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 평화안 '비화' 담은 뉴욕타임스 링크 눈길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다른 기사 보기

  • 국제

  • 입력 2025.10.06 17:00

  • 수정 2025.10.06 17:20

  • 댓글 0

카타르 공격 '악수' 둬 수세 몰린 네타냐후 압박

"트럼프, 휴전뿐 아니라 종전 계획이 돼야 주장"

이스라엘, 공격 전날과 당일까지 '휴전안' 협의

트럼프, 네타냐후에 "매사에 왜 그리 부정적?"

이스라엘-하마스, 이집트서 1단계 협상 돌입

트럼프 "하마스, 가자서 권력 집착하면 절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요일인 5일 자신의 트루스 소셜에 이례적으로 뉴욕타임스(NYT) 기사를 링크했다.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에 대한 분노가 어떻게 네타냐후를 가자 문제로 내몰았나'란 제목의 지난 3일 자 기사였다.

여기엔 9월 9일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에서부터 9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20개 항의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가자 평화 구상)을 발표하기까지 미국과 아랍 중재국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상대로 펼친 비화들이 담겨 있었다. 트럼프는 이 기사를 링크함으로써 '팩트'가 맞다고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백악관에서 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2025. 09. 29 [백악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가자 평화안 성안 '비화' 다룬 뉴욕타임스

트럼프, 트루스 소셜에 관련 기사 링크

이스라엘군은 9월 9일 카타르 도하의 한 주거 건물에서 가자 전쟁 종식 관련 트럼프의 제안을 검토하던 칼릴 알하야 정치국 부의장 등 하마스 협상 대표들을 미사일로 타격했다. 알하야는 살았지만 그의 아들과 카타르 보안 관리를 포함해 모두 6명이 숨졌다. 이에 NYT는 "협상 대표들을 폭격해 협상한다는, 너무 충격적인 이스라엘의 도발이었다...이번 공격은 이 지역과 워싱턴의 정부 관리들을 너무 격분시켜 휴전 전망을 산산조각 낼 위협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마저 폭격한 이스라엘의 '만행'이 오히려 네타냐후에게 '고삐'를 채우는 계기가 됐다고 NYT는 봤다. 그 이전 몇 달 네타냐후가 무슨 짓을 해도 놔뒀지만, 카타르 공격은 트럼프와 그의 보좌관들을 격분시켰고, 전쟁 종식에 나서도록 네타냐후를 압박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20일 후 트럼프 가자 평화 구상으로 귀결됐음은 물론이다.

NYT는 "이 과정은 트럼프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를 이전의 중동 협상가 역할로 복귀시켰다. 그건 네타냐후를 압박해 굴욕적 사과를 하도록 했고, 하마스엔 이스라엘의 끝없는 공세를 저지할 마지막 기회를 남겼다"고 논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 계정. 2025. 10. 05 시민언론 민들레

이스라엘, 공격 당일까지 휴전안 협의 '만행'

미, 전날 장시간 협의하고도 폭격 눈치 못 채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 전날인 9월 8일 월요일이었다. 트럼프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쿠슈너는 마이애미의 위트코프 자택에서 네타냐후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 장관과 만나 여러 휴전안을 놓고 3시간 논의했으며, 그 주 후반에 그 안을 하마스에 제시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특히 회의가 끝난 뒤 이스라엘의 더머는 카타르 시간으로 이른 새벽까지 카타르 관리와 몇 시간 더 전화 통화를 했다. 그 통화가 끝나고 약 12시간 후에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하마스 협상대표단이 있는 도하의 주거 건물에 미사일들을 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위트코프 특사는 이스라엘의 공격 시점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고, 위트코프는 소식을 들은 즉시 카타르 측에 전화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위트코프는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타니 총리와 다른 아랍국들에게 백악관의 '불개입'을 해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들 뒷얘기는 협상에 참여한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여러 아랍 국의 관리 14명과의 익명 인터뷰를 기초로 해서 작성됐다.

충격과 배신감을 느낀 카타르는 미국 측에 분노를 터뜨리고, 쿠슈너에게 자신들은 중재자로서 성실하게 행동했는데도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에서 마치 카타르가 하마스의 대리인인 듯이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당시 알-타니 총리는 도하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런 야만적 행동에 지역 전체가 대응해야 하는 결정적 순간에 도달했다"며 이스라엘 정권은 "평화를 위한 기회를 만들려는 모든 시도를 방해"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카타르 측은 사실상 휴전 협상 중재 역할을 중단했고, 가뜩이나 취약했던 협상은 난항에 빠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평화 구상안의 문구를 따져 보고 있다. 2025. 09. 29 [백악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카타르 공격 '악수'로 네타냐후 수세 몰려

"트럼프, 휴전뿐 아니라 종전 계획 주장"

9월 15일, 카타르는 도하의 쉐라톤 호텔에서 아랍·이슬람 국가 정상 약 60명이 참가한 가운데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을 강하게 규탄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일부 아랍 국가 정부들은 네타냐후가 수세에 빠진 이 계기를 활용해 그동안 네타냐후가 오랫동안 반대해왔던 몇몇 쟁점에 대한 양보를 끌어내자는 데 공감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밑에선 협의가 진행됐고, 그 결과 최종 목록에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지속, 영토 병합 또는 점령,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금지 등이 담기게 됐다고 한다.

