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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혐오표현 규제 만드는 것으로 물꼬 틀 수도”

 

[사상통제 100년 기획강좌④] 이정희, 혐오표현 규제와 국보법 폐지

  • 기자명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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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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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혐오’

이정희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 대표는 14일 오후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혐오표현 규제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정희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 대표는 14일 오후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혐오표현 규제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유일하게 단 하나 바뀌지 않는 혐오의 자유가 있습니다. 오히려 한 글자도 건드리지 못하고 법률에 80년 동안 계속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차별입니다.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폭력이고,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혐오입니다. 그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이죠.”

이정희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 대표는 14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치안유지법-국가보안법 사상통제 100년 기획강좌’ 네 번째로 “혐오표현 규제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국가보안법은 철저한 차별과 편견의 법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 세 번에 걸친 기획장좌의 내용을 “12.3 계엄의 근본 원인은 사상 혐오와 혐오 공격을 정당화해 온 100년의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 유지됐던 국가보안법이다. 그리고 일상의 혐오들이 계속됐던 것이 그 바탕이다”라고 요약하고 “국가보안법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이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한다”고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을 사유로 내건 점에 주목하며, 국가보안법 기소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국가보안법의 정치적 활용은 혐오표현을 타고 훨씬 더 강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노상원 수첩’을 언급하며 “그게 실행됐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하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말한 사실과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 시절 ‘멸콩 캠페인’을 편 사실 등을 적시하며, 1948년 여순사건 이후 이어져온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혐오표현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12.3 계엄은 이같은 혐오의 ‘폭발’이라고 해석했다.

‘혐오표현, 다수집단이 소수집단 차별하거나 적대하는 표현’

이정희 대표는 혐오표현의 '역사적 구조적 연원'에 방점을 찍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정희 대표는 혐오표현의 '역사적 구조적 연원'에 방점을 찍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혐오표현을 거절할 자유』(들녘, 2019)를 출간한 바 있는 이 대표는 혐오표현을 “역사적 구조적 연원에 의해 형성된 다수집단이 소수집단과 그 구성원에 대한 배제 또는 축출을 주장하거나 정당화하며 차별하거나 적대하는 표현”이라고 규정하고 국가인원위원회가 「정치인의 혐오표현 예방·대응 의견표명」에서 규정한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서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을 인용했다.

또한 이승현이 「혐오표현 규제에 대한 헌법적 이해」(『공법연구』 제44권 제4호, 2016)에서 혐오표현의 해악으로 “일차적으로 그 대상이 되는 표적집단 구성원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해당 집단 구성원을 침묵시켜 토론의 장에 참여하는 기회를 박탈하며 다른 사회구성원들에게는 표적집단에 대한 적대적인 사상을 주입시킴으로서 공론장을 왜곡”한다고 지적했고, 궁극적 효과는 “표적 집단 구성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과 불평등의 영속”이라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국가보안법 사건 변호인을 맡아온 경험이 있는 이 대표는 “극우단체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빨갱이, 종북, 사회주의자, 뭐 이런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 계속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어 왔다”고 말하고, 이같은 판례들은 2018.10.30. 선고 2014다61654 판결로 뒤집어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시장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정치인에 대한 ‘종북’ 표현이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는 것.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간첩’ 발언이나 윤미향 전 의원 등에 대한 극우단체들의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이 대표는 “이 판결은 한국의 사상 혐오의 역사를 무시한 판결이라고 생각하고 사회 구조적 문제에 눈 감은 판결이 이후에 계속해서 가해를 방치하고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현실에서는 “특히 남북관계나 한미관계에 관해서는 극우 정치세력과 다른 생각을 갖는 순간 모든 공공의 영역에서 살아남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짚었다.

반공주의 사상혐오의 ‘자기 검열’

네 차례 진행된 기획강의는 참가자들의 높은 열기 속에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네 차례 진행된 기획강의는 참가자들의 높은 열기 속에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 대표는 “주로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 그리고 성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 이주 노동자, 이주민에 대한 혐오표현만 논의가 되었다”며 “사상과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해서는 혐오표현이라는 단어조차 붙이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이것이 반공주의 사상혐오의 자기 검열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북 빨갱이도 사상 혐오라고 이야기를 했다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오히려 배척을 받지 않을까 하는” 자기 검열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혐오에 대해 연구하면서 사상혐오는 말조차 꺼내는 않는 학자들이 다수였고, 이것 자체가 ‘반공주의 사상혐오의 자기검열의 효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현실은 동성애 혐오나 중국 혐오 같은 주요한 혐오들은 ‘반공, 반북, 종북, 빨갱이 혐오’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진단이다. “동성애는 사회를 혼란시킨다. 사회를 혼란시키면 북이 좋아한다”, “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지배한다”는 식이라는 것. 이 대표는 발표문에서 “한국 사회의 다양한 혐오표현을 쏟아내는 사람들은 정치·종교·언론 각 분야에서 서로 연결되어 한 덩어리가 되어 있다”고도 지적했다.

혐오표현 규제는 흔히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논리로 제동이 걸렸고,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는 이유로 △인간의 존엄론 △국민자치론 △사상의 지유시장론 등의 이론이 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이 대표는 “혐오표현은 인간의 존엄, 공존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혐오표현은 방치하면 숙의 과정이 필연적으로 오염된다”, “권력이 억압하는 소수 의견을 보호하기 위해서다”라고 논박했다.

