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
박철 시민기자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예수살기 대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 상임의장.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
나는 이런 대통령을 바란다. 하늘에서 떨어진 완벽한 존재도, 신성하게 거룩한 이도 아니다. 인간은 본디 흠 없는 존재가 아니며, 흠 없는 삶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피하는 능력이 아니라, 실수 속에서 배우고, 깨닫고, 자신을 돌아보며 성장할 줄 아는 용기다. 특별히 대통령이란 자리가 그래 보인다. 자신의 한계를 솔직히 직시하면서도, 그럼에도 선과 정의를 향한 길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사상과 신념이 있는 사람에게 나라를 맡기고 싶다. 사상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며, 신념은 그 눈으로 본 세상을 살아가는 의지다. 사상과 신념이 없는 권력은 바람에 흔들리고, 여론의 파도에 휩쓸리며, 결국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한다. 신념 없는 정치는 탐욕과 안일의 다른 이름이다.
그가 진정 신념의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말이 아니라 그의 삶의 궤적을 살펴야 한다. 그는 정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왔는가. 약자와 소수자를 대할 때 평등과 존엄을 지켰는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타인의 눈치를 보기보다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는가. 권력의 달콤한 유혹 앞에서 침묵하지 않았는가. 그의 삶과 행적 속에 모든 답이 들어 있다.
만약 그가 인간을 차별하고, 집단의 이익을 위해 소신을 버리며, 눈앞의 계산된 이익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그는 결코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이 아니다. 그는 지도자가 아니라 단지 관리자일 뿐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로운 혼을 이해하며, 미래를 향한 낙관을 품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또한 그가 이익보다 의(義)를, 강자보다 약자를, 효율보다 인간의 품위를 중히 여기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차별과 불평등의 어둠을 직관할 줄 알고, 권력을 행사하되 그것이 자기 것이 아님을 늘 기억하는 사람. 불의한 타협 앞에서 손해를 감수할 줄 알고, 의로움을 사랑하되 자랑하지 않는 사람. 명예보다 진실을, 성공보다 양심을 중히 여긴 사람. 그런 사람만이 국민에게 "아름답게 살자"고 말할 자격이 있다.
나는 또한 대통령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며, 그 안에서 사람과 세상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서가에는 시집 몇 권이 꽂혀 있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잠시 음악에 귀 기울이며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 말보다 침묵의 힘을 알고, 단어보다 정서를 읽을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국민의 아픔과 사회의 숨결을 온전히 감지할 수 있다.
그는 약자들의 한숨 소리뿐 아니라, 탐욕과 무관심으로 병든 문명이 파괴한 자연의 신음까지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도시의 불빛 아래 잊힌 산의 고요, 이윤 논리에 가려진 강의 흐름, 사람보다 기계 소리가 더 커진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들을 줄 아는 귀. 이 귀는 단순한 청각이 아니라 마음의 감각이다. 생태의 울음, 가난한 이들의 고통, 무명한 이들의 땀 냄새 속에서 한 사회의 아픔을 느낄 줄 아는 사람. 그런 이가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또한 그는 자기 생각이 선명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의 말이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오랜 사유와 성찰 끝에 길어 올린 진심이기를 바란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권력의 유혹에도 양심을 잃지 않으며, 다수가 원한다고 해서 그릇된 길을 가지 않는 사람. 자기 생각의 뿌리를 깊이 박은 사람. 그런 사람이 나라의 중심에 서면, 국민은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우리 근현대사는 사상과 신념 없는 권력자들로 인해 겪은 고통의 역사였다. 우리는 생각없이 살다가 주권을 빼앗겼고, 양심 없는 권력자들에게 나라를 맡겼다가 무고한 생명을 잃었다. 권력을 술수로 채운 자들이 진실을 조작하고, 국민을 분열시켰다. 그 대가를 우리는 세대를 걸쳐 치렀다. 이제는 그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욕심 많은 국민이고 싶지 않다. 그저 인간의 양심과 품위를 지닌 대통령 한 사람을 바랄 뿐이다. 그는 권력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그것이 국민이 위임한 공적 책임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신념을 국민의 뜻에 맞춰 겸손히 다듬을 줄 아는 사람, 그런 대통령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를 신뢰하겠다.
그러나 나는 또한 안다. 그런 지도자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국민의 품에서 자란다. 우리가 어떤 언어를 쓰고, 어떤 진실에 귀 기울이며, 어떤 가치에 마음을 두느냐가 바로 그 지도자를 만들어낸다. 지도자는 국민의 거울이고, 국민은 지도자의 뿌리다.
좋은 대통령을 바란다면, 먼저 우리가 좋은 국민이 되어야 한다. 양심을 잃지 않고,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권력보다 정의를, 편리보다 진리를 선택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그런 시민들의 뜻이 모여 언젠가 이 나라의 품격을 다시 세워줄 대통령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는 단지 정치인이 아니라, 한 사회의 양심이요, 우리 모두의 희망이 될 것이다. 그가 오면 우리는 다시 아름답게 살 수 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진실이 언어가 되는 나라. 그날을 위해 나는 오늘도 조용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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