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특별법이 가장 중요한 과제”
‘1주기 추모대회’ 외면한 윤 대통령, “안전한 대한민국” 강조
- 이광길 기자
- 입력 2023.10.29 22:51
- 수정 2023.10.29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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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해 주십시오.”
29일 오후 5시 서울시청 앞 광장.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연단에 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이 참석자들과 국민들을 향해 이같이 호소했다. “그 기억이 조금씩 모여 커진다면 다시는 대한민국에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고 더 이상의 유가족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을 추모하는 이 시간은 결코 정치집회가 아니”며, “참사 이후 우리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정치적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단지 우리는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의 ‘추모대회 참석’ 요청에 대해 ‘정치집회’라는 핑계를 대며 끝내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이제 우리에겐 특별법만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재발방지를 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법”이고 “국민들이 참사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는 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참사 앞에는 여야가 없고 모두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특별법 통과에 힘을 보태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날 ‘추모대회’에 참석한 야 4당(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대표들은 ‘이태원 참사진상규명 특별법(아래 특별법) 처리’를 약속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인요한 혁신위원장, 김병민 최고위원, 권영세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1부 행사가 끝나고 퇴장하다가 일부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30일 오후 4시 국회 차원에서 ‘추모제’가 열릴 예정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강세봄(진보대학생넷), 박석운(한국민중연대), 이지현(참여연대), 이태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영선(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동대표가 「기억·추모·진실을 향한 다짐」 다섯 가지를 밝혔다.
하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게 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과 참사 발생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
하나, 희생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사라지는 날까지 유가족들 곁에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걸음을 멈추지 않겠다.
하나, 특별법이 제정되어 독립적 조사기구가 설치되는 날까지 국회와 정부를 지켜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
하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이 만들어질 때까지 연대와 지지의 손을 놓지 않겠다.
하나, 이 땅에 살고 이 땅에 머물고 이 땅을 지나는 모든 이들이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을 누비며 살 수 있는 안전사회가 건설될 때까지 책임을 내려놓지 않겠다.
가수 한선희, 유주현 씨가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이태원 골목에서」로 희생자 159명과 유가족, 시민들을 위로했다. 추모공연 형식으로 진행된 2부 행사에는 웨슬리 꽃재 오케스트라, 한영애 밴드, 4·16합창단 등이 출연했다.
이에 앞서, 오후 1시 59분에는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부근에서 ‘4대종단 기도회’가 열렸다. 1년 전 참사의 현장인 해밀턴호텔 골목에는 유가족과 지역 주민들이 중지를 모아 「기억과 안전의 길」을 조성했다.
한편,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낮에 서울 성북구의 영암교회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를 드렸다”고 알렸다. 윤 대통령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다녔다는 교회다.
‘추도사’를 통해, 윤 대통령은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저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족들의 거듭된 추모대회 참석 요청에도 윤 대통령이 불참한 이유가 무엇인가’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태원 사고현장이든 서울광장이든, 아니면 성북동 교회든 희생자를 추도하고 애도하는 마음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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