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에 “서민지원·건전재정 다 놓쳐”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공공임대 예산 삭감에 “반지하 참사 막겠다더니”
한국일보 “110대 국정과제 예산 11조 원, 말잔치로 끝날 수도”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이 30일 확정됐다. 내년도 정부 예산은 639조 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31조4000억 원 늘었지만 총지출(추경 포함)과 비교하면 41조 원 줄었다. 정부는 긴축을 통해 경제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요 신문들은 31일 “서민지원 확대·건전재정 다 놓쳤다”(한겨레), “대선 공약이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도 커졌다”(한국일보) 등의 평가를 내렸다.
정부의 보건·복지 예산은 처음으로 100조 원(108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만 0세 아동 양육 가구에 월 70만, 만 1세 아동 양육 가구에 월 35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110대 국정과제의 일환이다. 사회안전망 구축 예산, 병사 봉급, 생활물가 안정 지원 예산 등도 올랐다. 정부는 2026년까지 세수가 증가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업과 관련된 예산은 삭감됐다. ‘정부 주도 일자리 지원’ 예산은 3조 2천억 원에서 3조 1천억 원으로 줄었다. 또한 저소득층 주거 대책 관련 예산이 5조6445억 원 감소했다. 지역화폐·경항모 예산은 전액 삭감됐으며 신재생 에너지 보급 지원사업 예산은 744억 원 줄었다.
한겨레는 1면 ‘내년 예산, 서민지원 확대·건전재정 다 놓쳤다’ 기사에서 “정부가 ‘긴축기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국가가 해야 할 일에 더 적극적으로 돈을 쓰는 전향적인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올해 추경은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일회적인 편성이었던 탓에 이를 기준으로 본예산이 줄었다고 긴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사회복지예산 증가율이 5.6%에 그쳤다면서 “정부는 이번 예산안의 첫 번째 기조로 ‘따뜻한 나라’를 제시했지만, 이번 복지 예산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따뜻함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또한 한겨레는 4면 ‘‘반지하 참사’ 막겠다더니, 공공임대 예산 5조6천억 깎았다’ 기사에서 “최근 ‘반지하 참사’ 등으로 공공임대 주책을 시급히 확대 공급해야 할 필요성이 확인됐는데도 관련 예산은 25% 이상 줄어든 것”이라며 “‘수원 세 모녀’ 비극과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재발되는 것을 막을 예산도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건전재정’ 윤 정부 첫 예산, 복지 수요 충족할 수 있나’ 사설에서 “‘3고’ 공포 상황에서 재정 긴축은 복지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사회 양극화를 다소나마 개선해줄 재원이 부족해진다. 당장 지역화폐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소상공인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에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들이 집중적으로 포함된 것도 모양이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대선 공약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 커져”
한국일보는 1면 ‘내년 예산 639조, 허리띠 조여도 복지엔 푼다’ 기사에서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 위기 상황이 계속되는 만큼 정부가 세입 규모를 낙관한다는 비판도 적지않다”며 “허리띠를 졸라맨 탓에 대통령이 공언한 110개 국정과제 예산도 11조 원 편성하는데 그쳤다. 전체 소요 예산의 5.3%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재정 건전성·복지 확대’ 내년 예산안, 가능한가‘ 사설에서 “감세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재정건전성도 강화하는 계획의 아귀를 맞추기 위해 2026년까지 연평균 세수 증가 폭(올해 본예산 대비)을 7.6%로 잡은 것부터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며 “또 무리한 지출 구조조정 탓에 대통령 공약인 110개 국정과제에 쓰일 올해 예산도 11조 원 편성에 그쳤다. 대선 공약이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도 커졌다. 무리한 긴축 예산이 윤석열 정부 운영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건전재정 내년 예산안, 취약층 지원 약화돼서는 안 된다’ 사설에서 “낭비를 줄이고 쓸 곳은 써야 한다면 마땅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이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데 (정부는) 이를 간과했다”며 “여야가 마주앉아 불요불급하거나 선심성으로 비치는 예산은 과감히 걷어내고 이를 서민의 삶을 증진시키는 데 쓰도록 힘써야 한다”고 했다.
조선·중앙·동아, 긴축 통한 재정 건전성 확보 당부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은 재정 건전성 확보를 당부했다. 이들 신문이 제시한 재정 건전성 확보 방법은 ‘긴축’이다. 조선일보는 ‘내년에도 46조 적자 국채 ‘액수만 줄고 빚은 그대로’ 첫 예산’ 사설에서 “올해 본예산보다 31조원 불어난 예산이라는 점에서 ‘긴축’이라 말하기 어렵다”며 “윤 정부의 과제 중 하나는 만신창이가 된 재정을 다시 건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면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세수를 더 늘려야 하는데 윤 정부 첫 예산에선 어느 쪽도 체감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재정 건전성 회복, 어려워도 꼭 가야 할 길’ 사설에서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은 본격적인 긴축이라기보다는 긴축을 향한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며 “불요불급한 지출은 과감하게 쳐내되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내년 예산안 639조, ‘건전재정’ 말하려면 허리띠 더 졸라매라’ 사설에서 “정부는 윤 대통령의 선심성 공약 예싼을 우선적으로 반영했다”며 “이런 식으로 국회에서 생산적인 예산 협의가 가능하겠는가. 재정 건전화 의지가 분명하다면 120개 국정과제에 들어갈 예산부터 최대한 군살을 빼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 긴급조치 9호 국가 배상 책임 인정…“만시지탄”
대법원은 30일 오후 박정희 정권 때 발령된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긴급조치 9호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이므로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양승태 대법원 결정을 7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현재 긴급조치 9호 관련 소송은 33건(대법원 24건, 1·2심 9건)이다. 이를 두고 ‘만시지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향신문은 1면·2면·3면을 통해 이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했다. 경향신문은 3면 ‘‘계엄령’ 재판도 영향 불가피…패소 확정 피해자 구제 숙제로’ 기사에서 “이미 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확정받은 피해자들의 구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긴급조치 국가배상” 만시지탄’, 패소 확정자도 구제해야’ 사설에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당위’가 법정에서 선언되는 데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法諺)을 곱씹게 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만시지탄 ‘긴급조치 배상’ 판결, 피해자 전원 구제 길 찾아야’ 사설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긴급조치 발동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여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과거사 역주행’ 판결을 7년 만에 바로잡은 것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판결로서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미 패소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법농단’ 판례 철회한 긴급조치 9호 불법 판결’ 사설에서 “대법원은 2년 뒤(2015년) 긴급조치 9호의 불법성을 부인하고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긴급조치가 불법이 아니란 법리는 유신독재를 사법부가 정당화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문제의 판결은 2017년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재판거래 의혹까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청와대와 사전 교감한 ‘정부 협조 사례’에 포함된 것인데 대법관들의 부인 성명에도 판결의 공정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며 “우여곡절을 겪긴 했으나 기존 판결이 번복되고 피해자들에게 배상받을 길이 열린 건 다행이다. 사법부는 이에 그치지 말고 역주행 지적을 받는 다른 사안들의 재심리에도 적극 나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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