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지각 심리를 계기로 권정오 위원장(왼쪽 여덟째) 등 전교조 관계자들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어 “법외노조 취소 판결을 하라”고 외치고 있다. 전교조 제공
▶ 해직된 교사 9명이 조합원으로 있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박근혜 정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아 합법적인 지위를 박탈당한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여러 소송에서 판결은 엇갈렸으며, 최종 결론은 기약 없이 미뤄져왔다.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대법원은 오는 5월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다. 대법원의 본격 심리를 계기로, 전교조 법외노조를 둘러싼 그동안의 논란과 법률적 쟁점을 짚어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문제가 드디어 법적인 매듭을 향해 가고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건을 지난해 12월 전원합의체로 돌린 대법원은 그동안 두차례(지난해 12월, 지난 1월) 심리를 마친 뒤 오는 5월20일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통상 공개변론은 한차례 이뤄지고 그 뒤 두세달 안에 판결이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늦어도 올 하반기까지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 장관(당시 방하남)으로부터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받은 때로부터 만 6년 반이 지나서야 법적인 판단이 끝나는 셈이다. 전교조가 2016년 2월1일 대법원에 법외노조 취소 소송(본안)에 대한 상고를 제기하고, 법외노조 통보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를 신청한 지도 벌써 4년이 넘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활동이 보장된 교원노조의 법외노조화가 가져오는 여러 불이익과 피해를 고려하면, 너무 지연된 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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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행정처분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2013년 10월24일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보낸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 공문입니다”라는 내용의 팩스 한장으로 시작됐다. 전교조 조합원 중에 해직된 교원이 일부 포함돼 있다는 것이 핵심 이유였다. 전교조 조합원은 6만명이며, 노조원인 해직 교원은 9명이었다. ‘부당 해고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는 전교조 규약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해고자의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이 있을 때까지만 교원으로 본다’는 교원노조법 제2조의 규정을 들어 해직 교원을 조합원에서 제외시킬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가 전체 조합원 투표를 통해 이 요구를 거부하자,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법 시행령을 근거로 법외노조 처분을 통보했다. 이 시행령에는 “노조가 행정관청의 시정 요구를 기간 내(30일)에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하여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는 조항(9조 2항)이 있다.
하지만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조처는 당시 박근혜 정부 안에서도 반대가 강했을 정도로 처음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시행령을 통해 법외노조로 통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전교조에 가입돼 있는 해직 교사 수가 미미하며 △1999년부터 합법적으로 활동해왔던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할 경우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이를 강행하려 하자, 방하남 당시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문제점을 정리한 ‘친전’을 보내 호소하기도 했지만 묵살됐다. 방 전 장관은 2018년 10월 사법농단 수사팀에 소환돼 이런 내용을 진술했다. 또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도 성명을 내 “조합원 자격 때문에 노동조합 자격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법외노조 통보 조처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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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판결들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날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의 소(본안)’와 함께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신청(가처분)’을 동시에 법원에 냈다. 이후 전교조와 박근혜 정부는 가처분 재판과 본안 소송,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 등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였다. 지금까지 법정 대결에서는 4승4패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먼저, 가처분 재판에서는 1심과 2심 법원에서 모두 전교조가 이겼다. 특히 2심 재판부(서울고법 제7행정부, 재판장 민중기)는 효력정지를 인용했을 뿐 아니라 전교조가 신청한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에 대해 “교원노조법 2조가 교원의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을 침해하고, 교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항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서 헌재에 위헌심판 제청을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해직 교원을 조합에서 제외하도록 한 교원노조법을 합헌이라고 결정(2015.5.28)했다. 이 직후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는 효력정지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장관의 재항고를 인용해서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2015.6.2)했으나, 서울고법 제10행정부(재판장 김명수)는 또다시 효력정지를 결정(2015.11.16)했다. 서울고법 제10행정부는 “비록 교원노조법이 위헌이 아닌 점이 분명해졌더라도, 노조법 시행령 제9조의 법적 성격이나 그에 따른 법외노조 처분의 행정규제기본법 위반 여부 등은 본안 소송에서 충실한 심리를 거쳐 판단이 필요”하다며 효력정지를 결정했다.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법외노조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절차적 견해에 그치지 않고, 본안 소송에서 정부 처분의 위법 여부를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그러나 1심(서울행정법원 제13부, 재판장 반정우)과 2심(서울고법 제7행정부, 재판장 황병하)의 본안 소송에서는 전교조가 두번 다 졌다. 1심은 “교원노조법 제2조에서 교원이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 것도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수단도 적절하다”고 밝혔으며, 2심도 “이 사건 (노동조합법) 시행령 조항이 법률의 위임 없이 구성요건을 정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하라”고 쓴 팻말을 내걸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전교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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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전교조 재판에 개입한 흔적이 여럿 나왔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2014.12.3) 문건이 대표적이다. 서울고법 제7행정부(재판장 민중기)에서 법외노조 통보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를 결정한 뒤 고용노동부가 재항고를 신청해, 대법원이 이에 대한 판단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 작성된 문건이다. 법원행정처는 이 문건에서 “(서울고법의 효력 정지) 인용 결정 후 BH(청와대)는 크게 불만을 표시하였다는 후문” “사법 관련 최대 현안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이라고 분석한 뒤 “대법원의 최대 현안인 상고법원 입법 추진에 대한 BH를 비롯한 각계의 협조·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재항고 인용 결정은 양측에 윈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숙원인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의 손을 들어주자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후 실제로 이 문건대로 실행하기 위해 애썼다. 고영한 당시 대법관은 2014년 12월 이아무개 재판연구관을 만난 자리에서 ‘너무나 합헌인데 집행정지를 결정해 국가적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법원의 이러한 시도는 지난해 9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의 증인신문 때 법정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4명의 재판연구관이 모두 고용노동부의 재항고를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자,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고 기다리다가 헌재의 교원노조법 합헌 결정이 내려진 뒤 이를 이유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2015.6.2)했다.
