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하면 어색하고 빼면 어려운 조사, 어떻게 쓸까
"한국어는 조사가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조사가 많이 있는 문장도 어렵지만 조사가 없는 문장은 더 어려워요."
이 연구에 참여하는 아일랜드 사람 오언 씨의 넋두리다. 의료 분야와 관련한 두 개 공문서에 한국인도 어려워할 만한 몇몇 표현들이 등장했다. 전문 용어나 한자어가 조사 없이 나열되거나 조사를 지나치게 여러 번 사용한 부분이다.
▲ 질병관리청 누리집에 실려있는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 | |||||||
ⓒ 뉴스사천 먼저 질병관리청이 누리집에 실은 원숭이두창의 증상과 예방을 설명한 글을 살펴보면, '국가의 공중보건 위기 상황 시 사용할 목적으로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라는 문장 중 '사용할 목적으로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가 어색하다. 여기서 반복된 조사 '으로'를 하나 뺀다고 해도 의미가 완전하지 않아 문맥 전체를 아울러 고쳐야 한다. 이에 주의해 문장을 다듬으면 '국가의 공중보건 위기 상황 시 사용할 목적으로 비축하고 있기에'로 쓸 수 있다. 고친 문장에서도 여전히 명사의 나열로 구성돼 있다. '상황', '비축'을 쉬운 말로 바꿔 '국가의 공중보건이 위험할 때 사용할 목적으로 준비해 둔 것이기에'로 표현하면 쉽다. 'E형 간염 예방수칙 안내문'에서도 조사의 쓰임이 올바르지 않아 문맥이 매끄럽지 않은 문장들을 여럿 볼 수 있다. '위생적인 조리하기'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위생적인'은 관형어로서 명사를 꾸며주는 역할이라 뒷말로는 동사에서 온 명사형 '조리하기'보다는 '조리'가 더 어울린다. 반대로 '조리하기'에 무게를 두려면 앞말을 바꿔 '위생적으로 조리하기'로 쓰면 더 쉽다. 영국에서 온 에이든 씨가 크게 공감한 부분이다.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으로 오염된 옷, 침구류, 감염된 바늘 등이 사람의 점막, 피부 상처 등 접촉 감염'이란 문장도 조사가 지나치게 생략됐다. 이를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으로 오염된 옷과 침구류, 감염된 바늘 등이 사람의 점막이나 피부에 난 상처에 접촉하면서 생긴 감염'이라고 고치면 훨씬 부드럽다.
'바이러스 치료제는 없지만 충분한 안정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실시하는 치료법으로 대부분 회복이 가능'이란 표현은 어떤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인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중국에서 온 이영영씨는 "미리 공문서를 받아 몇 번이나 읽었지만 '충분한 안정 등의 증상', '완화', '실시' 이런 단어들만 나열돼 있고 설명으로 다가오지 않아 내용을 알기가 어렵다. 그냥 충분히 쉬면 낫는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이씨의 물음에 따라 되짚어 보면 '충분한 안정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실시하는 치료법'이란 말은 결국 '충분한 안정을 취하면' 혹은 '충분히 쉬면'이란 말을 복잡하게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바이러스 치료제는 없지만, 충분히 쉬면 대부분 회복이 가능'이라고 고쳐 쓰니 무겁고 복잡하던 의미가 간결하고 명확해졌다. 우리 공공언어도 무거운 단어를 내려놓고 사뿐사뿐 가벼운 단어로 채워가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태그:#뉴스사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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