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왜 배워야 할까? 5천 년의 우리 역사에서 일어났던 모든 사실(事實)을 모두 달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역사는 사실(事實)도 있고 사실(史實)도 있다. 사실(史實)은 사가들이 후세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골라 낸 역사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사가들이 ‘과거의 사실(史實)을 통해 나의 삶이 더 보람 있고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학교는 그런 역사교육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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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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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역사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나의 삶이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보다 내가 얼마나 더 많은 과거의 사실을 암기하고 있는가의 여부를 가리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설마 할 지 모르지만 그게 현실이다. 역사뿐만 아니라 모든 공부가 다 그런 식이다. 바람직한 역사공부란 사실(史實)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국가에 대한 이해를 더하고 우리의 제도, 사고방식, 관습을 이해함으로써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통찰력과 비판적 사고력, 판단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먼저 언니가 술 취한 아버지 롯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 날이 밝아 술에서 깬 롯은 아무 기억이 없었다. 다음 날 밤에도 롯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자 동생이 아버지와 잠자리를 했다.” - 유대민족의 역사. 구약성서는 이렇게 성이 개방된 요즈음 들어도 얼굴이 뜨거운 근친상간이야기, 아브라함의 조카 롯의 이야기를 적어두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또 유대인들이 지혜의 왕으로 자랑하는 솔로몬의 아버지 다윗의 이야기는 이렇게 써 놓았다.
“다윗은 어느 날 밧쎄바라는 여인이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고 그녀에게 정욕을 품고 권력을 이용하여 그녀를 취한다. 그녀가 임신을 하자 자기 백성들에게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변방에서 근무하는 그녀의 남편 우리아를 불러서 아내와 동침하게 한다. 우리야는 충직한 신하였기 때문에 근무중에 아내의 방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법률을 지켰다. 다윗은 자신의 불륜을 숨길 수 없게 되자, 우리야를 전방에 보내 죽을 수밖에 없는 전투에 참여시켜 우리야가 전사한 후 밧쎄바와 혼인한다.”
낯 뜨거운 역사. 그것도 아들 딸 손자들에게 대대로 배우게 할 교과서(역사)에 왜 이렇게 부끄러운 과거를 적나라하게 적어 두었을까? 성이 개방된 사회도 아닌 구약시대, 19금으로 묶어 둬야 할 부끄러운 이야기를 과감하게 기록한 유대민족과 근현대사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덮고 미화하려고 국정교과서를 만들었던 대한민국의 역사… 부끄럽고 참담한 과거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던 국정교과서를 우여곡절 끝에 검인증교과서로 바꾸었지만 그 딸이 대통령이 되자 다시 국정교과서로 아비의 악행을 미화한 국정교과서를 만들려다 실패한 대한민국의 역사교육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나는 며칠 전 블로그에 이런 주제의 글을 썼던 일이 있다.
아마 이 글을 읽은 사람 증에는 다 아는 얘기를 왜 새삼스럽게 긁어 부스럼을 내느냐고 역정을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국정교과서를 배운 사람들은 자기 눈을 의심했을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존경하는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건국대통령, 국부로 존경하고 있는 이승만 대통령이 차마 인간으로서 못할 학살자라니… 충격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착하기만 한 기독교인들. 자기가 존경하는 성직자들의 뿌리가 서북청년회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들이 하나님이나 지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일까 의심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상처받은 분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성서를 믿지 않고 하나님 자리를 빼앗을 성직자를 믿는 신자들에게 반면교사다 될 수만 있다면… 연단의 과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10월 유신과 5.16쿠데를 가르치지 않는 역사교육. 보도연맹이니 양민학살, 제주항쟁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다물어야 하는 역사교육. 내가 너보다 아는 게 더 많다고 자랑질이나 하기 위해 배우는 역사공부는 가짜다. 역사를 배우고서도 역사의식도 민주의식도 평등의식도 없는 사람은 역사공부를 잘못한 것이다. 그런 역사공부를 한 사람들이 지금 저명인사가 되고 학자가 되고 언론인이 되어 국민의 권리를 유린하고 있다. 진실을 외면하는 역사 부끄러운 역사는 덮어두고 역사를 미화하는 역사교육은 역사의식이 없는 방황하는 인간을 양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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