대법원은 가처분 신청뿐 아니라 본안에도 개입한 정황이 있다. 위 문건에는 본안 사건의 처리와 관련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법원 정기인사에서 해당 재판장 교체 가능성이 높음”이기 때문에 “결론은 (차기) 해당 재판부가 자연스럽게 도출하면 될 것”이라고 적었다.(그 뒤 실제 재판장이 민중기에서 황병하로 바뀌었다.) 또 “(고법) 판결 시에도 재항고 사건의 처리 결과가 간접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설령 대법원의 잠정적 결론과 다른 방향의 결론이 본안에서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대법원의 심증이 집행정지 사건을 통하여 어느 정도 공개된 이상 BH 등의 동요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대법원에 의한 하급심 판결 교정 기능이 부각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고법의 본안 재판 결과 고용노동부가 패배하더라도 앞으로 대법원에서 뒤집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 뒤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는 이듬해인 2015년 6월 효력정지 재항고심에서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파기환송했으며, 본안에 대한 2심(서울고법 제7행정부, 재판장 황병하. 2016.1.21) 판결에서는 법원행정처 문건의 예측대로 대법원의 효력정지 재항고 건 파기환송과 같은 결론(전교조
패소)이 나왔다. 법원행정처는 효력정지 재항고심이 나온 한달 뒤 양승태 대법원장의 박근혜 대통령 면담에 대비해 만든 자료(‘현안 관련 말씀자료’)에서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 유죄 판결 등과 함께 전교조의 법외노조 효력정지 파기환송을 주요한 예로 들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전교조 해고자원직복직투쟁특별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한 박근혜 정권과 전교조 소송과 관련한 사법농단 의혹이 있는 양승태 사법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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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법적 쟁점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에 계류돼 있던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것은 대법원이 그만큼 이 사건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통상 소부(대법관 3명)의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소수 의견이 나오거나 명령·규칙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대법관 회의를 통해 전원합의체로 사건이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 건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의 위법 여부다. 1심과 2심은 본안 소송에서 이 시행령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당사자인 전교조뿐 아니라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시행령은 법률적인 근거가 없어서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즉,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만드는 법률에 의해서만 할 수 있으며(헌법 제37조, 기본권 제한 시 법률 유보 원칙), 기본권을 제한하는 시행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을 받아야(헌법 제75조,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계) 하는데 노동조합법에는 시행령에 나오는 법외노조 통보에 관한 조항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전교조의 법정 대리인인 신인수 변호사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삭제된 옛 ‘노조법’의 노조 해산명령제도를 노태우 정부 때 슬그머니 부활시킨 것인데 문제는 이 시행령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모법에 없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이라고 말했다.
비례원칙 위반 여부도 주요한 쟁점이다. 전교조의 6만 조합원 가운데 논란이 된 해고자는 9명(0.0015%)에 불과하다. 이들의 존재를 이유로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행정당국의 재량권 일탈과 남용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전교조 규약은 처음부터 근로자(교원) 아닌 사람을 조합원에 ‘가입’시킨 게 아니라 해직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시킨 것이어서 노동조합법 제2조 위반으로 보는 데 대해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대법원은 조합원 34명 중 무자격자 2명이 있다는 이유로 노조에 대한 해산명령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대법원 71누9 선고, 1971.3)한 바 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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