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 농민이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4가지 이유

 

  • 기자명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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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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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개 키워드로 알아보는 윤석열 정부 농업정책

      분노한 농민, 11월11일 전국농민대회로 분출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장. 1년 소득 1천만 원도 안 되는 농민 앞에 “우리나라처럼 농지가 협소한 나라의 농업소득 비중은 감소하거나 정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처럼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을 짐작할 만하다.

      올해 시작과 동시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들씌워 농민대표단체 사무총장을 체포하고, 4월 양곡관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농민과 농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확연했다.

      지난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거부권을 만지작거린 때부터 300만 농민은 전면적인 윤석열 퇴진 결심을 높였다. 1년이 지난 지금, 농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이 분노는 11월11일 ‘정권 퇴진’ 목소리로 쏟아질 전망이다.

      농민을 분노케 한 윤석열 정부의 농정책, 무엇이 문제일까? 4개의 키워드(열쇳말)로 살펴본다.

      키워드1 : TRQ

      김장철, TRQ가 수상하다

      ▲ 지난 8월 정부세종청사 앞, 무차별 농산물 수입 중단 등을 촉구하며 농민들이 쏟아낸 수입 양파와 마늘 ⓒ한국농정신문

      김장철을 앞두고 연일 배춧값 폭등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한국인에게 김치가 주요 식품인 만큼, 김장에 필요한 농산물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밥상 물가를 잡겠다며 저율관세할당(TRQ)을 확대하는 농업정책을 펴고 있다.

      ‘TRQ’는 무역 정책 중 하나로, 수입물량으로부터 자국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비관세 조치다. 수입물량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일정 기간 내에 수입되는 특정 물품에 대해 일정 할당량까지는 저세율(또는 무세)을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것에는 고세율을 적용하는 이중세율제도를 말한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TRQ를 무분별하게 증량하고 있다. 최근 TRQ 수입 품목인 마늘·양파·건고추·생강 등이 그렇다. 모두 김치를 담그는 데 필요한 재료들이다.

      TRQ로 수입한 농산물들이 우리나라에 반입되자마자 국내 농산물 가격은 폭락했다. 실제 지난 2022년엔 마늘 수입이 결정된 후 TRQ 물량이 들어오기도 전부터 국내 마늘값은 폭락세를 이어갔다. 마늘 주산지 경매장에서 경매를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정부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양파 TRQ 수입 입찰공고를 강행했다. 신선양파 1만톤을 입찰할 예정으로, 오는 12월 초까지 부산항을 통해 수입 양파가 반입된다. 정부가 물가 안정 명목으로 증량하기로 한 양파 TRQ 물량은 총 9만톤. 50% 저율관세로 들여오는 TRQ 양파는 가격에서 국산보다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 농산물 양파만 가격폭락 사태 앞에 있다.

      내년 양파 재배면적 증가가 예측되면서 되려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재배 감축에 나서고 있다. 농산물 가격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가 농민만 잡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TRQ 수입 양파가 가정으로 향하는 것도 아니고 전부 가공·외식업체로 흘러간다”고 꼬집었다. 국내 양파 생산량이 부족해서 저율관세로 양파를 수입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물가를 핑계로 외식 산업, 대기업의 수요 충족에 앞장서고 있다는 뜻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TRQ 수입으로 인한 국내산 농산물가격 폭락은 단기적으론 농업소득의 감소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론 농업생산 기반의 파괴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키워드2 : 쌀

      쌀 수입해 ‘적자’ 내면서 쌀값 안정은 뒷전에 쌀 생산 감축?

      ▲ 윤석열 정부의 ‘쌀 수입 반대’ 문구가 적힌 쌀가마니 옮기는 농민 ⓒ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인의 주식(主食), 쌀값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의지도 없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거부한 것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 선마저 무너져 18.5%였다. 그동안 안정적이던 쌀 자급률마저 100%가 아닌 84.6%로 추락했다.

      한국은 WTO협정과 쌀 관세화에 따라 매년 40만8,700톤을 5% 저관세로 수입한다. 이는 국내산의 11%에 달하는 양이다. 수입쌀은 쌀 공급과잉과 가격폭락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가격폭락만 가져오는 게 아니다. 쌀 수입에 따른 누적손실액도 발생한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쌀 관세화 개방 이후 올해 8월까지 ▲수입쌀 구입비용은 약 3조6천억 ▲부대관리비용은 약 4,800억이다. 지난 9년간 매년 40만8,700톤을 수입하고 관리하는 데 모두 4조500억 넘게 들었다.

      그러나, 이 수입쌀을 판매한 가격은 약 1조5천억원. 쌀을 수입해 적자를 본다. 같은 기간 누적손실액 규모는 약 2조4,700억으로 매년 약 2,7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하는 꼴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기준 쌀 정곡 80kg 1가마 가격은 19만 1,844원으로, 정부가 공언한 20만원에 미치지 못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산물벼 5만톤 방출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쌀값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한마디로, 수입쌀 들여오며 적자 내더니, 국산 쌀값은 떨어트렸다.

