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의 아고라] 평생 공부를 요구하는 언어의 생명력

 

[이재희의 아고라] 평생 공부를 요구하는 언어의 생명력

  • 기자명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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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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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8.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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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전 총장
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전 총장

[뉴스더원] 과학기술의 발달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 생겨난 사물이나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신조어(新造語)들이 등장하고 그중 일부는 매년 사전에 등재되기도 한다. 우리말 신조어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지만, 외국의 다른 언어로부터 차용되는 외래어도 이에 포함된다.

그리고 신조어는 ‘한글, 단팥죽, 건널목’ 등처럼 언어 정책상 계획적으로 만들어져 보급된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 일반인들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된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우리말에 편입되는 신조어를 이해해야 일상의 언어생활에 참여할 수 있다.

며칠 전 TV 프로그램에서 미혼의 청춘 남녀들이 자기 소개를 하면서 ‘딩크족’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데, 옆에 있는 아내에게 그 말의 뜻을 물어서 ’맞벌이로서 수입은 두 배인데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부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후 신문을 보는데 기사 제목에 ‘파이어족’이라는 용어가 나오고 그 밑에 작은 글자로 ‘경제적으로 독립한 조기 은퇴자’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지만, 그 뜻을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경제적 독립을 이루어 조기 은퇴를 꿈꾸는 사람’이란다.

위에서 언급한 낱말들은 최근에 생성된 頭文字語(acronym)들이다. ‘딩크(DINK)족’은 ‘Double Income, No Kids)의 첫 글자들만 모은 신조어이고, ’파이어(FIRE)족‘은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이러한 신생 낱말들도 계속 생명력을 이어가면 ‘에이즈(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처럼 일상생활에서도 사용될 것이다.

오래전에 생성된 두문자어로서 이제는 외래어로서 우리말처럼 사용되는 ‘레이더, 스쿠바, 유네스코’는 원어가 각각 RADAR(RAdio Detecting And Ranging), SCUBA(Self-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 UNESCO(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을 것이다.

이렇게 생성된 낱말들은 의미를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읽는 방식도 두 가지라서 부차적인 학습 부담을 안겨준다. 하나는 ROK(알 오 케이)와 UFO(유 에프 오)처럼 철자 하나씩 읽는 방식이고, 다른 방식으로 AIDS, DINK, FIRE, YOLO 등은 영어 단어처럼 ‘에이즈, 딩크, 파이어, 욜로’로 읽는다. 이처럼 외국어에서 만들어진 두문자어는 뜻과 발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학습을 요구한다.

최근에는 우리말에도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표현하기 위하여 새로 태어나는 두문자어들이 많다. 청년실업 등 사회 불만과 관련되는 것으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인구론’(인문계의 구십(90)%는 논다) 등이 있고, 신문화·신소비층과 관련되는 것은 ‘펫팸족’(반려동물(pet)과 가족(family)의 합성어), ‘소소잼’(소소한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20대의 놀이문화) 등이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연관되는 것은 ‘혼밥’(혼자 밥 먹는 것), SNS와 관련되는 것은 광삭·빛삭(인터넷 게시물을 빛의 속도로 삭제하는 것), 감정표현을 나타내는 것으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와 극혐(매우 싫어한다) 등을 들 수 있다.

새로운 사물이나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낱말들은 시사용어, 은어, 속어 등의 형태로 태어났다가 필요가 다하면 소멸한다. 신조어 때문에 의사소통 저해는 물론 언어 파괴를 우려하는 주장도 있지만, 언어는 시대 흐름을 담는 그릇인 만큼 신조어 탄생은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생명력이 짧은 신조어들도 그 낱말의 의미를 알고 있어야 대화나 글을 이해할 수 있으므로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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