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내란, 민들레가 여전히 필요하다면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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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을 중단하신 분들, 중단을 고려하는 분들,

처음으로 후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께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 영상 중. K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내란 세력이 준동할 때마다 떠오르는 '계엄의 밤'

내란 세력과 그 잔당이 수시로 준동할 때마다 저는 거의 반사적으로 '계엄의 밤'을 떠올립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40분쯤 다급한 전화를 받고 TV를 켰을 때 마주했던 윤석열의 그 광기 어린 표정. 국민을 상대로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상체를 구부정하게 앞으로 숙인 채 두 팔을 뻗어 연설대 위에 올려놓은 공격적인 자세. 그리고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 등등 악에 받친 듯한 표현에서 느껴지던 그 번뜩이는 살기.

편집국장 역할을 겸한 편집인으로서 곧바로 PC를 켜고 민들레 단체대화방을 통해 대략적인 기사 아이템을 배분한 뒤 데스크 업무를 보다가, 편집 담당 에디터가 휴가를 급거 취소하고 복귀하면서 저도 제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언론들이 실시간 상황을 전달하는 속보성 스트레이트 기사를 쏟아낼 때, 맥락과 관점을 중시하는 민들레로서 윤석열이 왜 이런 폭주극을 감행했는지 배경을 분석하는 <명태균 게이트, 특검 조여오자 최후의 몸부림쳤나>라는 제목의 직설적인 해설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기사를 쓰기 시작할 때 사실 본능적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손이 미세하게 떨리더군요. 집 앞에서 경찰 수사관 4명에게 붙들려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당했던 경험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이번엔 당장이라도 군인들이 집 문을 박차고 들어올 것 같았습니다. 아내도 행여 제가 잡혀갈까 봐 안절부절…. 비상계엄령이 국회에서 해제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시점이었니까요. 김어준 씨처럼 살해 위험까지 느낄 정도는 아니더라도, 민들레가 엄혹하던 윤석열 정권 초기에 태동해 '대항 언론' '대안 언론'을 기치로 시종 '전투적 글쓰기'에 전념해온 만큼 계엄당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 보듯 뻔해 보였습니다. 다만 시간문제일 뿐.

기사를 좀 완곡하게 쓸까 하는 '자체 검열'의 유혹도 잠시 일었으나, 곧 정신을 수습하고 원래 하던 대로 타협 없이 써 내려갔습니다. 이 기사를 출고하고 어디론가 끌려가도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었습니다. 밤 11시쯤 나온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면서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에 의하여 처단한다"고 서슬 퍼런 엄포를 놓고 있었으니까요. 윤석열 정권엔 하나같이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일삼는 집단으로 인식됐을 민들레 에디터와 기자들이 다 비슷한 각오였을 겁니다. 국회에서 극적으로 계엄을 해제한 뒤에도 '이대로 끝날 리가…'하고 2차 계엄을 우려하며 새벽을 맞았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당시 민들레 단톡방에서 긴박하게 오갔던 대화들을 찾아보니 새삼 그날의 긴장감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신을 찾아온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인사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2025.10.13. 연합뉴스

기득권 카르텔과 극우 집단에 미국 마가 세력까지 '불안 증폭'

'계엄의 밤'에 느꼈던 실존적 공포감이 지금도 때때로 엄습하는 것은, 민주 시민들 대다수가 실감하듯 내란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지난한 과정을 거쳐 윤석열과 김건희를 구치소까진 보냈지만,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판을 뒤집고 구체제로 회귀하려는 기득권 카르텔과 극우 파시스트 집단의 반동은 정권 교체 뒤에도 노골적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좌파 척결'과 사리사욕을 위해서라면 글자 그대로 나라도 팔아먹을 매국 집단에 미국 '마가(MAGA)' 세력까지 연계돼 이재명 정부를 협공하고 있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합니다. 한국 극우 진영은 트럼프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을 제거해줄 것이라며 그날만 학수고대하고 있죠. 서울을 비롯한 전국 도심 곳곳에 어마무시하게(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표현) 내걸린 '6·3 대선은 부정선거' '가짜 대통령' '중국인은 간첩' 운운하는 현수막들이 이들의 발작적 심리를 웅변하는 듯합니다.

