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혐중 때문에 기껏 키운 ‘K문화’에 부정적 이미지 우려” 한목소리

 [중국인 관광객 막자는 국민의힘 2] ‘불법체류 증가’ 제기하는 국민의힘...전문가들 “단체관광객은 이중 제재 받아”

  •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가운데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혐중 시위'를 벌이는 등 혐중 여론 부추기기에 한창이다. 국민의힘을 비롯해 여당 일부에서도 이번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으로 인해 중국인으로 인한 범죄, 불법체류가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하면서 공포심을 심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혐중 여론으로 인해 중국을 상대로 한 관광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관광객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이 같은 혐중 여론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난달 29일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됐다. 이에 따라 국내·외 전담 여행사가 모집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15일 이내 무비자 체류할 수 있다. 이는 내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정부는 이번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으로 약 10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추가로 한국을 더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쿠폰 효과에 이어 중국인 단체관광객 증가가 국내 경제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3년 중국 '리오프닝' 당시 중국인 단체관광객 100만명이 늘어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GDP, 국내총생산)이 0.08%p(포인트) 오를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 감소와 국내 경제규모 성장 등을 고려하더라도 0.05%p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극우단체들은 '혐중 시위'를 벌이며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회복 시점에 온 국내 관광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희교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는 "명동을 포함해 중국 단체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팬데믹 이후 회복 시점에 있는데 '혐중 시위'로 인해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도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활성화되면 관광업계뿐 아니라 한국에서 일상 생활도 하면서 잡화도 소비하면서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한국은 중국을 싫어한다든지 이런 이미지가 퍼지면 가면 반한 감정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단순한 관광 산업에 타격 뿐만 아니라 'K-문화'로 한창 각광받고 있는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겸임교수는 "더욱 걱정되는 것은 중국 내에서도 SNS 통해서 혐중 시위가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태국이 지난해 한국 전자입국신고(K-ETA)에 대한 거부율이 많아지자, SNS에 반한 태그를 붙이기도 했다.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는 한국에서 혐중 시위를 목격했다며 관련 사진과 영상을 전하는 게시물들이 보인다. 한 중국인 네티즌은 "바로 눈을 돌려 모른 척했다"며 두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국가 이미지에 대한 타격은 의도치 않은 경우에도 발생한다. 지난해 태국에서는 SNS에 한국에 대한 보이콧을 뜻하는 '밴 코리아(Ban Korea·한국 금지)' 해시태그가 유행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 정부가 태국의 불법 체류 문제로 입국 심사를 강화하면서 K-ETA 허가율이 감소하자 불만을 표한 것이다. 태국의 반한 분위기는 크게 확산되지 않았지만, 한국도 언제든지 다른 나라에서 여러 이유로 혐오와 반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나타난 사례다.

김강민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도 K-문화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명동 같은 대표적인 관광지역에서 시위, 집회가 상시적으로 벌어진다면, 부정적인 효과는 관광 지역에 대한 이미지에 타격으로 온다. 상인에도 여파가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K-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많은데, 반대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다면 간접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혐중'을 부추기는 극우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번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으로 불법체류가 증가하고, 중국인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정란수 교수는 "정치권 등에서 이번 무비자 입국으로 불법체류가 늘어날 것이라든지 이야기하지만 무비자 허용자체는 파급력이 크지 않다"며 "이미 중국인 개별 관광이 8~90% 차지하고 있는데 이번 무비자 입국으로 중국인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릴 것이란 것도 과장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대상은 단체관광객이다. 단체관광객들은 미리 명단을 한국에 제출하고 심사를 받는 등 제약을 받는다. 정부에 따르면 여행사들은 단체관광객이 입국하기 24시간(선박 입국시 36시간) 전까지 정부에 관광객 명단, 체류지, 여권 정보를 올려 심사받아야 한다.

관광객 이탈이 발생하면 여행사에도 각종 책임을 부과한다. 여행사를 통해 관광객이 여행사 직원과 공모해 이탈하는 등 고의 이탈 사례가 발생하면 즉시 해당 여행사는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된다.

또 관광객이 무단으로 이탈하는 비율이 분기별로 평균 2% 이상일 때도 역시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된다. 기존에는 분기별 평균 이탈률이 5% 이상일 때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됐던 것에서 기준이 강화됐다.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되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더 이상 모객할 수 없다.

