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먹튀’ 우려 나온 대우조선 분리매각설, 노조 “조선업 망친다”

 대우조선 정규직 노조, 하청노동자 향한 손배 폭탄에 “노동자 탄압 의도, 하청노동자와 같이 움직일 것”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중구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분리매각·해외매각 시도의 문제점과 노조가 생각하는 올바른 대안에 대한 언론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2.08.29 ⓒ민중의소리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를 두고 또다시 갈등이 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산업은행이 기존 입장과 달리 분리매각 가능성을 언급하자 노조가 강력 반발하면서다.

노조는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상 분리매각이 추진된다면 필연적으로 해외매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우리나라의 조선업 기술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우조선 분리매각, 한국 기술력이 중국으로 넘어갈 것"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는 29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발단은 지난달 27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현재 분리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분리매각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지만, 최근 분리매각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현재 주로 거론되는 분리매각 방안은 잠수함 등을 건조하는 특수선 부분은 해외 자본에 매각하지 못하는 현행법에 따라 국내 자본에 팔고, 그 외 일반 상선 부분은 해외 자본에 매각하는 내용이다.

노조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대우조선해양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를 통매각할 수 있는 국내 자본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조속한 매각을 위해 분리매각을 추진한다면, 결국 일반 상선 부분은 경쟁국인 중국이나 중국 자본을 배경으로 한 싱가포르 자본이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해외매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대우조선 분리매각은 결론적으로 한국 조선산업을 뿌리째 흔들 수밖에 없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며 "산업은행이 그간 투자한 자금 회수라는 단견에서 나온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이 단순한 은행이 아니라 산업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책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분리매각은 즉각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김태정 정책국장은 "이미 한국 사회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쌍용자동차를, 하이닉스를 중국에, 인도에, 대만에 경영권을 넘긴 이후에 쌍용자동차 기술이, 하이닉스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우리에게 돌아왔는지를"이라며 "기술을 가져가는 순간 (해외 자본은) 빠져나간다. 윤석열 정부의 산업은행은 과연 조선산업 정책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국장은 "분리매각, 해외매각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자신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을 넘어 한국 조선업을 망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산업은행 입장에서 보면, 공적자금을 많이 회수할 수 있겠다 판단하겠지만, 대우조선의 기술력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순간, 3년 후, 5년 후에도 한국 조선산업의 기술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질타했다.

하청노동자 향한 손배에는 '공동 대응' 의지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중구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분리매각·해외매각 시도의 문제점과 노조가 생각하는 올바른 대안에 대한 언론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2.08.29 ⓒ민중의소리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을 공기업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노조는 현실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지금과 같은 내용과 방식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그간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를 두고 노조가 요구하는 사안은 일관됐다. ▲동종사(조선업) 매각 반대 ▲분리매각 반대 ▲해외매각 반대 ▲투기자본 참여 반대 ▲노동조합 등 당사자 참여 보장 등이다.

이날 거제에서 상경한 대우조선지회 정상헌 지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몇 년 사이 발주량이 증가한) LNG 운반선 기술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이 한국 조선업을 10년 안에 따라잡는다고 했지만, 2022년인 지금까지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만일 중국 자본이나 투기 자본, 해외 자본이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면 대우조선만의 붕괴가 아니라 한국 조선업 전반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정 지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현안 중 하나인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정규직 노조의 입장도 함께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임금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파업 투쟁에 돌입했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집행부를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정 지회장은 "손배 문제는 지회도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대우조선에 여태까지 많은 투쟁 역사가 있었지만, 원청이 손배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 지회장은 "결국 이건 조선 노동자, 전국 노동자를 말살하고 탄압하겠다는 목적으로밖에 안 보이기 때문에 지회도 하청지회와 공동의 입장을 가지고 같이 움직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소연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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