그중에서도 제도권 극우를 대표하는 국민의힘은 '깽판'에 가까운 온갖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망동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기 일쑤이고, 안 그래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적대적인 다수 언론은 그런 국힘 주장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보도를 포털 사이트를 통해 무수히 유포하며 공세를 나날이 강화해갑니다. 당대표 취임 때부터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호언했던 장동혁 대표는 수감 중인 윤석열을 기어이 면회한 뒤 "좌파 정권으로 무너지는 자유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하나로 뭉쳐 싸우자" "민주당도 곧 전직 대통령을 면회할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라면서 제2의 내란 선동에 거침이 없습니다.

특히 내란 종식의 최대 걸림돌이 조희대 사법부라는 점이 불안감을 증폭시킵니다. 사상 초유의 '사법 쿠데타'에 실패한 이후에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조선일보를 위시한 수구보수 언론의 엄호 속에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한덕수 전 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이 '수원지법 3인방'을 주축으로 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에 의해 줄줄이 기각되면서, 과연 윤석열 재판을 지귀연 부장판사가 언제 어떻게 결론낼지 불확실성은 커져만 갑니다. 급기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신임하는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조 대법원장이 계엄 이후인 올해 1월 서울고법원장으로 발탁하고 2월엔 중앙선관위원으로도 지명한 인물)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을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진행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공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대통령의 당선 자체를 무효로 만들 수도 있다는 협박이자 선전포고로 들리는데, 최근 일선 법원장과 판사들 태반이 정부·여당에 대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기류와 맞물려 심상치 않은 징후로 해석됩니다.

주요 신문사 매출액 도표. 미디어오늘

민들레의 역할 여전히 필요하지만 재정 갈수록 악화

민들레는 촛불 시민들의 이런 위기의식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래서 기득권 카르텔과 내란 세력의 기만적 여론몰이에 대항하는 '독립언론' 민들레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믿고 한정된 인력이 생산하는 기사와 칼럼의 소재 및 방향도 핵심 전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기성 언론 대부분이 쓰는 사안을 민들레까지 다룰 필요나 여력이 없기도 합니다). 몇 안 되는 진보 매체들이 민주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어용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비판 강박증'을 보이고 보수 진영이 설정한 프레임에 쉽게 휩쓸리곤 하면서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샀던 점을 각별히 성찰하며 탄생한 민들레인 만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점도 늘 유념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국내외 환경에서 출범해 첩첩산중을 헤쳐나가면서도 집권 초기부터 '중대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해 일관되게 추진하고 보수 진영이 극렬 반발하는 '노란봉투법'과 '더 세진 상법 개정안' '노동절 부활' 등을 관철시키며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한을 풀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이재명 정부의 민생·개혁 노선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기대가 바탕에 있음은 물론입니다. 주요 과제로 꼽히는 검찰 개혁의 경우 '친윤' 검사들이 호시탐탐 발호하면서 혹시 되치기를 당하는 게 아닐까 하는 시민들의 일부 우려가 있고 민들레에서도 주변 참모들에 대한 비판 기사를 여러 번 쓰기도 했습니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확고한 문제의식과 의지를 갖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검찰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참모들을 '단도리'하고 있다는 얘기를 여러 경로로 들으며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촛불 시민들과 국민주권정부가 윤석열 정권이 구석구석 무너뜨린 국가 체계를 바로잡고 내란을 청산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민들레도 초심과 정체성을 잃지 않고 기성 언론과는 대비되는 차별성과 깊이를 갖춘 '일간 텍스트 매체'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윤석열 정권엔 애완견이자 경비견이었으나 이재명 정권엔 감시견 또는 광견으로 표변한 언론들은 변함없이 대기업 광고·협찬, 정부 광고, 포털 클릭 수입으로 배를 불리는 반면 독립언론의 재정은 아직도, 아니 더더욱 옹색하기만 합니다. 지난해 6월 <'애완견' 전성시대와 '감시견' 민들레의 현실>이라는 민들레 편지를 올린 바 있는데 그때보다 악화가 됐으니 면목이 없습니다.

