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쥐 사이, 오징어는 왜 그렇게 영리할까


조홍섭 2020. 0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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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뇌지도 작성…척추동물 중추신경계와 유사 ‘수렴 진화’

sq1.jpg» 화살오징어과의 흰꼴뚜기. 오징어와 문어는 무척추동물이면서 척추동물 못지않은 지적 능력으로 유명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오징어와 문어, 주꾸미, 갑오징어 등 두족류는 다리가 몸이 아닌 머리에 달린 무척추동물이면서도 척추동물 뺨치는 지적 능력을 자랑한다. 척추동물과는 5억년 전 갈라져 나왔지만 놀라운 위장과 학습 능력 등으로 ’외계에서 온 생물 아니냐’란 주장이 나올 정도이다(▶관련 기사외계인 두뇌, 사람보단 문어랑 닮았다? , 지극한 모성애와 지능…낙지가 고통을 모를까?).

최신 영상기술을 이용해 오징어의 일종인 흰꼴뚜기의 뇌지도를 작성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청 웬성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대 박사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아이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흰꼴뚜기의 뇌를 ‘확산 강조 자기공명영상장치’(dMRI)로 조사한 결과 “두족류의 신경계가 척추동물의 중추신경계와 유사한 ‘수렴 진화’를 이룩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수렴 진화란 박쥐와 새의 날개처럼 비슷한 기능을 하는 형질이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을 가리킨다.

sq2.jpg» 살아있는 흰꼴뚜기의 두뇌를 첨단 영상장치인 ‘확산 강조 자기공명영상장치’로 뇌 구조를 분석했다. 청 외 ‘아이 사이언스’ (2020) 제공.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로 두족류의 뇌에서 이미 알려진 281개의 신경 연결을 직접 확인하고 145개의 연결 경로를 새로 발견했다”며 “새로 발견된 연결의 60% 이상은 시각과 운동계와 관련된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두족류는 뇌의 크기는 작지만,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복잡한 중추신경계를 지닌다. 새로운 자극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영리한 방식으로 대응해 과학자들을 놀라게 한다.

이제껏 밝혀진 이들의 행동을 보면, 패턴 인식, 두 다리로 걷기, 배우자 보호, 사회적 인지 능력, 관찰하고 배우기 등 고등 척추동물에 비견된다. 청 박사는 “두족류는 복잡한 두뇌로 유명해 개에 견줄 만 하고 쥐를 능가한다”며 “뉴런의 수만 보더라도 두족류가 5억개가 넘는데, 쥐는 2억개이고 보통의 연체동물은 2만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sq3.jpg» 오징어는 화려한 색깔과 무늬로 포식자를 피하고 사냥하지만 정작 자신은 색맹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특히 오징어와 문어는 피부의 색깔과 무늬를 재빨리 바꾸어 포식자를 피하거나 사냥하고 동료와 소통한다. 청 박사팀은 2016년 오징어가 복잡하고 화려한 색깔과 무늬로 주변 환경 속에 녹아들어 가는 ‘위장의 천재’이면서도 정작 자신은 색깔을 구별하지 못하는 색명임을 밝힌 바 있다.

청 박사는 “오징어의 뇌에는 위장과 시각 소통에 쓰이는 신경 회로가 다수 분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새로 발견된 신경망 가운데는 수심에 따라 위장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몸의 빛깔을 부분적으로 바꾸는 기능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밝혔다. 

척추동물 가운데 물고기 등은 몸의 윗부분은 어둡고 아랫부분은 밝은 색깔을 띠어 수면 위와 아래 어떤 방향에서 보더라도 잘 보이지 않도록 위장한다. 청 박사는 “(아직 오징어에서 발견되지 않았지만) 잘 연구된 척추동물 신경계와의 유사성을 토대로 두족류에서 어떤 행동이 나타날지 새로운 예측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q4.jpg»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흰꼴뚜기. 수렴 진화의 놀라운 사례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토록 독특하고 놀라운 생물체를 둘러싸고 인간 중심적인 추정과 오해가 많았다”며 “이번 연구는 두족류가 복잡한 인지 능력을 지닌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저널: iScience, DOI: 10.1016/j.isci.2019.10081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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