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폭격은 매일 일어나는 참사 중 하나일 뿐이다

 


가자지구 알할리 병원 폭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시신이 17일(현지시각) 가자시티에 있는 알시파 병원 마당에 놓여 있다. 이 폭격으로 최소 5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가자지구에는 230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고 이번 사태로 약 6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상자와 사망자가 증가하고 연료와 의료품이 줄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과부하가 걸린 병원에서 안전을 찾고 있습니다. 이재민은 안전한 곳이라는 기대 때문에 병원을 간다. 하지만 가자지구의 병원은 이전부터 안전이 보장된 곳이 아니었다. 10월 7일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이스라엘 공격부터 이번 병원 폭격이 일어나기 전까지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115건 이상의 의료기관 공격이 발생했다. 그중 64건은 서안지구, 51건은 가자지구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의료진만 15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병원 폭격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병원 폭격은 충격적이다. 첫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여러 충돌 중에서 가장 큰 단일 폭격이 병원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그로 인해 500여 명이 사망했고,  둘째,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고 있어 팔레스타인에 대한 가시적인 보복이 절실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년 대선에서 재선이 불투명해 중동의 안정이 절실한 바이든 미 대통령을 이스라엘에서 맞이하기 하루 전에 이번 폭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살펴보는 가디언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Hundreds feared dead after blast at Gaza hospital as Biden set to fly in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난을 막고, 이번 분쟁이 지역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기 전날 가자지구의 한 병원이 폭격 당해 수백 명이 사망했다.

하마스가 책임지고 있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알 알리 아라비아 침례 병원을 공습해 500여 명이 사망했다. 이것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벌인 다섯 차례의 전쟁 중 가장 치명적인 단일 폭격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이슬라믹 지하드 무장 단체가 발사한 로켓포가 병원에 떨어졌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이슬라믹 지하드도 책임을 부인하고 점령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끔찍한 범죄와 학살을 덮으려 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18일로 예정된 바이든의 이스라엘 방문은 이미 대통령 임기 중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해외 방문이었는데, 이번 병원 폭격으로 바이든의 방문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번 폭격으로 17일 이스라엘 다음의 방문지였던 요르단은 더 이상 가자지구 상황을 논의하려는 바이든을 만나지 않겠다고 발표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압델 파타 알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요르단 외무장관은 전쟁을 멈추는 것 외에는 지금 이야기할 것이 없다며 정상회담을 취소했다고 밝히고, 팔레스타인의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PA) 수반이 발표한 3일 간의 애도 기간을 감안해 바이든과 시시와의 만남을 연기한다고 했다. 압바스는 앞서 성명을 발표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대량학살이다. 우리는 이 학살의 중단을 위해 국제사회가 즉각 개입할 것을 촉구한다. 침묵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병원 폭격 이후 서안지구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는 라말라에서는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보안군에게 돌을 던졌고, 팔레스타인은 섬광 수류탄을 발사했다.

10월 7일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1,300명이 목숨을 잃은 후계획된 바이든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이 회담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견고한 연대를 세계에 보여주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민병대가 레바논 국경을 넘어 개입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잡혔다. 아울러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물과 식량, 의료품의 공급이 모두 끊긴 상황에서 지속적인 폭격을 받고 있는 가자지구 230만 명의 주민에 대한 보복을 제한하라고 얘기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UN)은 10월 7일 이후 열흘 동안 3,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살해됐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방문 조건으로 이스라엘은 구호품의 지급을 위한 통로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위한 안전 지역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바이든이 도착하기 전날이어도 구호품이 비축된 이집트와의 국경은 여전히 폐쇄된 상태다.

이번에 폭격된 병원이 위치한 가자시티는 가자지구 북부에 있다. 이 곳은 이스라엘이 예고한 지상군 공격을 앞두고 민간인 대피를 명령했지만 많은 팔레스타인인은 집을 떠나지 않거나 알 알리 병원의 환자처럼 피난을 갈 수 없었다. 그리하여 폭격 당시 이 병원은 이전 공습으로 부상당한 가자 주민과 폭격을 피해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이틀 동안 이스라엘은 칸 유니스와 라파의 도시 일대도 공격했는데, 이 곳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에게 피난을 가라고 명령했던 가자지구 남부에 있다. 뿐만 아니다. 구호 호송대가 가자지구 진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라파의 국경 주위도 폭격 표적 중 하나였다.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인 폭격은 곳곳에서 이뤄졌다. UN 팔레스타인 구호국(U은 이스라엘이 17일 한 가족이 가족이 피난처로 삼고 있던 가자지구 중심부의 한 학교를 폭격해 6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UN 구호 및 사업 기관(UNWRA)의 필립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알 마하지 난민 수용소의 폭격을 경악할 만한 일이라며 사망자 수가 앞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자리니는 이스라엘이 민간인의 생명을 노골적으로 무시한다며 UN의 공식 조직이 마련한 시설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한탄했다.

