 정상가동을 시작하였다. 녕변경수로를 정상가동하면 많은 전기를 생산할 뿐 아니라, 그와 동시에 무기급 핵물질도 생산한다. 핵탄두에 들어가는 무기급 플루토늄과 열핵탄두에 들어가는 트리튬을 생산하는 것이다. 2017년 내내 조선은 광란하는 핵제국과 정면대결하면서 자기의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는 핵무력 완성의 길로 나아갔고, 그 길에서 자력으로 경수로를 건설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미국의 도발광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조선을 겨냥한 미국의 도발광기는 협상이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게 만든 것만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핵무력 완성의 길로 조선을 떠밀어주었다. 2015년 9월 15일 조선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우라니움농축공장을 비롯한 녕변의 모든 핵시설들과 5MW 흑연감속로의 용도가 조절변경되였으며 재정비되여 정상가동을 시작하였다”고 하면서 “각종 핵무기들의 질량적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 핵억제력의 신뢰성을 백방으로 담보하기 위한 연구와 생산에서 련일 혁신을 창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19년 9월 유엔총회 제74차 본회의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5MW 흑연감속로가 2018년 8월 중순까지 가동된 징후를 포착했다고 한다. 또한 미국의 온라인 매체 <38노스>가 2019년 6월 5일에 실은 상업위성영상자료 분석기사에 따르면,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30MW 경수로가 지속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위에 열거된 사실들을 살펴보면, 2015년 9월 15일부터 정상가동을 시작한 녕변핵시설들이 지난 5년 동안 가동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2015년 8월 28일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2020년에 이르면 조선은 인디아와 파키스탄을 능가하는 핵보유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는데, 그 예견은 현실로 되었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조선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핵전략자산을 동원하여 도발광기를 드러낸 험악한 상황에서 조선에게는 한반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핵억제력을 급속히 강화하는 것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조선이 2015년 9월 15일부터 녕변핵시설들을 정상가동하여 무기급 핵물질을 대폭 증산한 것은 바로 그런 불가피한 선택의 일환이었다. 

미국의 언론매체 <월스트릿저널> 2016년 2월 21일 보도와 <연합뉴스> 2016년 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2015년 12월 조선 외무성은 ‘뉴욕통로’(유엔주재조선대표부)를 통해 미국 국무부에게 평화협정문제를 논의하는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의하였으나, 미국 국무부는 비핵화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우선이고 평화협정문제는 비핵화문제를 논의한 뒤에 논의해야 한다는 궤변으로 협상기회를 또 다시 날려버렸다고 한다. 

그처럼 협상기회를 계속 거부하는 미국을 더 이상 말로 상대할 수 없었던 조선은 미국에게 강타를 날렸다. 2016년 1월 6일 조선은 첫 수소탄기폭시험을 단행하여 미국에게 정면타격을 가했다. 2016년 1월 15일 조선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에서 조선의 “첫 수소탄시험은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권을 수호하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하면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우리가 내놓은 미국의 합동군사연습중지 대 우리의 핵시험중지제안과 평화협정체결제안을 포함한 모든 제안들은 아직 유효하다”고 언명하였다. 

그러나 조선의 수소탄기폭시험으로 정면타격을 당한 미국은 평화협정체결제안을 받아들이기는커녕 더욱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미국은 조선이 제시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거들떠보지 않고 내던져버리는 행패를 부리면서, 조선이 핵무기를 일방적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망발과 궤변을 늘어놓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제재압박을 비롯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하여 조선을 짓눌러보려고 광란하였다. 그러나 핵제국의 광란 앞에서 물러설 조선이 아니다. 조선은 광란하는 핵제국과 정면대결하면서 자기의 핵억제력을 더욱 강화하는 핵무력 완성의 길로 나아갔다. 


2. 세계는 두 가지 중대한 사실을 목격하였다

2016년 6월 15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연단프로그램 국장 칼 베이커는 2016년 6월 14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진행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자신이 근래 조선측과 네 차례 만났는데, 조선측은 미국이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핵전쟁력량을 증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였다. 조선은 대미접촉통로를 끊어버리고 핵무력 완성을 다그쳤다. <조선중앙통신> 2016년 7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 정부는 2016년 7월 10일 유엔주재조선대표부를 통하여 미국 정부에게 “미국이 우리의 즉시적인 제재조치철회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상 이미 천명한대로 그에 대응한 실제적인 행동조치들을 단계별로 취해나가게 되며 첫 단계로 조미 사이에 유일하게 존재하여온 공식접촉통로인 뉴욕조미접촉통로를 완전히 차단한다는 것을 통지하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오늘까지 3년 6개월이 흐르는 동안 세계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중대한 사실을 목격하였다. 

