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논리로 냉전의 돌격대 자처한 윤석열의 친일 망언

 

‘자유’, ‘세계시민’…대미추종이 어른거린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기사입력 2022/08/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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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77주년 경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윤석열의 대외관계 인식은 참담하고 허접하기 짝이 없다. 낙제점을 넘어 역대 최악 수준이다. ‘이게 정말 한 나라의 대통령이 내놓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번 글에서는 광복절 77주년 경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을 통해 윤석열의 대외관계 인식이 얼마나 저열하고 문제투성이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자유’, ‘세계시민’…대미추종이 어른거린다

 

 

© 왼쪽은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1804). 윤석열 대통령은 대학생 시절 자유, 평화, 세계시민 개념을 주장한 칸트의 책을 읽으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칸트는 서구 백인종의 우월성을 강조한 반면, 중국 등 황인종을 '반자유주의 세력'으로 규정해 무력으로 위협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을 폈다. 이러한 칸트의 논리는 미국과 일본을 철저히 추종하고 북한·중국·러시아에 날을 세우는 윤 대통령의 행보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공개된 광복절 77주년 경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전문에서 ‘미국’이라는 말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유, 보편적 가치, 규범, 세계시민 같은 표현을 들여다보면 윤석열이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대미추종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윤석열은 광복절 경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유독 ‘자유’를 강조했다. 북한·중국·러시아 같은 나라를 반자유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며 적대하는, 이른바 ‘미국식 자유주의’ 노선을 따르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윤석열이 경축사에서 한 발언을 짚어보자.

 

“자유를 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고 또 세계시민과 연대하여 자유에 대한 새로운 위협과 싸우며 세계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시대적 사명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이 연대하여 자유와 인권에 대한 위협에 함께 대항하고 세계시민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이뤄내는 것입니다.”

 

아마도 윤석열이 말한 자유, 세계시민 개념은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주장에서 따온 듯하다. 윤석열은 대학생 시절 칸트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18세기에 태어난 칸트는 자유를 중시하는 ‘우월한 서방 백인종 세력’이 자유가 없는 중국을 무력으로 위협하면 전 세계에 ‘영원한 평화’가 펼쳐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칸트는 “전쟁은 인류 문화를 계속 진보하게 하는 불가결한 수단”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김창훈, 「칸트의 ‘영구평화론’은 왜 폭력적인가」, 프레시안, 2019.2.16.)

 

칸트에 따르면 이른바 중국으로 대표되는 반자유주의 세력을 무력으로 제압한 뒤 서구의 세계시민들만이 서로 왕래하면서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 제국주의 서구열강이 식민침탈에 몰두하는 시절을 살았던 백인 칸트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인식이었을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칸트를 따라 하는 윤석열이 “북한은 주적”, “대북 선제타격” 같은 막말을 늘어놓으며 전쟁 위기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칸트의 논리를 그대로 이어받은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김창훈 민족미래연구소 연구실장은 “결국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한 ‘민주평화론’의 씨앗은 칸트 자신이 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은 바로 그런 미국의 꽁무니를 충실하게 뒤쫓으려 한다. 윤석열은 경축사를 하고 3일 뒤인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외교·안보에 있어서도 자유와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나가고자 책임 있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기반으로 약화된 한미동맹을 다시 강화하고 정상화했습니다.”

 

자유와 인권, 보편적 가치, 규범 같은 말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진영이 북·중·러를 적대하는 논리로 줄기차게 꺼내온 표현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에서는 이른바 ‘가치동맹’을 꺼내 들며 미국식 자유주의를 따르지 않는 국가들을 적대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지난 5월 20일 한국을 찾아 “우리(미국)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에 경제와 국가안보를 의존하지 말라”라고 윤석열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물론 윤석열은 군말 없이 바이든에게 수긍했다. 따라서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기반으로 약화된 한미동맹을 다시 강화하고 정상화”했다는 윤석열의 위 말은 바로 미국이 주도하는 적대적 대결 노선에 그대로 뛰어들겠다는 뜻이다. 이는 곧 북·중·러와의 정면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 

 

윤석열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임 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재건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공고히 해서”라는 말도 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권 들어 북한을 ‘주적’으로 겨눈 한미연합훈련이 한반도의 위기를 급격히 높이고 있다. 

