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권 잃으면 다 잃은 것…관세 협상은 실패했다
[사설] 주권 잃으면 다 잃은 것…관세 협상은 실패했다
- 데스크
 - 승인 2025.10.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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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 때도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투병 파병을 거부했다. 공병을 전장에 파병하지도 않았다. 끝까지 버텨서 결국 비전투지역에 건설병력을 보내는 것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라크 파병 소식이 전해지자, 노무현 정부에 대한 지지 철회가 줄을 이었다. 정부의 협상 노력을 국민이 몰라준 걸까? 아니다. 미국의 파병 요구에 굴복해 주권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주권국가라면 부당한 압력 앞에 ‘노(NO)’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주권은 경제적 손익과 달리 양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주권은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이번 관세 협상에서 빼앗긴 것은 3,500억 달러가 전부는 아니다. 달러보다 더 귀중한 경제주권을 잃었다. 이번 협상으로 한국경제는 무너지는 미국경제에 다시 편입했고, 산업주권마저 포기해버렸다. 그래서 지금 국민들은 협상 결과에 앞서 수치심을 느낀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보다 국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키지 못한 것은 외환보유고가 아니라 지난 겨울 광장을 자랑스러워 했던 시민의 자존감이다. 그래서 협상은 실패했다. “외환 위기는 피했다, 일본보다는 나은 협상이다, 한국 조선업에도 도움이 된다” 등으로 포장하지만 모두 말장난일 뿐이다.
현실은 지금부터 해마다 외환보유고에서 200억달러(약 28조원)를 예치해 두고 미국의 승인하에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 최소 10년 간 족쇄를 찬 셈이다.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해 우리 기술과 자금, 그리고 인재를 미국에 바쳐야 한다.
더구나 이번 협상이 선례가 돼 트럼프는 걸핏하면 관세를 올리겠다고 협박할 테고, 그때마다 조공 바치듯 대미투자를 늘려야 한다. 모두들 미국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우리는 제 발로 미국이 파놓은 덫으로 기어들어간 형국이다.
우리 국민이 뭐 대단한 것을 바란 것도 아니다. 그저 주권국가 대통령답게 당당하길 바랬다. 미국 힘이 센 거야 누가 모르나. 하지만 조공을 바치라는 데, “분할 납부하면 안 될까요?, 조금만 줄여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사정해야 하는 제후국은 아니지 않나.
정부와 여당은 “쾌거”, “외교천재 이재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그게 국민들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지 모르는 것 같다. 협상 결과를 극찬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이런 협상 결과를 가져왔어도 똑같은 평가를 했겠는가?”
협상 결과를 칭찬하는 이유는 사대주의에 찌들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이들은 해방이 뭔지 모른 채 해방을 맞았다고 했던가. 지난 80년 미국에 사대하며 살다보니, 이제 굴욕감조차 느끼지 못하는가 보다.
이 대통령은 협상 초기 “트럼프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서라도 국익을 지키겠다”고 했다. 미리 주권국가의 면모를 포기하는 것 같아 느낌이 ‘쌔’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결국 돈도 잃고 경제주권도 잃어버렸다.
더 한심한 현실은 지금 이재명 정부는 협상에서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모른다. 사실, 주권을 잃으면 다 잃은 것이다. 나라 곳간은 주권자 국민이 노력하면 메울 수나 있지만, 한 번 잃어버린 주권은 되찾기 힘들다. 더구나 주권자 국민이 믿고 맡긴 정부여서 실망이 더 크다.
이제라도 국민주권정부답게 주권자 국민 편에 서라. 그리고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 날강도 트럼프에 맞서보자. 아직 늦지 않았다. 국회에서 협상안을 부결하고, 재협상을 시작하자. 국민주권정부에는 주권자 국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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