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전성시대…리더십은 없고 비상함만 있는 한국 정치
등록 :2022-08-12 09:00
수정 :2022-08-12 10:17
민주당, 연이은 선거 패배에
국민의힘은 연이은 승리에도
당권·계파싸움 ‘허약성’ 드러내
“보여주기 혁신 관례화 문제
민주당에선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송영길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한 뒤 비대위를 꾸렸지만, 이 비대위마저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며 두번째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다. 당 안팎에서 리더십의 한계에 봉착한 ‘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퇴진론’이 나오지만, 8·28 전당대회에 출마한 ‘97세대’ 정치인들이 제대로 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민주당은 새로운 리더십 형성이 안 되는 상황에서 당내 기반도 없는 이재명 의원을 내세웠다”며 “리더십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니 비상적인 조처를 통해 정당의 활력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정의당에선 비대위 출범 이후에도 ‘비례대표 국회의원 총사퇴 권고’ 당원투표까지 추진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노회찬·심상정 이후 ‘포스트 정치 세대’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각자 여기저기에서 목소리를 내면서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르는 이상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급하게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정치권의 관행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지 교수는 “지도 체제를 바꾸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보여주기’를 위한 혁신의 관례화가 작동하는 게 문제”라며 “선거 패배 등에 대해선 제대로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안을 마련해 실행해 옮기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지도부 교체 과정에서 권력을 얻기 위한 계파 갈등이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고, 잦은 인물 교체로 인해 후진 양성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젊은 정치인들을 꾸준히 키우는 게 중요한 정당의 역할 중에 하나인데, 그나마 있는 젊은 정치인들도 빠른 노화를 겪고 퇴출되니 제대로 된 리더십이 생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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