      45년 만에 최대 쌀값폭락 겪었는데, 대책 하나 내놓지 않던 대통령은 결국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선 1호 거부권을 행사했다. 쌀값에 대한 책임을 거부한 것이다.

      식량위기 시대, 식량주권과 식량안보는 안중에 없다. 되려 쌀 생산량 감축을 위한 정책으로 논에 벼 대신 콩을 심는(논콩) 사업을 권장하는 게 윤석열 정부다. 쌀값 안정은커녕, 개방농정으로 ‘쌀 과잉’이 되자 쌀 생산량을 감축한다. 그러면서 적자를 발생시키며 수입한 밥상용 쌀을 방출하는 게 윤석열 정부다.

      키워드3 : 재해

      강원부터 제주까지.. 이상기후가 할퀴고 간 논밭

      ▲ 지난 8월,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 육리 들녘. 농민들이 논콩 재배를 권장한 정부를 규탄하며 지난달 수해를 입은 논콩 2필지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지난 8월 정읍 농민들이 이 논콩을 갈아엎었다. 논콩은 정부가 올해 처음 시행한, 논에 벼 대신 심는 전략작물(논콩, 가루쌀, 조사료) 가운데 하나다. 논에 이 작물을 심으면 직불금을 지원한다.

      논콩은 전라북도에서만 올해 1만1,577ha가 신청·접수됐는데, 7월 호우로 85.8%인 9,935ha의 침수 피해가 났다. 어른 허리춤까지 컸어야 할 논콩은 무릎께도 못 미쳤다. 농민들은 “논에다 밭작물을 심으라고 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이 논은 7월 한 달 동안 세 번이나 침수됐는데, 침수 높이는 약 120~130cm, 논콩이 3일 동안 완전히 물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위기 시대, 이상기후가 농업 앞에 불어닥쳤다. 농민들은 “강원도부터 남쪽 끝 제주까지 어느 한 군데 재해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없었다”고 혀를 찼다.

      3월 이상고온현상으로 일찍 핀 과수 꽃들은 4월 이상저온현상으로 그대로 냉해를 입었다. 6월에는 우박으로 농작물이 상했고, 7월에는 폭우로 전국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그러더니 결국 8월에는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며 전국의 논밭을 할퀴고 지나갔다. 올해 추석은 폭등한 과일 가격이 화제였다. 정작 농민은 내다 팔 과일이 없었다. 재해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자연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대책법은 시설복구비나 생계비에 그치는 실정이다. 민간 재해보험의 피해산정률과 보상률도 턱없이 부족하다. 자연재해가 농민 탓이 아님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재해보험의 피해산정률을 현실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하는 농민들. “국민들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기반이 모두 사라져 국가가 유지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국가가 농업재해를 책임지는 농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키워드4 : 생산비

      1년에 1000만원도 못 벌었다

      ▲ 침수 피해를 입은 전북 익산의 논콩 ⓒ한국농정신문

      재해가 나도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한 농민들. 지난해 농민 1인당 농사지어 번 돈(농업소득)은 전년 대비 26.8% 감소한 948만원이다. 1,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농민들은 “20년 전과 비교해 나을 것이 없는 소득”이라고 했다.

      반대로 비료값, 기름값, 자재값 등 농업 생산비는 폭등했다. 2000년에 약 861만원이었던 농가 경영비는 지난해 약 2,511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생산비를 보장하라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정부가 몇 가지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으나 비료값 인상분 지원사업 외에는 대책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마저도 2024년 농식품부 예산안에서는 전액 삭감한 실정이다.

      생산비 폭등으로 농업소득은 하락했고, 그 결과 농가 부채가 급증하고 연체율은 따라 올랐다.

      그러나, 국정감사장에 나타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정황근)이 하는 말이라고는 “과거엔 농업소득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으나, 선진국이 될수록 우리나라처럼 농지가 협소한 나라의 농업소득 비중은 감소하거나 정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지금도 협소한 농지임을 알면서 농지를 감축하려는 게 누구인가.

      전농은 ▲비료값 인상분 지원사업 종료 철회 ▲필수농자재 지원법 제정 등 국가 차원의 농업생산비 경감 대책 수립 ▲농가부채 상환유예 및 탕감 등 지원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4가지의 키워드가 각각 다른 얘기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이 무엇으로 관통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농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을 한마디로 ‘농업파괴, 농민적대, 농민 말살’이라 정의한다. 오는 11월 11일 전국농업인의날, 상경한 농민들은 전국농민대회에서 ‘정권 퇴진’ 함성을 분출시킬 예정이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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