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번호 '3617' 윤석열 비웃어도... 눈물 글썽인 '증인' 곽종근
[26차 공판] '질서유지 목적' 또 주장한 전직 대통령-'북 오물풍선' 정황까지 언급한 전직 사령관
4개월 만이었지만, 여전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30일 '내란우두머리' 재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7월 10일 재구속 후 줄곧 불출석하던 그는 이날 '핵심 증인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마주했다. 앞서 변호인단은 윤씨의 건강문제와 내란특검 수사의 부당함 등을 이유로 불출석을 정당화하면서도, '주요 증인이 나오면 가급적 출석하겠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여기에 딱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눈물 보인 곽종근 "'의원 끄집어내라' 그걸 어떻게 잊나"
곽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씨로부터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고, 부하들에게 하달했다. 윤씨 쪽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부터 일관되게 그의 신빙성을 탄핵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곽 전 사령관은 형사법정에서도 '대통령이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던 진술을 사수했다.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며 울먹이기도 했다.
"음... 이것도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 같다. 지금도 TV를 보면 그게... 그 생각이 계속 든다. 잠을 자다가도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의결정족수를 얘기할 때 YTN 화면을 같이 봤다. 국회의사당과 국회의원이 보이는 모습을 그때 같이 봤다. 이 말씀을 하실 때. 그걸 제가 어떻게 잊나. '문을 부수고'란 얘기도 마찬가지다. 이게 시간이 지나간다고 잊히는 게 아니다. (중략) 저는 부하들을 못 속인다. 결국 그 부분은 그래서 제가 사실대로 가야 되고, 정직하게 얘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곽 전 사령관은 특전사의 임무가 '국회 의결 방해'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국회로 간 김현태 707특수임무단 단장에게 '전기를 끊을 수 있냐'고 얘기한 까닭을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의원들이 표결하는 거, 그게 전기를 눌러(전자투표) 들어가지 않나. (단전하면) 그게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직접 지시사항은 아니었지만, 큰 틀에서 '국회의원의 표결을 막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한 데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설명이었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전 상황에 관해서도 상세한 증언들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9일, 그는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김 전 장관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이날 식사 도중 윤석열씨가 합류했고, 시국상황을 얘기하며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선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를 꺼냈다.
- 이찬규 검사 "피고인이 '특별한 방법'을 언급했는데, 비상계엄으로 이해한 것은 맞는가."
- 곽종근 전 사령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다. 머릿속에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수인번호 '3617'을 달고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윤석열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곽 전 사령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날 김용현 장관은 특전사와 수방사, 방첩사에 각각 '특별한 조치'가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곽 전 사령관은 "임무복창을 하는 것처럼 느꼈다"며 "(사령관들의) '대비태세를 잘하겠다는 말들이 그런 결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식사 후 김 전 장관과 사령관들만 모인 자리에선 방첩사가 선관위에, 수방사가 국회로 간다는 얘기가 나왔다.
수상한 장관의 지시... "오물풍선이 자꾸 오면 뭔가 생기겠구나"
곽 전 사령관이 계엄을 떠올렸던 배경은 더 있었다. 그는 그해 10월 김용현 전 장관이 전화로 '북한 오물풍선 상황이 생기면 강력하게 원점타격하겠다. 합참 지휘통제실에 내려가서 직접 지휘하겠다'면서 오물풍선 대응을 강조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특전사는 오물풍선과 무관한 부대다. 곽 전 사령관은 "그래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였고, 오물풍선이 자꾸 오면 뭔가 상황이 생기겠구나 해서 '전방 상황 체크해봐라'는 얘기를 계속 예하 지휘관들한테 했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윤석열씨의 외환유치 혐의로 이어질 수 있다. 내란특검은 좀더 파고들었다.
- 김형수 특검보 "북한 오물풍선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상계엄의 명분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인가."
- 곽종근 전 사령관 "바로 되는 건 아니고 (상황이) 확대되면 (계엄이) 될 수도 있겠다. 그게 확대되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데 민간 피해가 되거나 통상 도심지역 시위나 테러로 연계된다. 그러면 사회가 경찰력으로 통제가 안 되는 상황까지 생기면 비상계엄 관련 상황으로 연계될 수 있다."
- 김수길 검사 "평상시 계엄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증인 입장에선 김용현 얘기에 '오물풍선과 연계해서 이런 경로로 비상계엄이 선포되려나' 예측했다는 것인가."
- 곽종근 전 사령관 "그렇다. 가장 의문이 있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첫 번째 경우의 수(오물풍선 대응 관련 상황의 확대)다.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10월부터 들었고. '아무리 그래도 (계엄은) 안 될 거다.' 이게 두 번째 경우의 수였다. 그런데 세 번째는, '이거 무시하고 그냥 해버리면 어떡하지?' 이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제가 쭉 생각해왔다. 비상계엄 당일까지도 그랬다."
