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 잊어버렸어

[인터뷰] 김기완, 국민의 국회 건설 운동 노동본부장
▲김기완, 21대 총선 민중당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한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 겸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여기가 제가 일하던 곳이에요” 묻기도 전에 환호성부터 터트리는 걸 보면 적잖이 들떠 있다.
21대 총선에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기완 위원장을 그가 일하던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만났다.
김 위원장은 마트 후방 창구에 들어서자 예전 근무할 때처럼 지게차에 올라 능숙한 운전 실력을 뽐냈다.
“아직 안 잊어버렸어 × 3” 김 위원장의 흥분 상태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았다.
“매일 건물 한 채 크기의 물건이 들어오고 정리되고 팔려나가는 마트 내 후방이라 부르는 공간입니다. 여기가 제 일터였고요, 오랜만에 오니까 너무 설레고 좋습니다. 자 이제 하시죠. 인터뷰”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마트노조 건설사
그리운 고향 집을 찾은 사람처럼 감상에 젖어 있던 김 위원장은 2013년 홈플러스노동조합을 만든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이 곳에서 2년 남짓 근무했는데, 너무 부당한 일이 많아가지고~” 복잡할 것같던 노조 건설사는 의외로 간단했다.
대형마트 노동자로 일하다 보니 억울하고 부당한 일들이 너무 많았고, 비단 자신뿐 아니라 동료들 모두가 겪고 있었기에 힘을 합쳐 노조를 만들었다. 영등포점을 시작으로 전국에 있는 홈플러스 마트노동자를 조직해 홈플러스노동조합을 결성. 이후 이마트와 롯데마트까지 묶어 마트산업노조를 출범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가입, 명실공히 마트노동자들의 권익을 지키게 되었다.
노동자가 직접 조종하는 국회의원
김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한계가 있어 국회의원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힘을 키우기 위해 총선에 출마한다고 했다.
“20대 국회가 최악인 것을 보면서도 정작 주권자인 국민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국민의 명령대로, 노동자가 직접 조종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과거 진보정당들에서 노동자의 대표가 숱하게 국회의원이 됐지만 제 역할을 못한데 대한 김 위원장의 견해가 듣고 싶어졌다.
“민주노총의 노동자정치세력화도 엄밀하게 보면 대리주의나 위임정치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진단한 김 위원장은 “노동자가 정치에 개입하고 정치를 통제할 힘을 키우는 운동을 통해 노동자 직접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이 말하는 노동자 직접정치란? “잘난 노동자 한 명이 대표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자각한 노동자가 국회를 통제하고 노동자의 의지대로 정치를 조종해 노동자 민중,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국회 건설 운동을 통해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은 투표용지 100만 장을 미끼로 빼앗긴 권력을 되찾고, 국민의 명령만 받들고 노동자가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후보 시절엔 국민의 명령 노동자의 통제를 받겠다고 하지만 정작 당선되고 나서 약속을 저버리면 어쩌나?
“그러니까 노동자가 그리고 노동조합이 힘을 키워야 직접정치가 이뤄진다는 거다”
권력 앞에 고개를 숙인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왜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냐 하면? 유권자, 말 그대로 권력이 유권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 있어야 명령할 수 있고, 힘이 있어야 조종할 수 있다”
“유권자인 노동자가 국회의원이 되게도 하고, 잘라버리게도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나는 노동자를 대표해서 출마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힘을 키우기 위해 출마했다”
국민의 국회에선?
21대 국회가 직접정치가 구현된 국민의 국회가 된다면 무엇을 해야할까?
김 위원장은 21대 국회에 촛불의 완성을 주문했다. “21대 국회에 친미•친일•친재벌 수구정당은 발도 디뎌놓지 못하게 하자”고 힘주어 말하곤 “대신 중단된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이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길을 방해하고,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협박하는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태일 50주기, 전태일의 외침과 호소처럼 노동자의 피눈물을 닦아주는 노동존중사회를 위해 ‘전태일 법’을 만들자. 벌써 1천만명이 돼버린 차별과 억압의 상징 비정규직 철폐”를 21대 국회의 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민중당은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해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뽑는 ‘민중공천제’로 총선 후보를 선정한다. 마트노동자 김기완 후보도 국민의 국회 건설을 기치로 출사표를 던졌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정치의 꿈이 실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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