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공개된 한국의 기후위기 전략 내용이...
[기고] '1.5도 목표' 포기, 한국의 2050 감축계획 절망스럽다
환경부가 미루고 있던 2050년 저탄소 장기 발전전략(LEDS)의 권고안을 오늘 공개했다. 2050년까지 2017년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7억910만 톤의 75%를 줄이는 1안(최대안)부터 40%까지 줄이는 5안(최소안)의 다섯 가지 미래상을 담았다. 1안에서 감축률 61% 수준인 3안까지가 파리기후총회 기준인 섭씨 2도 이내 제한 권고 수준에 부합한다. 권고안은 이 같은 계획을 두고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만 적시하고, 별도의 필요성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한가해도 너무 한가한 계획이다. 이것으로는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지구적인 차원의 기후정의를 지킬 수 없으며, 정의로운 전환도 불가능하다. 유럽연합이 기후위기 비상상태를 선언하고, 영국과 프랑스 등이 2050년 탄소제로 입법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절망스럽다.
탄소중립? 그나마 진전이지만, 혼란만 야기할 것
권고안은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을 새로 제시하였다.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과거 권고안에 비해서 진전이라면 진전이지만, 모호한 정책 함의 그리고 위험천만한 기술적 해결책들을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만 더욱 만들어 낼 것이다.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은 넷제로(순배출 제로)라는 개념과 밀접하다. 한마디로 화석연료를 계속 태워서 온실가스는 계속 배출하더라도, 다양한 기술적 해결책 - 탄소포집저장 기술, 대기 중 탄소제거 기술 등을 통해서 수치상 대기 중에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제로(=중립)로 만들겠다는 접근이다
대표적인 탄소중립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기술(BECCS)의 경우,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식량을 생산할 세계 토지 면적과 비슷하거나 많은 토지를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사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빼내기 위해서, 식량을 생산을 중단해야 할 판이다. 정신 나간 발상이다.
탄소중립이 아니라, 배출제로!
'탄소중립'이 아니라, '배출제로'가 핵심적인 개념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를 낳은 직접적인 원인인 온실가스(특히 이산화탄소) 배출을 중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화석자본주의와 결별해야 한다. 더이상 석유, 석탄 그리고 천연가스의 채굴을 중단하고, 이의 수송과 이용도 중지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기술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정도(正道)다.
권고안이 배출제로가 아니라, 탄소중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개발주의 세력 그리고 자본·기업들과 타협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의 12~13%를 차지하는 포항제철이 계속 코크스를 태워서 온실가스를 배출해도, 사후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개념이 필요한 것이다.
비슷하게 현대차가 전기차도 만들지만, 이미 투자된 생산라인에서 최대한 많은 내연기관차를 생산해내 판매해서 이윤을 불릴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개념도 '탄소중립'이다. 석탄발전소에 매달리다 파산에 내몰리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가스복합발전 기술로 회생해보겠다고 공적 투자를 주장할 수 있는 것도 '탄소중립' 개념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대기 중에 배출된 것을 거둬들이면 된다고 주장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는 복지부동에도 뭔가 하고 있다고 믿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다. 그러니 사회적 압력에 밀려 (문제 많은)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스스로 그 의미를 깎아내리는데 힘을 쓰고 있다. 즉, 사회적 공론화에 붙일 것이라는, 5개의 2050년 감축 시나리오에는 이런 탄소중립(=넷제로) 목표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현재 권고안에 담긴 정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죽을힘을 다해서, 현상 유지하자!'라고 할 수 있다. 한심하다.
2도 목표가 아니라 1.5도 목표!
정부가 공개한 이번 권고안은 2도 목표에 매달려 있고, 1.5도 목표는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 2018년 송도에서 열린 IPCC가 발표한 1.5도 특별보고서 이후, 전세계는 1.5도 목표를 위해서 최소한 2050년 ‘넷제로’를 만들자며 움직여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대로 국제사회는 '넷제로' 개념의 위험성도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권고안은 2018년 이후의 세계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즉, 이미 유엔에 제출한 국가들의 LEDS를 분석하면서 2도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만을 강조할 뿐, 최근의 변화를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이 오래전 제출한 2050년 LEDS의 감축목표는 1990년 대비 80% 감축이다. 하지만 영국은 작년에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2050년 배출제로를 기후변화법에 명시했다. 권고안에 이 점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 2도 목표가 최선인 것처럼 호도하려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또한 권고안이 "상향식 접근"이라며 활용한 IPCC AR5(5차 보고서) 및 다른 기관들의 2050년 감축률은 모두 2도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IPCC 1.5도 특별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에 나온 연구들이기 때문이다. 몇몇 1.5도 목표를 겨냥한 감축률을 적용했을 때, 한국의 2050년 목표는 배출제로이거나 마이너스 배출이어야 한다. 이런 사실은 부각되어 있지 않다.