세 번째 경우의 수가 현실이 됐다. 곽 전 사령관은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시작된 후 장관의 전화를 받았다. 이미 하루 전 '내일 보자'는 말이 있었다. 곽 전 사령관은 "김용현 장관이 콕 집어서 '707 두 개 지역대를 헬기로 투입하라'고 얘기했다"며 "(707특임단에는) 본관하고 의원회관을 확보하라고 임무를 줬다"고 했다. 다만 707특임단에 "유리창을 깨라고 한 기억은 없다"며 "저도 TV를 보다가 '쟤들이 유리창 깨고 있네' 얘기한 기억은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씨는 이때 707특임단이 국회에서 시민들과 대치했던 점을 강조하며 '경고성 계엄이라서 질서유지 목적으로 군 병력도 최소한으로 동원했고, 무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용현 전 장관과 협업했으나 헌재에서 실패했던, 그럼에도 아직 포기하지 못한 전략이다. 물론 곽종근 전 사령관은 넘어가지 않았다.
- 윤석열씨 "당시 YTN 화면이나 이런 걸 보면, 특전사 요원이 마당에 70몇 명이 있었고, 불 꺼진 창을 깨고 들어가서 김현태를 비롯한 11명 정도의 요원이 있었는데 다 도망다닌다. 소화기를 쏘니까 다 도망다니고, 마당에선 엄청난 인원들이 달려들어서 총을 뺏으려고 하고, 특전사 요원 20여명 이상 진단서를 끊을 정도로 폭행을 당하고 했단 말이다. 그런 상황이 보고됐겠죠."
- 곽종근 전 사령관 "실시간 보고라는 게... (TV) 화면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 윤석열씨 "이 상황에서 어떻게 되는지, 어떤 조치를 하고. 그걸 보면서 '민간인하고 충돌하지 마라, 가급적.' 그런 얘기를 한 것 아닌가. 그러니까, 그런 지시가 있으니까 특전사 90몇 명 요원들이 그 지시를 받고 지침에 따라서 국회 관계자나 마당에 있는 민간인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 도망도 다니고, 멱살잡이를 해도 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
- 곽종근 전 사령관 "(제가) 출발하기 전부터 사람을 다치지 말라고 하게 해서..."
- 윤석열씨 "거점을 확보하라는 것도 다 맥락에 들어가는 것 아닌가."
- 곽종근 전 사령관 "그건 결이 다른 얘기고."
"공공 질서유지 위해 들어가서..."-"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윤석열씨는 "장관한테 그 지시 받았죠? '실탄을 장병들한테 개인 휴대시키지 말아라"라는 얘기도 꺼냈다. 역시 헌재부터 '경고성 계엄이어서 이런 지시도 내렸다'고 주장해온 내용이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은 "네? 김용현 장관이 그렇게 얘기했다고 하는가?"라더니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 (실탄은) 제가 개인 휴대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공포탄 휴대만 이야기했다"고 반박했다. 윤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곽 전 사령관도 물러서지 않았다.
- 윤석열씨 "그러면 스스로 '실무장을 시키지 말라'고 했다고 하면, 그 '확보'라는 게 결국은 공공의 질서유지라는 걸 위해서, 어떤 민간인이라든가 이런 데에 억압적인 것을 안 하고 질서유지하라고 들어갔다는 게 머릿속에 있는 것이네. 거점확보라는 게."
- 곽종근 전 사령관 "말씀하시는 질서유지는 제가 도저히 수긍할 수 없고, (계엄) 전이든 후이든 '질서유지 시민보호'라는 걸 들어본 적 없다."
윤씨는 "전세계로 중계방송되는데, 그 국회 본회의장에 특수부대가 들어가서 의원을 끄집어내고 그러면 진짜 아무리 독재자라도 성하겠나"라며 장관에게 계엄의 목적이나 군 투입 규모 등을 물어본 적 없냐는 질문도 던졌다. 그는 "(장관으로부터) 반국가세력이라든지, 외부의 적대세력보다는 군내 안보위협세력들에 의해서 대한민국의 실질적 안보와 국정이 굉장히 위태로워졌다 이런 얘기들을 (계엄의 이유로) 보통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렇게 답했다.
"만약 김용현 장관이 중간과정에 '야 이번 비상계엄이 정말로 들어가서 경고하고, 시민보호하고, 짧게 하고 빨리 빠질 거야'라고 그 얘기를 꺼냈다면 군복입은 사람이 '아니 거기 군이 왜 들어갑니까? 경찰 부르면 되죠. 왜 그렇게 됩니까?'라고 되물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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