9월 20일 알-타니 카타르 총리는 뉴욕에서 위트코프와 쿠슈너를 만나 아랍의 요구 사항을 제시했고, 이스라엘이 다시는 카타르를 공격하지 않도록 미국이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1일엔 트럼프가 쿠슈너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찰리 커크의 추모식에 가면서 전화로 위트코프와 협상안 세부 내용을 협의했고, 여기서 트럼프는 어떤 가자 계획이든 휴전을 포함할 뿐 아니라, 모든 당사자가 동의하는 "종전 계획"이 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틀 뒤인 9월 23일 유엔 총회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과 위트코프는 아랍·이슬람 국가 고위 관리들과 회의를 열어 종전 계획의 대강을 설명했다. 여기서 미측은 △ 하마스가 무기를 "항복" 대신 "해체"하고 △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며 △ 팔레스타인인은 가자에 남고 △ 인질을 석방하고 하마스 대원을 사면하는 등의 대목을 강조했고, 아랍·이슬람 측은 수용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아랍 대표는 미국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느냐고 물었지만 답변을 피했고, 이 계획에 네타냐후의 동의와 이행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우려도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이 두 문제 모두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네타냐후를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리곤 24일 미국 측은 롯데 뉴욕 팰리스에서 아랍·이슬람 국가들에 21개 항의 계획을 제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함께 한 가운데 백악관 집무실에서 카타르 총리에게 전화로 카타르 공격에 대한 사죄의 뜻을 전하고 있다. 2025. 09. 29 [백악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트럼프, 네타냐후에 "매사에 왜 그리 부정적?"

"네타냐후, 막판까지 가자 평화안에 회의적"

위트코프와 쿠슈너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와 25일과 28일 뉴욕에서 마라톤 회의를 했다. NYT는 "네타냐후는 그 제안에 회의적이었다...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관한 모든 언급을 삭제하고, 팔 자치 정부(PA)가 가자에서 어떤 것도 운영하지 못하게 하고자 했으며, 이스라엘 군의 완전한 철수 가능성을 낮추고자 제안된 이스라엘의 가자 철수에 단서를 추가하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줄다리기 과정에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군의 철수 문제에서 문구를 유리하게 변경하는 데 성공하자, 하마스의 반대를 우려한 아랍국들은 발표 연기를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트럼프가 "만족한다"면서 공개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남은 문제는 카타르 공격에 대한 네타냐후의 직접 사과였다. 이는 카타르가 '필수 조건'으로 요구해온 것이었고, 트럼프는 "일주일 넘게" 네타냐후에게 사과를 종용해왔다고 한다. NYT는 29일 네타냐후는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면서 가자 평화 구상을 발표하기에 앞서 트럼프 집무실에서 전화로 직접 작성한 사과문을 카타르 총리에게 읽어줬다고 전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29일 가자 평화 구상 발표 당시 네타냐후가 그다지 기념할 일이 아니라면서 시큰둥해하자 트럼프는 "당신은 왜 매사에 그렇게 부정적인지 모르겠다. 이건 승리한 거다. 받아들여"라고 말했다. 또한 나중에 네타냐후가 딴짓할까 우려하는 목소리엔 "비비(네타냐후)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는 괜찮을 거다. 나랑 함께 있으면 (싫어도) 괜찮아야 한다"고 말해 네타냐후를 강하게 압박할 뜻을 비쳤다고 한다.

이스라엘 접경의 가자 지구에서 폭발 직후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 10. 06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이집트서 1단계 협상에

트럼프 "하마스, 가자 권력 집착 땐 절멸"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 그리고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국 대표단은 6일 이집트에서 트럼프 가자 평화구상의 1단계인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이스라엘에선 더머 전략부 장관, 하마스에선 알하야 정치국 부의장이 참석하며, 미국에선 위트코프와 쿠슈너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기습테러 당시 가자로 납치한 인질 중 남은 사람은 생존자 20명과 유해 등 모두 48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석방되는 것과 동시에,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들도 석방하도록 되어 있다.

트럼프는 5알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번 주말 인질 석방과 가자 전쟁 종식, 더 중요하게는 마침내 오랫동안 추구해왔던 중동의 평화를 얻기 위해 하마스와 아랍·무슬림을 포함한 전 세계 나라들과 매우 긍정적인 논의들이 있었다"고 썼다. 트럼프는 "이 논의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신속하게 진행 중"이라면서 "나는 모두에게 빨리 움직일 걸 부탁한다. 나는 몇 세기에 걸친 이 오랜 '분쟁'을 계속 지켜볼 것이다. 시간이 핵심이다, 그렇지 못하면 누구도 보길 원치 않는 어떤 것, 대규모 유혈사태가 뒤따를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5일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하마스가 가자에서 계속 권력에 집착할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는 질문에 "절멸"(Complete Obliteration)이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评论

此博客中的热门博文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윤석열의 '서초동 권력'이 빚어낸 '대혼돈의 멀티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