특히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올해 5월 12일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인종차별적 증오 발언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형법 개정과 ‘인종차별적 증오 발언 및 증오 범죄의 명시적 범죄화를 포함하는 포괄적 입법’, ‘정치인과 공인에 의한 표현을 포함한 모든 형탱의 혐오표현을 단호히 규탄’하고 조사 및 처벌, 교육을 강화할 것을 권고한 점을 주목했다.

대한민국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과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철폐협약」(인종차별철폐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으로서, 이에 근거한 혐오표현 규제 입법을 해야 하지만, 당사국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은 이 두 규약과 협약을 거부하고 있고, 스웨덴를 비롯해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등은 아예 헌법에서 혐오표현을 규제하고 있다.

2차대전 전범국인 독일의 경우 헌법에 인종 차별, 인종 혐오를 부추기는 표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조항을 뒀고, 나치 지배하에서 범해졌던 인종 대규모 학살, 제노사이드에 대해서 부인하거나 고무한 사람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역시 전범국가인 일본은 벌칙은 없지만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시책 추진에 관한 법」을 제정했다.

“국보법 폐지는 큰 기둥을 자르는 것, 가지를 잘라내는 것도 필요”

이정희 대표는 인종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법안부터 추진하는 현실적 방안을 제안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기자]
이정희 대표는 인종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법안부터 추진하는 현실적 방안을 제안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기자]

이 대표는 “지금의 혐오표현의 양상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또 있다”며 “혐오표현에 대한 별도의 법적 규제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는 큰 기둥을 자르는 것이고, 가지를 잘라내는 것도 필요하다. 이것이 각각의 혐오표현 규제 입법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적 규제만으로 다 되지 않는다”며 “혐오표현을 멈추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힘은 사실 시민들이 혐오표현을 들었을 때 멈추라고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내가 알게 모르게 부지불식 중에 혐오표현을 쓰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사회적으로 형성된, 역사적 구조적으로 형성된 소수 집단에 대해서 나와 같은 공동체에서 있을 수 있는 동료로 받아들이는 것. 이것들이 다 함께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항 표현이 활성화되어야만 한다”면서도 “여기에 모든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혐오표현의 피해자들은 거기에 맞서서 ‘하지 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든다”는 것. 더구나 “오히려 대항 표현을 하게 되면 그걸로 인해서 표적 찍혀서 쫓겨나는 경우들이 훨씬 많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제기했다가 직장에서 쫒겨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빛의 혁명을 만들어낸 시민들이 제일 중요한 과제로 꼽은 게 차별금지법 제정이지 않느냐”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서 혐오표현은 안 된다는 사회적 상식을 분명하게 하고, 표현의 자유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고, 혐오표현 규제 입법을 만드는 것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성소수자 문제를 포함시킬 경우 발의조차 어려운 현실이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해 “인종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를 만드는 것으로 물꼬를 틀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구체적 포함 내용으로 △정당 현수막 규제 △인종 혐오 시위 규제 △역사부정 혐오표현 규제를 꼽았다.

아울러 “인터넷상 혐오표현 규제도 별도의 법률로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본 대사관 앞 수요 시위 때마다 벌어지고 있는 혐오 시위와 제주 4.3사건이나 여순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표현 등을 예시하며 “역사 부정 혐오표현에 대한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보안법을 차별적인 국가 폭력으로 인식해야”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마지막 기획강의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 대표는 “국제 규약상 상 우리나라의 입법 의무가 명확하게 나와 있는 것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성공해야 된다”며 “일단 입법을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진보당 손솔 의원이 인종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것으로 한정해 내놓은 법률안을 주목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개별 혐오표현 규제 법령뿐만 아니라 더 계속 차별금지법 제정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혐오표현을 차별로 보고, 국가보안법을 차별적인 국가 폭력으로 인식하는 이것이 12.3 계엄을 극복한 우리 국민들의 열망과 맞물려지면, 국가보안법 폐지에 이를 날이 오래지 않아 올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다”며 “혐오표현을 규제하고 공존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이 과정을 지금부터 함께해 나가는 것이 결실로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애써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또한 ‘대한민국이 제노사이드 협약 비준국으로서 그 이행 입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도 당연히 제노사이드 협약이 형사처벌 규정에 들어 있기 때문에 들어가야 하지만, 우선돼야 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배상, 공식적인 사과와 제노사이드의 형식적인 수단 명분이 되었던 판결에 대한 일괄적인 무효 선언들이 같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답했다.

이종문 진보당 부천시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좌는 통일뉴스와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가 주관하고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주최했으며, 경희대·서울대·연세대·외국어대 민주동문회, (사)양심수후원회, 한국 YMCA전국연맹이 후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기획강의를 공동주관한 통일뉴스 이계환 대표가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는 기획강좌를 마무리하며 “혐오표현의 피해자들, 역사 부정의 피해자들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원하는 사람들이 함께, 혐오표현 규제와 차별 금지법 제정,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 결국 국민이 한다”는 이정희 대표의 발표문 결론을 대독하는 것으로 인사를 가름했다.

‘치안유지법-국가보안법 사상통제의 역사 100년’ 기획강좌는 1강 “사상통제법으로서의 일제하 치안유지법”(홍종욱), 2강 “이승만의 국가보안법 제정과 제노사이드”(강성현), 3강 “사상통제의 역사 100년, 혐오와 폭력에 맞서기”(김동춘), 마지막 4강 “혐오표현 규제와 국가보안법 폐지”(이정희)가 진행됐으며,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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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락 2025-10-21 10:43:21
유일하게 단 하나 바뀌지 않는 혐오의 자유가 있습니다. 오히려 한 글자도 건드리지 못하고 법률에 80년 동안 계속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차별입니다.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폭력이고,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혐오입니다. 그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이죠.”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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