(1) 조선은 핵무력의 질적 발전과 양적 증대를 다그쳐 마침내 핵무력을 완성하였고, 지역 핵보유국의 지위밖에 갖지 못한 인디아와 파키스탄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핵강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2019년 12월 말 현재 조선은 세계적인 핵강국이 갖추어야 할 모든 종류의 핵무기를 생산, 배치하였다. 소형화된 수소탄과 전략핵탄과 전술핵탄을 체계적으로 생산, 배치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것들을 탑재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신형 단거리비탄도미사일, 신형 대구경방사포를 만들어냈으며, 신형 핵추진잠수함도 건조하였다. 지금 미국, 로씨야, 중국에는 있지만 조선에는 없는 전략핵자산은 항공모함과 장거리전략폭격기 두 종류뿐이다. 대양을 건너가 다른 나라를 점령할 때 사용하는 항공모함과 장거리전략폭격기는 조선에게 필요하지 않으므로, 조선은 자기에게 필요한 모든 종류의 핵타격수단을 고루 갖춘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열병행진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모습이다. 8축16축 발사대차에 실려 등장한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공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체연료로켓을 장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조선은 핵무력의 질적 발전과 양적 증대를 다그쳐 마침내 핵무력을 완성하였고, 지역 핵보유국의 지위밖에 갖지 못한 인디아와 파키스탄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핵강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미국, 로씨야, 중국에는 있지만 조선에는 없는 전략핵자산은 항공모함과 장거리전략폭격기 두 종류뿐이다.     

이것은 이미 2015년 1월부터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조미협상을 시작하려고 힘쓴 조선의 성의 있는 제안과 노력을 미국이 끝내 거부한 결과다. 이렇게 놓고 보면, 지난 5년 동안 미국은 어리석게도 제 손으로 제 무덤을 깊이 파내려간 꼴이다.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에 들어앉은 것으로 하여 천만년 안전을 담보한다던 미국 본토에 핵재앙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자기파멸의 무덤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조미협상으로 자기파멸의 무덤을 메워보려고 시도하였지만, 싱가폴에서 협상의 첫 걸음만 내디뎠을 뿐 더 이상 아무런 진전도 이루지 못한 채 세월만 허송하더니 결국 연말시한에 이르렀다.   

(2) 2016년 7월 6일 조선은 미국에게 비핵화의 정의를 명백히 제시하였다. 그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명백히 하건대 우리가 주장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다. 여기에는 남핵폐기와 남조선주변의 비핵화가 포함되여 있다”고 하면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는 “우리에 대한 핵위협공갈의 근원부터 완전히 제거하는 데서 시작되여야 한다”고 언명하였다. 또한 성명에서 조선 정부는 비핵화를 실현하는 방도까지 제시하였다. 조선이 제시한 다섯 가지 비핵화실현방도는 다음과 같다.  

1) “남조선에 끌어들여놓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미국의 핵무기들부터 모두 공개하여야 한다.”
2) “남조선에서 모든 핵무기와 그 기지들을 철페하고 세계 앞에 검증받아야 한다.”
3) “미국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 수시로 전개하는 핵타격수단들을 다시는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담보하여야 한다.”
4) “그 어떤 경우에도 핵으로, 핵이 동원되는 전쟁행위로 우리를 위협공갈하거나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여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약하여야 한다.”
5) “남조선에서 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하여 한다.”

또한 성명에서 조선 정부는 “이러한 안전담보가 실지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역시 그에 부합되는 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며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그런데 일본 <요미우리신붕> 2019년 4월 6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29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정의를 합의하자고 하면서 자기들이 생각한 비핵화의 정의를 꺼내놓았다고 한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놓은 비핵화의 정의는 조선이 자기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반출하고, 조선의 핵시설 전반을 완전히 해체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핵강국의 지위에 올라선 조선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어린 아이의 지능도 갖지 못한 멍청이의 망상에 불과하다. 또한 조선 각지에 건설된, 3,000여 개소로 추산되는 핵시설들과 미사일시설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 많은 시설을 완전히 해체하겠다는 것도 역시 어린 아이의 지능도 갖지 못한 멍청이의 망상이다. 