왜 탄소예산 개념을 수용하지 않았나?
이 권고안은 연구자의 입장에서 대단히 부끄러운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가 IPCC 보고서를 인용하며 강조하고 있는 '탄소예산' 개념을 주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 전 세계에게 한정된 탄소예산이 있으며, 그 일부가 한국에게 주어지는 탄소예산일 것이다. 이것을 정확히 계산하기가 쉽지 않더라도, 이 개념에 기반을 두고 감축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회피했다.
탄소예산 개념을 받아들인다면, 당연히 (시점은 조정될 수 있어도) 배출제로 목표를 제시해야 하며, 또한 2030 감축목표(NDC)가 새로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한 2030년 목표를 유지하지 않았고, 2050년에도 배출제로로 도달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권고안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적극적 노력"하겠다고 아무리 공언하더라도, 공허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반대로, 검증되지 않은 가정을 무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겠다면서 내놓은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의 탈동조화 주장은 미심쩍은 가설이며, 개발주의자와 기업들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GDP를 계속 증가시키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이 다른 나라로 온실가스 배출원을 이전하는 '탄소 누출' 현상 없이 가능할 지 장담할 수 없다. 탈동조화 현상은 '탄소 누출' 현상이 일어난 일부 유럽 국가들만의 일일지 모른다.
2050년 저탄소 장기발전 전략에 대한 토론에서 탈성장 주장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는다면, 지적으로 게으른 일이라고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개발주의에 빠져 있고 기업에 포획된 정부가 미처 다루기 힘든 문제제기와 토론은, 전문가 포럼이 해야 할 일지만 결국 전문가 포럼은 그저 순한 양이 되었을 뿐이다. 부끄럽고 또 답답하다.
1.5도 목표를 지키고자 했을 때, 전지구적으로 남은 탄소예산은 8년이면 모두 소진된다. 제발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한가해도 너무 한가한 계획이다. 이것으로는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지구적인 차원의 기후정의를 지킬 수 없으며, 정의로운 전환도 불가능하다. 유럽연합이 기후위기 비상상태를 선언하고, 영국과 프랑스 등이 2050년 탄소제로 입법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절망스럽다.
탄소중립? 그나마 진전이지만, 혼란만 야기할 것
권고안은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을 새로 제시하였다.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과거 권고안에 비해서 진전이라면 진전이지만, 모호한 정책 함의 그리고 위험천만한 기술적 해결책들을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만 더욱 만들어 낼 것이다.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은 넷제로(순배출 제로)라는 개념과 밀접하다. 한마디로 화석연료를 계속 태워서 온실가스는 계속 배출하더라도, 다양한 기술적 해결책 - 탄소포집저장 기술, 대기 중 탄소제거 기술 등을 통해서 수치상 대기 중에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제로(=중립)로 만들겠다는 접근이다
대표적인 탄소중립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기술(BECCS)의 경우,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식량을 생산할 세계 토지 면적과 비슷하거나 많은 토지를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사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빼내기 위해서, 식량을 생산을 중단해야 할 판이다. 정신 나간 발상이다.
탄소중립이 아니라, 배출제로!
'탄소중립'이 아니라, '배출제로'가 핵심적인 개념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를 낳은 직접적인 원인인 온실가스(특히 이산화탄소) 배출을 중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화석자본주의와 결별해야 한다. 더이상 석유, 석탄 그리고 천연가스의 채굴을 중단하고, 이의 수송과 이용도 중지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기술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정도(正道)다.
권고안이 배출제로가 아니라, 탄소중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개발주의 세력 그리고 자본·기업들과 타협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의 12~13%를 차지하는 포항제철이 계속 코크스를 태워서 온실가스를 배출해도, 사후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개념이 필요한 것이다.