이번 병원 폭격 이전에도 바이든의 방문은 국제적으로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적으로나 도박이었다. 미국은 폭격 이전의 이틀 동안 인도주의적 지원의 측면에서 이스라엘과 상당한 합의를 이뤘다고 믿었지만 실제적인 결실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네타냐후와 그의 국가 안보 참모들과 7시간 이상의 대화 끝에 바이든의 이스라엘 방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구호물품의 통로 보장과 폭격 당하지 않는 안전 구역 마련에 관한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링컨은 바이든의 방문이 의미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스라엘, 중동 지역 및 세계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에 바이든의 방문이 이뤄진다며, 이스라엘로부터 전쟁의 목표와 전략, 그리고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고 하마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막으면서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보장하는 전쟁 방식에 대해 브리핑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리시 수낙 영국 총리도 이스라엘 방문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르면 이번 주에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확정되지 않았고, 병원 폭격 등의 전쟁 상황으로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길의 한쪽에서는 비상식량과 의료품을 실은 트럭의 행렬이 기다리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팔레스타인인이 가자지구를 떠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 국경 초소는 이집트가 통제하고 있지만 누가 얼마나 통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동의를 해 주지 않고 국경 초소와 인근 도시 지역을 공습했다. 이 공습으로 최소 49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유엔 인권사무국은 이스라엘이 피난처로 지명했던 가자지구 남부에서 민간인이 살해당했다는 끔찍한 보고에 이스라엘은 강력하게 비난했다. 라파 공습에 대한 질문에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리처드 헤흐트 중령은 ‘목표물이 보이면, 하마스인 무언가가 움직이면 우리는 그것을 처리한다. 단순하다’고 대답했다.

가자지구 남부에 부분적으로 물 공급이 재개됐지만 UN은 이 지역으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평상시의 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깨끗한 물이 부족하고, 건물 잔해 아래에 시체가 쌓여 있어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병원들은 발전기를 돌릴 연료가 없어 붕괴 직전이다. UNRWA 대변인 줄리엣 투마는 BBC 인터뷰에서 ‘감당하기 어렵다. 가자지구에 보급품이 들어와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10월 7일의 하마스 공격 이후 가자지구 국경 주변에 병력을 대대적으로 배치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이스라엘인 199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 네타냐후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함께 하마스를 나치에 비유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살인자들이 저지른 야만적인 행동은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인을 상대로 저지른 최악의 범죄’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이미 예고한 지상 공격은 블링컨의 만류와 이스라엘 북부에서 헤즈볼라의 공격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보류되어 왔다. 17일 헤흐트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처음으로 지상 공격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다. 모두가 지상 공격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아마도 다른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UN 인권사무국은 특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포위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북부 대피 명령이 국제법상 범죄로 규정된 ‘민간인 강제 이송’에 해당할 수 있다며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미 집에서 강제로 쫓겨났다고 했다.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게 폭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를 내린 상황이기 때문에 바이든은 이번 주 이스라엘 및 아랍 지도자와의 회담에서 이번 사태가 중동 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하다. 이스라엘은 국민에게 긴 전투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고, 레바논 국경에 2km의 보안 구역을 만들이 위해 28개의 마을에 대피령을 내렸다. ‘이란과 헤즈볼라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 북쪽에서 우리는 시험하지 말라.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 오늘날 당신이 치르게 될 대가는 훨씬 더 클 것이다’. 네타냐후가 16일 방송에서 한 경고다.

미국의 지원도 끊이지 않는다. 미국은 이미 두 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이 지역에 배치했고, 약 2,000명의 미군이 비전투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그리고 백악관은 의회에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추가 자금 20억 달러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 정혜연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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