백악관이 그런 망상에 사로잡혔다면, 미국의 언론매체들이나 전문가들은 잠꼬대 같은 소리만 늘어놓았다. 미국의 언론매체들 가운데 그 어떤 곳도, 그리고 미국인 전문가들 가운데 그 누구도 2016년 7월 6일 조선 정부가 성명에서 언명한 비핵화개념정의와 그 실현방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조선을 향해 일방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잠꼬대 같은 소리만 중얼거렸다. 사태가 이처럼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조미협상이 파국에 빠진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해놓은 연말시한을 앞두고 불안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2월 15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을 서울에 급파하였다. 그는 방한 이틀째 되는 12월 16일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조선 외무성에게 판문점에서 만나 협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조선 외무성은 응답하지 않고 무시해버렸다. 비건을 서울에 급파하여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해보려던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3.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2015년 1월 이후 조선은 미국에게 평화협정체결을 끊임없이 요구하였고, 2018년 6월에는 미국을 그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협상(조미정상회담)으로 끌어냈다. 하지만 미국은 조선과 협상을 몇 차례 하면서도 평화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로써 조미협상국면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였다. 

조미협상국면에서 ‘평화’라는 두 글자를 어루만졌던 사람들의 희망과 기대는 허공으로 날아갔다. 이제는 실망과 우려가 앞선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2019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2020년 어느 날 조미관계에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조미핵대결이 엄청난 폭풍을 몰아왔던 2016년의 경험을 돌아보면 2020년에 몰아칠 조미핵대결의 폭풍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2016년의 경험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말해준다. 
2016년 3월 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는 “우리 군대와 인민은 무모한 침략전쟁의 총포성을 도발자들의 참혹한 장송곡으로 만들어놓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성명은 조선이 조국통일성전을 수행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1) “우리 군대와 인민은 존엄 높은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과 안전을 란폭하게 침해하다 못해 우리의 생존공간을 핵참화 속에 몰아넣으려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전쟁도발광기에 전면대응하기 위한 총공세에 진입할 것이다. (중략) 우리 천만군민은 미제 완전소멸, 괴뢰역적 완전박멸의 구호 밑에 다지고 다져온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무진막강한 군사적 위력을 남김없이 과시하는 총공세에 떨쳐나설 것이다.”

(2)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적들이 우리의 존엄과 자주권, 생존권을 없애버리려고 피를 물고 덤벼드는 엄중한 상황에 대처하여 무자비한 섬멸적 타격을 가할 수 있게 선제공격적인 군사적 대응방식을 취하게 될 것이다. (중략) 우리의 군사적 대응조치도 보다 선제적이고 보다 공격적인 핵타격전으로 될 것이다.”

(3) “우리에게는 존엄 높은 최고수뇌부가 비준한 남조선 해방과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 위한 우리 식의 군사작전계획이 있다. 이에 따라 남조선작전지대 안의 주요타격대상들을 사정권 안에 둔 공격수단들이 실전배비되고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제침략군기지들과 미국 본토를 과녁으로 삼은 강력한 핵타격수단들이 항시적인 발사대기상태에 있다. 서슴없이 언명하건대 장장 반세기 이상 준비하여온 우리의 통일성전은 이 세계가 생겨 보지도 듣지도 못한 상상 밖의 주체적 전쟁방식으로 불이 번쩍 나게 이루어질 것이다. (중략) 이 결전은 우리 인민과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피맺힌 원쑤들인 미제와 남조선괴뢰들과의 세기적 결산을 위한 애국전쟁이며 민족의 최대 숙원을 성취하기 위한 통일성전이다.”

그보다 앞서 2016년 2월 23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우리 운명의 눈부신 태양을 감히 가리워보려는 자들을 가차없이 징벌해버릴 것이다”라는 제목의 “중대성명”을 발표하였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중대성명에서 조국통일전쟁의 작전방침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1)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혁명무력이 보유하고 있는 강위력한 모든 전략 및 전술타격수단들은 이른바 <참수작전>과 <족집게식 타격>에 투입되는 적들의 특수작전무력과 작전장비들이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는 경우 그를 사전에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의의 작전수행에 진입할 것이다.”

(2) “1차 타격대상은 동족대결의 모략소굴인 청와대와 반동통치기관들이다. (중략) 2차 타격대상은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제침략군의 대조선침략기지들과 미국 본토이다.” 

