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인데, 또 ‘유예’ 시사한 이정식 장관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시도’ 지적에는 되레 발끈하며 문재인 정부 탓한 이정식 장관
- 최지현 기자 cjh@vop.co.kr
- 발행 2023-10-12 16:27:36
이 장관은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는데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으로,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범위는 5인 이상 사업장이다.
다만, 경영계의 반발로 인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단계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자 경영계에서는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또다시 유예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에 이 장관도 맞장구를 치는 모양새다. 이 장관은 “지금 저희들은 일단은 두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며 “하나는 국회에서 현실을 감안해서 입법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그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진 의원은 중대재해가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훨씬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확대 적용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진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 852건의 중대재해 발생했는데 그게 법이 적용되고 있는 사업장에선 37.4%, 법이 적용되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에선 62.6%가 발생했다”며 “그러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소규모 사업장 배제하면 규율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력을 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해서 마냥 미룰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장관은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방법, 공단에 공동으로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을 만드는 방법, 개정하는 방법, 전문인력 지원 등을 내실화하는 방법 같은 걸 풀세트로 가지고 가야 재해를 예방하면서 법을 개선하는 논의도 성의있게 진전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고 일축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던 이전 정부 탓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완화되는 징조가 확실히 보인다”며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올해 8월까지 입건된 166건 중에 단 두건만 검찰로 송치됐다.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전면 시행됨에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산재예방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어겨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위험한 시그널로 보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지금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우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가지고 처벌하지 않는 결과가 나와서 하는 말”이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거론했다. 우 의원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대표적인 3곳이 SPC, DL E&C, SeAh인데,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이들 기업에서 1건의 중대재해로 14명의 억울한 죽음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지금까지 처벌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 충격적인 건 이런 기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 등 일반형사법 위반마저도 단 한 명도 처벌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심지어 산재 7건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DL E&C에서 작년에 발생한 중대재해는 조사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고 싶더라도, 법이 있는 동안에는 수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악법도 법 아니냐”며 “어떻게 국정을 이렇게 운영하냐”고 질타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사실이 잘못된 것도 있고 사실이 해석 잘못된 것도 있다”고 부인하면서, “일단 저희는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있는 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주장했다.
심지어 이 장관은 ‘중대재해 발생 이후 내려지는 작업중지명령 유지 기간이 올해 들어 반토막 났다”는 우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작업 중지 요건과 범위들을 대폭 줄여놨다”며 이전 정부로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이 장관은 또다른 질의에 대해서도 이전 정부 탓을 하다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보인 정책 방향과 맞지 않은 말을 내뱉기도 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은 질의를 시작하면서 “올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양두구육에 꼼수, 겁박, 노동탄압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선봉에 노동계 출신인 이 장관이 있기 때문에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 약자 보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말하지만 실제 추진하는 정책은 그렇지 않다는 취지다.
그러자 이 장관은 “양두구육이나 겁박이나 꼼수 이런 표현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다음에 산입범위를 확대하고, 여러 가지 이런 것들이 꼼수”이라고 맞섰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요구가 잇따르자,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해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주는 임금’은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에 포함되도록 한 것이 오히려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 장관의 이러한 주장은 윤석열 정부가 각을 세우고 있는 노동계의 주장과도 맞닿아 있어 눈길을 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그동안 산입범위 확대를 ‘개악’이라고 비판해왔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전 산업현장에서 기본급과 통상임금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왜곡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일각의 사퇴 요구에는 분명히 거부했다. 이 장관은 우 의원이 국민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상생·협력의 노사관계를 만들겠다는 이 장관의 취임사를 거론하며 장관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하자, “저는 지금껏 양심에 어긋난 게 없다고 생각하고 제 직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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