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넘어야 할 두 개, 세 개의 산
장정수 편집위원
윤석열 일당의 내란 책동을 이겨내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성패는 내란 척결, 검찰·사법 개혁, 민생 안정이라는 세 과제의 동시 실현에 달렸다. 3대 특검 수사로 드러나는 윤석열 정권의 추악한 민낯과 사법부의 사보타주는 민주당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입증한다.
나라 안팎 위협하고 있는 온갖 경제 악재들
그러나 내란 세력 청산이 곧 정부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생 개선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지기반이 확대되고 선거 승리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가 두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사법 처리하고도 재집권에 실패한 것은 부동산 가격 폭등을 억제하지 못한 탓이었다. 결국 민심은 경제에 의해 좌우된다.
49.4% 득표율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 55~65%를 유지하며 비교적 견고하다.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정치 지형에서 이는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현 지지율 유지는 보장되지 않는다. 집권 초기 정점을 찍은 지지율은 시간이 흐르며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책 불만층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지지율의 향방은 결국 경기, 부동산, 고용, 물가 등 민생 이슈에 달렸으나, 어느 하나 해법이 용이하지 않다.
대외 여건도 어둡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내란 청산에 비해 민생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위험하다. 한미 관세 협상 같은 중대 사안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목소리는 두드러지나, 민주당의 구체적 대응은 미미하다. 내란 청산이라는 정치적 성과만으로는 민심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내분과 리더십 부재로 존재감이 희박한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긴장감을 흐트러뜨렸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안일함이 지속된다면 민심 이탈은 피할 수 없다.
민생 놓치면 서울시장 선거 놓치고 보수 동력 살아날 것
한국 정치는 여전히 진보와 보수가 팽팽히 대립하는 구도다. 경제 전망은 어둡고 민생 현안은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에 안일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고전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결코 녹록지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폭등을 억제하지 못한 정책 실패로 서울 정치 지형이 보수 우위로 기울었고, 이는 2022년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만약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연합이 성사된다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지방선거 시점에는 내란의 여론 효과가 희석되고 부동산 가격과 경제 상황이 주요 변수로 부상할 것이다. 만에 하나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한다면, 수세에 몰린 보수 세력은 심리적 동력을 얻어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를 맞는다. 민주당은 이러한 위험을 직시하고 다각적 민생 대책으로 서울 민심을 재확보해야 한다.
민생 안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도해야 할 핵심 과제지만, 민심과 접촉하는 민주당이 그 목소리를 경청하고 당정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온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당정 관계는 엇박자를 보여왔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당정의 속도와 온도 차이가 종종 있다"고 밝힌 점이 이를 드러낸다.
민주당 지도부 내부에서도 주요 현안을 둘러싼 불협화음도 감지된다. 윤석열 정권의 검찰 독재에 맞서 일사불란했던 과거와 달리, 집권 후 지도부의 리더십 혼란과 중진들 사이에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과열 경쟁 양상도 보인다. 이는 당내 응집력을 약화시키고 민생 대책 수립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불필요한 내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난맥상을 극복하고 민심에 기반한 실질적 민생 정책을 당정 협력으로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당정 합심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양극화 해소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과제는 한국의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 해소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으며,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사회적 불안정은 임계점을 넘어선다.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은 46.5%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은 14.7%로 일본(10.4%)을 크게 넘어선다. 청년 체감 실업률은 16.4%에 달하며, 대졸자의 25.1%가 비경제활동인구이고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일자리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들에서 극우 세력이 확산되는 양상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 민주주의가 뿌리 깊은 국가들조차 경제적 불안정과 이민 증가로 정치적 극우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정치불안정의 위기임을 시사한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청년층의 극우화, 중산층의 불만 증폭, 계층 이동 사다리의 붕괴는 유럽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위험한 신호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한층 심화되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과도한 달러 찍어내기로 물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다 빈부격차 심화가 겹치면서, 'MAGA'라는 선동적 구호를 내세운 트럼프 정권이 부활했다. 미국 제조업의 심장부로 불렸던 러스트 벨트 지역의 몰락한 중산층과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었으나, 경제적 문제 해결에 무능한 민주당에 실망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주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포퓰리즘으로 자리 잡았고, 유럽 극우의 확산과 연동되어 세계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글로벌 극우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제 불평등 완화와 청년 실업문제의 해결로 정치적 극우화의 싹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10년 간 300만 청년 일자리 만들어낸 뉴딜 정책의 현재적 의미
역사적으로 중산층의 붕괴는 극우 세력의 득세와 민주주의 위기의 전조였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몰락이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독일 최초의 민주적 헌정체제이자 한때 유럽의 모범적 민주주의로 평가받던 정치 체제였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천문학적 전쟁 배상금과 1929년 대공황으로 촉발된 초인플레이션, 대량 실업은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을 경제적 절망으로 내몰았다. 이러한 경제적 파국 속에서 절망한 이들은 극단적 해법을 제시한 히틀러의 나치당에 몰표를 던졌다. 나치당은 1933년 합법적 선거를 통해 43.9%의 득표율로 권력을 장악했다. 쿠데타가 아닌 민주적 절차를 통한 집권이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붕괴는 경제적 안정 없이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이재명 정부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서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물론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미국과 21세기 한국의 맥락은 크게 다르므로, 한국 실정에 맞춘 정책적 조정이 필수적이다.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은 대공황으로 붕괴된 미국 경제를 재건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그중 시민보존단(CCC)은 대표적인 청년 실업 구제 프로그램으로, 1933년부터 1942년까지 약 300만 명의 18~25세 실업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CCC는 숲 관리, 도로·공원 건설 등 공공 인프라와 환경 보호 사업을 통해 청년들에게 임시 일자리와 직업 경험을 제공하며 경제적 자립을 지원했고, 참여자들에게 월 30달러(현재 가치로 약 600달러)의 임금을 지급해 생계 안정에도 기여했다.
경제 회복 없는 정치적 승리는 모래 위의 성 불과할 뿐
이재명 정부 역시 과감한 공공 투자와 사회 안전망 강화를 통해 현재의 경제 위기와 청년 실업, 부동산 문제 등 민생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화려한 정치적 업적만으로는 민심을 움직일 수 없다. 국민의 일상적 경제 고통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내란 척결 같은 숭고한 업적도 빛을 잃는다. 민생 없는 정의의 실현은 공허하며, 경제 회복 없는 정치적 승리는 모래 위의 성에 불과하다. 이재명 정부가 검찰·사법 개혁 포함한 내란 청산과 경제 회생이라는 두 가지 역사적 과제를 동시에 완수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수호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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