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자 200만원 퇴직금이라도"…눈물쏟은 부장검사
김성진 기자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 원 정도 되는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해 상관의 부당한 지시를 폭로한 문지석 부장검사(광주지방검찰청)가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장에서 발언 도중 눈물을 쏟으며 한 말이다. 그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이른바 '퇴직금 리셋'으로 불린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체불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23년 5월 쿠팡이 단기사원 취업규칙을 변경해 1년 이상 일하고도 퇴직금을 못받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벌어졌다. 쿠팡 노동자들의 퇴직금 미지급과 관련해 진정서를 접수했고, 노동부 부천지청은 지난해 9월 쿠팡CFS 사무실과 대표이사 집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 해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 이어 올해 1월 쿠팡CFS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문 부장검사는 지난해 6월부터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금융경제 범죄전담부서에서 근무하며, 쿠팡CFS 퇴직금 체불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보고하고 수사를 해왔다. 그는 노동청이 압수한 증거물과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춰 기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석연찮은 일들이 벌어졌다.
엄희준 당시 지청장은 노동청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자, 지난 2월 문 부장검사를 거치지 않은 채 사건을 담당했던 주임검사를 따로 불러 '혐의없음' 정리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지검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문 부장검사를 의도적으로 제외했던 것으로 보인다. 엄 지검장은 주임검사에게 대검에 제출할 보고서에 핵심 증거인 노동청 압수수색 결과도 포함시키지 말라고도 했다. 이 사건은 결국 지난 4월 최종 무혐의·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문 부장검사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엄 지검장은 지난해 10월 문 부장검사가 노동청이 신청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전결한 것을 문제 삼아 공공수사 사건의 전결권을 박탈했다. 또 지난 3월 대검 보고서에서 노동청 압수수색 결과를 누락한 데 대해 대검 노동수사지원과장에게 언급했다는 이유로 '대검 감찰 지시, 재배당 조치 취하겠으니 각오하라'는 취지의 폭언을 듣기도 했다.
이에 문 부장검사는 엄 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 등 상관이 부당한 업무지시를 했다며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수사·검찰 해달라고 대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엄 지청장은 상습적인 폭언 행위로도 진정이 접수됐다. 아울러 문 부장검사는 김 차장검사가 쿠팡을 변호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변호사와 접촉했다며,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문 부장검사는 국감에서 '엄희준 검사의 부당한 업무지시는 어떤 것이었냐'는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의 질문에 "부장 모르게 주임검사를 청장실로 불러 무혐의 수사 가이드 라인을 전달했다. 그리고 그 수사 무혐의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핵심 압수수색 결과가 누락된 상태로 대검에 보고가 됐다"며 "아주 이례적인 이런 처분 과정에 문제 제기를 했고 이거는 부적절한 것을 떠나서 범죄 행위까지 이어진다고 판단해서 진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쿠팡CFS "취업규칙 원상복구 하겠다"
쿠팡CFS 쪽은 이날 국감장에서 일용직 노동자 미지급 문제를 지적받고, 문제가 된 취업규칙을 원상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이 사실상 취업규직 문제를 인정한 것이다.
정종철 쿠팡CFS 대표는 "원래 저희 의도는 퇴직금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였는데, 저희 의도와 달리 많은 오해와 혼선과 이슈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 이번에 저희들이 다시 (취업규칙을) 원복하는 걸로 의사결정을 했다"며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제반 사항을 협의하겠다"라고 했다.
김주영 의원은 정 대표에게 "대법원 판례, 노동부 행정 해석을 비롯해서 노동부 자문 결과까지 종합해 보면 쿠팡의 일용직 노동자 모두 퇴직금 지급 대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걸 (쿠팡에서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노동자들에게 불합리한 취업 규칙은 폐기해야 마땅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 지급 검토를 해서 최대한 빠르게 지급하기 바란다"고 했다.
문 부장검사는 마지막 발언 기회를 얻고 "지금 정 대표께서 쿠팡의 취업규칙 원상복구를 뒤늦게라도 한다고 해서 다행"라면서도 "지금 이 사건이, 근로자들이 몇천 명이 (관련)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중에 8명이 저희 사건에서 고소를 했고 그중에 1명이 항고를 해서 서울고검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부장검사는 이어 "검찰에서 저는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 대해) 기소를 해야 된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라며 울컥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그는 잠시 물을 마시고 진정한 뒤,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발언을 마쳤다.
"사건이 신속하게 회복이 돼서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그 200만 원 정도 되는 퇴직금이라도 좀 신속하게 받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공무원들이 잘못이 있다면은 저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그 잘못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예, 이상입니다."
김 의원은 "문진석 검사님, 용기 있는 발언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고, 국감장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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