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국문학] 전환기의 시대, 사전의 한계 극복하기

 [우리말과 한국문학] 전환기의 시대, 사전의 한계 극복하기

  • 남길임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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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1   |  발행일 2022-08-11 제22면   |  수정 2022-08-11 06:52
전환기의 시대 사전의 몰락
온라인의 역동적 언어현실
의사소통에 필요한 신조어
제시하지 못한 사전의 한계
사전 진화 고민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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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임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라떼는…"의 방식으로 '사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몇 가지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을 듯하다. 누군가가 영어 단어를 완벽히 외우기 위해 'A'부터 시작하는 첫 페이지부터 외우고 외운 만큼 사전을 씹어 먹었다는 얘기나, 사전에 밑줄을 치며 손때가 묻을 정도로 읽었던 이야기 등이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삼촌이 서울역에 라면박스에 각종 사전을 한가득 넣어 오셔서 선물로 주신 것, 초등학생 시절 방학 때 외갓집에서 외할아버지께 영어사전을 찾는 법을 알파벳을 짚어가며 배웠던 것 등도 필자에게 사전과 관련한 따뜻한 기억 중 하나이다. 이제는 인쇄사전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니 사전을 먹을 수도 없고, 낡은 사전에 묻은 손때를 보며 내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인쇄사전의 몰락, 이로 인한 사전의 몰락은 일찍이 예견된 바 있다. 교육용 사전은 그나마 상당 기간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일찍이 2012년 유럽사전학회 좌담회 주제가 "2020년에도 사전을 만드는 사람이 존재할까"였다. 20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물론 유럽사전학회가 건재하고, 아시아사전학회, 한국사전학회 등 사전을 만들고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전통 사전'의 기반이 되었던 인쇄사전의 수익 구조와 관련된 상업적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 사전학자들은 현재의 사전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부심하고 있으며, 누군가는 이러한 전환기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사전은 무엇이 문제인가? 대중에게 사전이 외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독일의 한 학자는 왜 사용자들이 사전 대신 인터넷 게시판 등을 사용하는지를 논의하면서, 외래어, 신어, 유의어의 구분 등을 사전이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들었다. "~의 뜻은 무엇인가요?"나 "~와 ~는 어떻게 다른가요?"와 같은 문의가 온라인에 올라오는 것은 그 단어가 사전에 존재하지 않거나 사전의 정보가 사용자의 시각에서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황으로 돌아와 이러한 유(類)를 살펴보면, 이런 사용자들의 질문에는 '퀄리티, 인사이트, 오케이'와 같은 흔히 쓰는 외국어(?)도 있고, '코로나와 코비드의 차이', 심지어 '존나, 졸라, 열라의 뜻과 차이'를 묻는 질문도 있다. '분조장'('분노 조절 장애'의 줄임말), '유남생'('You know what I'm saying?'을 한국어 3음절 구조로 바꾼 말, '무슨 말인지 알지?'의 뜻)과 같은 신조어에 대한 질문은 너무나 흔하다. 이런 것까지 사전에 등재되어야 하는지 그런 의문도 들 수 있지만, 이들 모두가 의사소통에서 활용되는 말이니, 마주칠 만하고 궁금해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는 '존나'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유권 해석이 필요할 수 있다.

이들이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이유는 물론 외국어 또는 외래어 등재 원칙과 같은 전통 사전의 보수적 정책이나 관습과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현실의 사전은 이러한 대중의 궁금증에 재빠르게 부응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사전은 사용자 언어의 어디까지를 담아야 하는가? 언어의 정교한 표상을 이상적인 목표로 해 온 사전이 역동적인 언어 현실을 모두 담을 수 있을까? 온라인 언어나 인스턴트 메시지 등으로 인해 언어의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표현적 효과를 원하는 언중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언어를 쏟아낸다. 전환기의 사전, 사전의 진화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길임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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