 

8월 22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려명은 “오는 9월 초까지 남조선(남한)의 하늘과 땅, 바다에서 감행되게 되는 광란적인 대결 소동은 가뜩이나 불안한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전쟁 접경에로 몰아넣음으로써 침략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지피기 위한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 행위”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중국은 한미연합훈련 시기와 맞물린 지난 19일까지 한반도와 가까운 산둥반도와 보하이만 근처에서 군사훈련을 벌였다. 8월 22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UFS(을지 자유의 방패)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 훈련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화약고로 여겨지는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고 한반도 정세 변화는 동북아와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듯 대미추종으로 일관하는 윤석열의 대외노선이 우리가 살아가는 한반도를 전쟁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대미추종에 따른 부작용은 비단 전쟁 위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삼성, 현대차 같은 한국 대기업에서 미국 현지 공장 설립 등 수조 원이 넘는 막대한 지원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이후 미국은 현대차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이 현대차의 뒤통수를 힘껏 갈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대로는 현대차 등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막대한 손해만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이 미국이 앞장서는 반북·반중·반러 전선에 동참한 대가로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원자재와 천연가스 물량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머잖아 한국에 말 그대로 혹독한 겨울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시시각각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에 무릎 꿇는 한일관계 정상화…한·미·일 군사협력

 

윤석열이 내놓은 광복절 경축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무척 돋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한일정책이 비정상이었다는 취지인데, 지금부터는 윤석열 정권의 한일정책이야말로 얼마나 비정상인지 짚어보자.

 

윤석열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은 일제가 벌인 식민침탈, ‘위안부’ 등 국가가 주도한 범죄를 “정치적 지배”로 한정해 일제의 식민침탈을 왜곡·미화하려는 일본에 힘을 실어줬다. 이뿐만 아니라 윤석열은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일본을 규정하며 일본과의 군사협력, 나아가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력히 시사했다.

 

앞서 지적했듯 윤석열이 강조하는 ‘자유와 보편적 가치’는 미국이 적대하는 북·중·러와 대결을 벌이겠다는 선전포고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이 말하는 “미래와 시대적 사명”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바탕으로 한 북·중·러와의 적대적 대결로 이어지는 길이다.

 

여기에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라는 윤석열의 말도 어처구니가 없다. 전범국·가해국인 일본이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는데, 국내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어물쩍 덮고 군사협력을 운운한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와도 완전히 어긋나 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의 광복절 경축식 당시 옆에 앉았던 ㄱ 씨는 윤석열 정권의 뚜렷한 ‘친일 지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일 수 있다. 처음에 ㄱ 씨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8월 22일 오마이뉴스 보도 「‘광복절 때 윤 대통령 옆 누구?’에서 드러난 중대 사실」에 따르면 ㄱ 씨의 증조부가 일제 19사단 사령부에 귀순한 친일파, 장성순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장성순의 친일 이력은 국가보훈처가 가진 공훈록을 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윤석열 정권이 ㄱ 씨가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통령실이 ㄱ 씨가 변절한 친일파의 후손임을 알고도 ‘윤석열 옆’이라는 상징적인 자리에 앉혔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심지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일본 지도부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이어가는 것과 관련해 “일본의 멈출 수 없는 관습”이라며 적극 두둔하기까지 했다.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광복절에 윤석열 정권이 우리 국민을 향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굴욕을 안긴 셈이다.

 

윤석열은 취임사에서도 다음과 같이 온통 친일·매국으로 뒤범벅된 막말을 쏟아냈다.

 

“역대 최악의 일본과의 관계 역시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취임 전 인수위 때부터 한일정책협의단을 일본에 보냈고, 협의단이 기시다 총리, 하야시 외무상을 비롯한 전·현직 총리와 정관계 유력 인사들을 만나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텄습니다. 김포 하네다 항공 노선을 재개했고, 나토정상회의에서 기시다 총리와 만나 환담을 하고 한·미·일 정상회의도 열었으며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위는 일본에 한일관계 개선을 구걸해온 윤석열의 자화자찬이다. 또 식민침탈을 반성하지 않고, 지난 2019년 반도체 핵심 원료 수출 제재로 대표되는 경제 공격을 멈추지 않는 일본을 향한 뒤틀린 짝사랑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정권과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윤석열 정권을 향해 ‘더 열심히 한국 국민을 설득해서 오면 정상회담에서 만나줄게’라며 윤석열을 격려하고 있다. 이야말로 윤석열 정권의 굴욕적인 친일외교가 불러온 끔찍한 나비효과다.

 

윤석열은 취임 100일을 맞아 취임사 전문을 발표한 뒤 별도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강제징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국 대법원이) 그 판결을 집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강구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이 배상이 아닌 “보상”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식민침탈 범죄를 부정하는 일본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외교부는 대법원에 “강제징용 문제의 합리적 해결방안을 조속히 모색하기 위해 다각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주기 바란다”라며 미쓰비시중공업이 가진 국내 자산의 강제매각 조치를 보류할 것을 대놓고 압박했다.

 

이처럼 친미와 친일에 찌든 윤석열의 대외 인식은 정말 한심하고 끔찍하다. 이 와중에 윤석열 정권이 한국 해군의 해상자위대 70주년 관함식 참가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전범기가 펄럭이는 자위대의 관함식에서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가 우리 해군을 사열하는 끔찍한 광경이 현실로 펼쳐지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권은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보다도 막돼먹은 사대·매국 세력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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