독립언론의 물적 토대를 갖추기 위해 '후원자 1만 명'을 목표로 창간한 이래 민들레 사이트 가입자는 점점 늘어 전체 회원 수가 현재 1만 4500명에 달합니다만, 6500명 부근까지 갔던 후원 독자 수는 오히려 줄어 5000명 선도 무너질 듯 위태롭습니다. 텍스트 기반 콘텐츠의 유료화 모델로 상당한 관심을 받았으나 결국 경영에 실패하고 회사를 매각한 박소령 전 퍼블리 대표의 언론 인터뷰를 얼마 전에 읽다가 "창업 초반엔 책 사는 데 월 5만~10만 원 정도 쓰는 콘텐츠 헤비 유저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관련 콘텐츠를 월 구독료 2만 1900원에 공급했다. 머릿수가 5000명을 넘기 힘들더라"고 토로한 대목에 한동안 눈길이 꽂혔습니다. '기사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한 현실에서 월 1만~2만 원 내는 텍스트 매체 후원 독자 수를 더 끌어올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건가….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며 손을 잡고 있다. 2025.9.4. 연합뉴스

민들레 후원을 중단하는 여러 이유와 독자층의 분화

민들레 구성원들이 더욱 걱정하는 부분은 정권 교체 이후에 후원 독자 이탈이 추세적으로 굳어지는 듯한 흐름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윤석열이 파면되고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촛불 시민들의 긴장감도 종전보다 느슨해진 측면이 있어 후원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제도 어려운데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충분히 헤아립니다. 저도 전 직장을 그만두면서 주머니 사정 탓에 시민사회단체 후원을 여러 곳 끊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보다 더 민들레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부분은 진보적 독자층의 일종의 분열 또는 분화 양상입니다. 정확한 수치를 집계할 순 없지만 조국혁신당은 물론 민주당 관련 인사들 기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후원과 연결시키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는 듯합니다. 이전에는 민들레에서 거의 볼 수 없던 현상인데, 가령 <내란세력 준동 계속되는데 또 양비론, '김어준 죽이기'>에 달린 "이런 논조의 기사가 불편해서 민들레 후원 끊었어요. (…) 민들레도 계엄 날 이재명의 라이브 부탁을 거절하고 도망가 숨은 것에 부끄러움도 못 느끼는 김어준의 방패막이 되어 주더군요"라는 댓글을 읽으며 글자 그대로 기운이 쭉 빠졌습니다. 김어준 씨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를 수는 있으나 그를 주제로 다룬 기사(단순한 방송 인용을 제외하고) 자체가 민들레에 극히 드물었는데도 다른 수많은 기사와 칼럼을 제치고 후원 중단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착잡하더군요. 윤석열 정권 시절 김어준 씨가 탄압받고 뭇 언론에 의해 매도당할 때 민들레에 어쩌다 그에 관한 글이 실리면 응원 일색이었는데 지금은 긍정과 부정이 반반으로 나뉜 듯합니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을 두고서도 몇 가지 단편적이고 주관적인 근거를 들어 민들레 논조를 못마땅해하고 필자를 향해 막말과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댓글을 다는 분들까지 있습니다.