(3) “우리에게는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서 미국 땅덩어리를 마음 먹은대로 두들겨팰 수 있는 세계가 가져본 적이 없는 강위력한 최첨단공격수단들이 다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2일 핵무기연구소를 시찰하면서 핵무기병기화실태에 관한 종합보고를 받는 장면이다. 사진에 나타난 회백색 물체는 조선이 만든 열핵탄두(수소탄)다. 이 열핵탄두는 화성-15를 비롯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 안에 들어간다. 당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열핵탄두는 "핵탄위력을 타격대상에 따라 수십kt급으로부터 수백kt급에 이르기까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수소탄"이며,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공격까지 가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탄두이며, "100% 국산화되어 마음 먹은대로 꽝꽝 생산하는" 열핵탄두다. 조선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열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그런 조선을 감히 공격하지 못한다. 미국이 조선을 건드리면 조선은 미국 본토에 보복핵공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조선을 감히 공격하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조선에서 말하는 핵억제력이다. 미국이 조선을 감히 공격하지 못하므로, 조선은 조국통일성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조선과의 협상을 끝내 거부함으로써 조선을 통일전쟁의 길로 떠밀었고,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은 “남조선 해방과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 위한 우리 식의 군사작전계획”을 비준하였지만, 2016년에 그 군사작전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2016년 당시 조선은 핵무력 완성의 막바지에 올라서고 있었다. 2016년 당시 조선은 미국 본토 서부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실전배치하였지만,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직 시험발사하지 못하였다. 조선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때는 2017년 11월 29일이다. 또한 2016년 당시 조선은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소형화된 수소탄을 만드는 중이었다. 조선이 화성-15에 장착할 소형화된 수소탄을 터뜨린 기폭시험에 성공한 날은 2017년 9월 3일이다. 

2016년 당시 조선은 핵무력을 아직 완성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남조선 해방과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 위한 우리 식의 군사작전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지만, 조선이 핵무력을 완성한 2018년 이후에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2020년에  조선에서 불어올 엄청난 ‘폭풍’을 미국이 우려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둘째, 2016년 11월 미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대선에 출마한 트럼프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과는 색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선거유세 중에 그는 조미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였고, 주한미국군철수문제도 거론하였다. 조선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과는 색다른 목소리를 내는 트럼프 대선후보를 주목하면서 정권교체를 기다렸고, 그러는 사이에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하였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 2016년 12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직후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를 만나 90분 동안 대화하는 중에 “북조선이 제기한 심각한 위협”에 대해 “경고”하였지만, 트럼프는 “그 문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북조선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갖지 않은 듯하였다”는 것이다. 

2017년 1월 20일 조선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갖지 못한 채 백악관에 들어간 트럼프가 조선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미치광이위장술밖에 없었다. 실제로는 조선을 침공하지도 못하면서 마치 미치광이처럼 행동하여 조선을 침공할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유치한 심리전술이다. 2017년 당시 유엔주재미국대사였던 니끼 헤릴리는 2019년 11월에 출판된 자기의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에게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게 만들라”고 하면서 “군사적 선택권이 탁자 위에 있다고 전하라”고 지시했다고 서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토해낸 ‘화염과 분노’라는 망언은 미치광이위장술에서 나온 것이다.   

군사적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위장술을 다듬은 또 다른 심리전술은 미국이 조선의 핵시설에 대한 예방타격계획을 작성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린 이른바 ‘코피타격설’이다. ‘코피타격설’은 미국이 정밀타격수단을 동원하여 조선의 핵시설 몇 군데를 폭격함으로써 조선이 핵무력을 완성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뜻이다. ‘코피타격설’은 미국의 극우전쟁광 존 볼턴이 2017년 12월 1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에서 진행된 송년만찬에서 연설하면서 처음 언급하였고,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허벗 맥매스터가 영국 런던을 방문하고 있었던 2017년 12월 20일 영국 언론매체 <텔레그라프>가 추측기사로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코피타격설’도 미치광이위장전술과 마찬가지로 실체가 없는 심리전술이다.

미국은 속이 뻔히 보이는 유치한 심리전술로 조선의 핵무력 완성을 가로막으려고 하였으나, 조선이 ‘겁먹은 개가 더 크게 짖어댄다’는 속담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미치광이위장술과 ‘코피타격설’ 같은 미국의 심리전술은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하였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미치광이위장술과 ‘코피타격설’ 같은 유치한 심리전술을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되었다.

2017년 1월 20일 조선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갖지 못한 채 백악관에 들어간 트럼프는 자기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조미정상회담과 주한미국군철수를 추진하는 경우 미국 안에서 몰아칠 역풍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대통령 직권으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각료회의에서 주한미국군철수문제도 몇 차례 거론하였으나, 반대파들의 역풍을 맞고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 심하지 않은 역풍에도 주저앉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제는 조선으로부터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 차례다. 그런데 폭풍전야는 왜 이리도 고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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