비슷하게 현대차가 전기차도 만들지만, 이미 투자된 생산라인에서 최대한 많은 내연기관차를 생산해내 판매해서 이윤을 불릴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개념도 '탄소중립'이다. 석탄발전소에 매달리다 파산에 내몰리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가스복합발전 기술로 회생해보겠다고 공적 투자를 주장할 수 있는 것도 '탄소중립' 개념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대기 중에 배출된 것을 거둬들이면 된다고 주장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는 복지부동에도 뭔가 하고 있다고 믿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다. 그러니 사회적 압력에 밀려 (문제 많은)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스스로 그 의미를 깎아내리는데 힘을 쓰고 있다. 즉, 사회적 공론화에 붙일 것이라는, 5개의 2050년 감축 시나리오에는 이런 탄소중립(=넷제로) 목표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현재 권고안에 담긴 정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죽을힘을 다해서, 현상 유지하자!'라고 할 수 있다. 한심하다.
2도 목표가 아니라 1.5도 목표!
정부가 공개한 이번 권고안은 2도 목표에 매달려 있고, 1.5도 목표는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 2018년 송도에서 열린 IPCC가 발표한 1.5도 특별보고서 이후, 전세계는 1.5도 목표를 위해서 최소한 2050년 ‘넷제로’를 만들자며 움직여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대로 국제사회는 '넷제로' 개념의 위험성도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권고안은 2018년 이후의 세계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즉, 이미 유엔에 제출한 국가들의 LEDS를 분석하면서 2도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만을 강조할 뿐, 최근의 변화를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이 오래전 제출한 2050년 LEDS의 감축목표는 1990년 대비 80% 감축이다. 하지만 영국은 작년에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2050년 배출제로를 기후변화법에 명시했다. 권고안에 이 점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 2도 목표가 최선인 것처럼 호도하려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또한 권고안이 "상향식 접근"이라며 활용한 IPCC AR5(5차 보고서) 및 다른 기관들의 2050년 감축률은 모두 2도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IPCC 1.5도 특별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에 나온 연구들이기 때문이다. 몇몇 1.5도 목표를 겨냥한 감축률을 적용했을 때, 한국의 2050년 목표는 배출제로이거나 마이너스 배출이어야 한다. 이런 사실은 부각되어 있지 않다.
왜 탄소예산 개념을 수용하지 않았나?
이 권고안은 연구자의 입장에서 대단히 부끄러운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가 IPCC 보고서를 인용하며 강조하고 있는 '탄소예산' 개념을 주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 전 세계에게 한정된 탄소예산이 있으며, 그 일부가 한국에게 주어지는 탄소예산일 것이다. 이것을 정확히 계산하기가 쉽지 않더라도, 이 개념에 기반을 두고 감축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회피했다.
탄소예산 개념을 받아들인다면, 당연히 (시점은 조정될 수 있어도) 배출제로 목표를 제시해야 하며, 또한 2030 감축목표(NDC)가 새로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한 2030년 목표를 유지하지 않았고, 2050년에도 배출제로로 도달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권고안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적극적 노력"하겠다고 아무리 공언하더라도, 공허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반대로, 검증되지 않은 가정을 무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겠다면서 내놓은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의 탈동조화 주장은 미심쩍은 가설이며, 개발주의자와 기업들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GDP를 계속 증가시키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이 다른 나라로 온실가스 배출원을 이전하는 '탄소 누출' 현상 없이 가능할 지 장담할 수 없다. 탈동조화 현상은 '탄소 누출' 현상이 일어난 일부 유럽 국가들만의 일일지 모른다.
2050년 저탄소 장기발전 전략에 대한 토론에서 탈성장 주장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는다면, 지적으로 게으른 일이라고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개발주의에 빠져 있고 기업에 포획된 정부가 미처 다루기 힘든 문제제기와 토론은, 전문가 포럼이 해야 할 일지만 결국 전문가 포럼은 그저 순한 양이 되었을 뿐이다. 부끄럽고 또 답답하다.
1.5도 목표를 지키고자 했을 때, 전지구적으로 남은 탄소예산은 8년이면 모두 소진된다. 제발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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