새삼 말씀드리지만 민들레 에디터와 기자들은 사실과 진실을 좇아 저널리즘적 양심과 소신에 따라 '뉴스 밸류'를 판단하며, 지금은 무엇보다 '내란 종식'에 최우선 가치를 둬 보도하고 논평할 뿐 그 어떤 사적 이익이나 정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고 무슨 혜택은커녕 덕을 본 바가 일절 없습니다. 대통령 비판이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만약 개혁 노선에서 탈선한다는 판단이 서면 언제든지 매섭게 회초리 또는 몽둥이를 들게 되겠죠. 김어준 씨를 포함해 민주당 관련 개별 인사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민들레 이미지. 챗GPT

상업광고 없는 '청정지대' 독립언론의 꿈 계속 키울 수 있도록

민들레가 부족한 점도 있고 애초에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만, 특정 사안에 관한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 등에 따라 현재 추세대로 후원 독자가 계속 줄면 민들레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고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같은 다른 진보 매체는 아무리 촛불 시민들의 원성을 사는 보도를 해도 어차피 광고·협찬에 기대 운영하는 탓에 꿈쩍도 안 합니다만, 민들레가 창간 정신을 버리고 광고주들에게 문을 활짝 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민들레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독자층의 저변이 넓어져 포털 입점(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독자 여러분께 따로 보고드리겠습니다)도 머지않은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시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내부 구성원들에겐 매일의 고민거리입니다.

민들레 기사를 오래 봐온 분들은 '왜 이 에디터 이름이 요새 안 보이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 에디터들은 퇴사했습니다. 저마다의 과정이 있으나 민들레 재정 형편과 근무 환경이 적잖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저는 창간 때부터 편집인으로 일하다 올해 1월 물러나고 다른 에디터가 그 직무를 맡았는데, 그분이 6월 대선 직후 다른 언론사로 옮기면서 다시 겸직을 하게 됐습니다.

대표적 경제지에서 현직 논설위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합류했을 만큼 민들레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분이고 저도 할 수만 있다면 붙잡고 싶었습니다만, 월 250만 원의 봉급 실수령액(민들레 에디터들은 직책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월급을 받습니다)으로 '법카'도 없이 대외 활동을 하고 생계를 꾸려가기가 여의치 않았던 사정을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은행 대출이 잔뜩 남은 50대 중반 나이에 전 직장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입으로 지내다 보면 이런저런 상념에 들 때가 있습니다.

민들레 에디터들은 다들 윤석열 등장 이후 언론의 행태를 더 견딜 수 없어 조금이라도 지형을 바꿔보고자 모인 사람들이고, 사명감을 원동력 삼아 떠난 자들의 몫까지 메우려 매일 녹록지 않은 업무량(외부 원고들도 에디터들이 분담해 데스크를 보고 편집합니다)을 감당하고 있습니다만, 창간 초기 불가피하게 외부에서 조달한 억대의 차입금도 갚지 못한 상태에서 '긴축 경영'이 더 장기화, 심화하면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민들레 광장'의 정규 필진에게 드리는 원고료를 정상화(적어도 삭감 이전으로 원상복구)하고, 감사하게도 꾸준히 증가하는 '민들레 들판' 기고자 및 시민기자분들께도 적정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은 에디터들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합니다. 앞으로 포털에 진입해 기사 주목도와 영향력이 훨씬 커지면 갖가지 '전략적 봉쇄소송'에 직면할 위험도 급상승할 텐데 현 상태로는 민형사 소송 몇 건만 당해도 휘청이게 될 것이라는 점은 편집인으로서 또 한 가지 근심거리입니다. 저는 사실 윤석열 정권 퇴진 및 민주 정부로의 교체라는 민들레 창간 목표는 달성됐으니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이쯤에서 해산해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기울기도 했습니다만, 동료들과 독자들에 의지해 이 고비를 또 넘겨보자는 마음으로 각오를 새롭게 다졌습니다.

민들레가 인력을 충분히 보강해 제2, 제3의 내란 세력과 최선봉에서 싸울 수 있도록, 상업광고 없는 '청정지대' 독립언론의 꿈을 계속 키워갈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성원해주시길 독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후원 중단을 고려하는 분들, 이미 중단하신 분들은 민들레가 창간 이래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한 번쯤 재고해주시고, 후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도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흔쾌히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독초가 무성한 한국의 언론 풍토에서 꼭 필요한 민들레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자립 경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독자분들께 혹 부담이 될까 오랫동안 주저하다 쓴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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