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5G중간요금제 ‘비슷비슷’...‘생색내기’ 불과했나
소비자단체 “차별화 경쟁 안 보여...용인한 정부도 책임”
- 김백겸 기자 kbg@vop.co.kr
- 발행 2022-08-25 18:40:19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통신 3사 간 큰 차별점이 없는 5G 중간요금제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4일 월 이용료 6만1,000원에 기본 데이터 31GB(기가바이트)를 제공하는 '5G 슬림+' 요금제를 출시했다.
기존 요금체계인 '월 5만5,000원·12GB 요금제'와 '7만5,000원·150GB 요금제'의 사이에 위치한 중간요금제다. 데이터를 모두 소진한 경우는 1Mbps의 속도로 데이터 통신을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통 3사는 모두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가장 먼저 5G 중간요금제를 내놓은 SK텔레콤은 지난 5일 5만9,000원에 24GB를 제공하는 '베이직플러스'를 출시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중간요금제는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5G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6.8GB인데 이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과 소비자단체에서는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KT는 월 6만1,000원에 데이터 제공 30GB의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지적을 받았던 데이터 제공량을 상향하는 대신 월 이용료를 높인 것이다.
여기에 LG유플러스는 KT의 중간요금제와 같은 월 이용료에 데이터 제공량을 조금 상향하는 것으로 차이를 뒀다.
LG유플러스가 눈치 싸움 끝에 가장 나중에 중간요금제를 출시한 만큼 데이터 제공량이 가장 많다. 그러나 월 이용료에 제공 데이터를 나눈 1GB당 단가를 보면 통신 3사의 5G 중간요금제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LG유플러스가 1,968원으로 가장 낮고, KT는 2,033원, SK텔레콤은 2,458원으로 가장 높다. 500원도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이다.
SK텔레콤의 10GB 요금제(월 5만5천원)와 110GB 요금제(월 6만9천원)의 1GB당 단가를 계산하면 10GB 요금제는 5,500원, 110GB 요금제 약 627원이다. 통신 3사의 중간요금제의 1GB당 단가는 모두 두 요금제의 중간 수준이다. 이들 '중간요금제'가 10GB와 110GB의 '중간'만큼의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다.
요금경쟁 없이 '중간요금제' 구색 갖추기만...정부도 책임
소비자단체들은 출시된 5G 중간요금제가 생계비 절감이라는 실효성을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110GB 이상의 대용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와 10,000원도 차이 나지 않으면서, 데이터 제공량은 대략 70GB나 차이 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간요금제로 넘어갈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따르기 위한 구색 맞추기식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이나 요구를 감안해서 상세하게 선택권을 주는 요금제가 나올 걸로 기대했는데 이윤 추구를 위한 방향으로 요금제가 출시됐다"면서 "1만원만 더 주면 110GB를 쓸 수 있는데 다 그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가 요구한 건 전혀 없다. 이름만 중간요금제라고는 발표라고는 하지만 이것은 소비자기만"이라고 비판했다.
통신 3사가 중간요금제를 두고 눈치 싸움을 벌이면서도 요금 차별화 경쟁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동통신 시장을 3사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담합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2020년 '통신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서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던 통신사들의 주장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통신 3사끼리 경쟁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지는 사건인 것 같다"면서 "경쟁이 완전히 부재한 상황인 것 같다. 통신사들끼리 경쟁하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도 지적된다. 중간요금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부터 강조된 윤석열 정부의 주요 민생대책이었다. 그러나 막상 통신 3사의 중간요금제 내용에 대해서는 주도권을 쥐고 진행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SK텔레콤의 중간요금제가 '생색내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간요금제 출시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보였을 뿐이다. 정부 또한 '중간요금제 출시'라는 구색만 목표로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연 참여연대 사회경제 1팀장은 "윤석열 정부가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나 실제 중간요금제를 통해 혜택을 보는 국민은 극히 일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신사업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격을 선택한 것을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실효성 있는 중간요금제가 출시되기 위해서는 현재 5G요금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사용하는 만큼 지불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지금 5G요금체계에서는 그런 요소가 없다"면서 "가장 최저요금제부터 가격을 인하하는 등 요금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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