정 겸임교수는 "이번에는 자유일정이 없는 형태의 단체관광만 입국해서 불법체류나 이탈을 막기도 했다"며 "이런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잘못 알려지거나, 일부러 왜곡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희교 교수도 "단체관광객은 이중 제약이 있다. 출입국 관리소에서 검사를 받지 않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면서 "여행사에도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주고 체크하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보다 단체 관광이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준영 교수는 "(혐중 여론에서) 팩트도 아닌 것을 가지고 주장하는데, 중국도 굉장한 불이익을 본다"면서 "불법 체류를 하더라도 한국에서 불리하게 살아야 하는데 대부분은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마치 그런 일을 하려고 온 것인 양 호도하는 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혐중 시위'가 다른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희교 교수는 "한국이 세계에서 문화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1년에 2천만명 가까이 몰려드는 이유도 한국이 안전하고, 한국의 문화가 포용적이라는 이미지가 크다"면서 "이런 혐중 시위들이 중국인들만을 향한 시위로 보이지 않고, 외국을 배척하는 시위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다른 관광객도 줄어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 겸임교수는 "관광이라고 하는 부분은 사람들과의 교류이기 때문에 개방성에 기초해야 한다. '나도 환영받고 있다'는 환대받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어떤 지역에서는 '중국인들을 막자'라고 반대하는 시위를 하면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조금 한국보다 사회질서 인식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인종 자체를 무시하는 건 문제"라며 "(다른 나라의 외국인도) 그것이 자기한테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철회 주장까지 나온다. 송언석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에서는 "중국 무비자 입국 제도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당 일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중국 범죄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올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무비자 입국 문제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조치는 중국이 먼저 한국에 대한 무비자 입국 허용한 것에 따라온 상대적인 조치다. 이를 무작정 철회한다면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24년 11월부터 한국, 일본을 포함한 9개국 국민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주변국에 대한 관계 개선를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한국은 한시적으로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도 지난해 연말부터 중국인 관광비자 유효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체류기간도 연장하는 등 완화 조치를 취했다.

강 교수는 "외교라는 게 상대적인 것인데 우리만 안 하겠다고 하면 되겠느냐"라며 "무비자 입국 때문에 결정적 문제가 있으면 철회하자는 주장도 가능하겠지만, 대량 불법체류나 범죄 같은 문제는 아직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선제적으로 철회하는 하는 건 어렵다"면서 "중국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때 한국은 '우리는 비자를 받겠다'고 하든지, 지금 와서 철회할 순 없다. 그런 식으로 가면 한국 외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극우단체와 국민의힘의 '혐중'이 중국의 어떤 문제 때문이 아닌 국내 정치양극화에서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강민 교수는 "이번 혐중 시위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상태에서 수단과 방법으로 활용된 것"이라며 "혐중이 정치 양극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정치 양극화된 상황에서 극우진영의 상대방을 향한 공격과 진영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혐중'을 들고 나왔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혐중이라고 구호를 외치는데 이게 자신들의 뜻을 전하는 실질적인 메아리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사상과 이념에 일상을 동화하려는 도구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혐중이라는 수단과 방법으로 큰 효과가 없다면 해당 진영은 다른 방법을 만들 것"이라며 "(혐중은) 수단과 방법에 불과하다. 양극화된 쟁점 중에서도 피상적인 이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혐중 시위로 인해 우려되는 문제들을 막기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희교 교수는 "한국이 혐오 사회가 되는 출발점에 있다"며 "한국이 수많은 인종주의 국가처럼 혐오분자로 인해 정치적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어 "법률로 다스릴 수 있는 건 다스려야 하고,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라도 대처할 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권에서 '친중 공세'를 우려해 쉬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더 중요한 것은 지금 혐중 여론이 사회적 병리 현상이라 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괜히 친중으로 몰리는 게 겁이 나서 주요 정치 리더가 손을 놓고 있다면 급속히 혐오사회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겸임교수도 법적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별금지법 등을 통해서 범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일본은 혐한시위를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는데 그런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2016년 '헤이트스피치 해소를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실제 처벌 조항은 없지만, 특정 국적이나 출신 지역을 이유로 차별적 언동을 하는 행위를 "용납될 수 없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의가 있다.

정 겸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주장한 것이라거나 어떤 정치 단체에 대한 문제여서 방관해야 할 게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준영 교수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함께 중국 정부와도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도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정보를 알려주고, 어떤 범죄든 국내법에 의해 당연히 처벌하겠다는 걸 확실하게 해야 한다"면서 "중국도 관광객을 보낼 때 신원이 분명한 사람만 보내는 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이러한 시스템을 위해 좀 더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양국이 밝히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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