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규제 일방통행에 드러난 ’총체적 난국’
과방위 국정감사 첫날 ‘가짜뉴스’ 규제 공방 1차 법률 검토·해외 출장보고서 뭉개고 규제 강행 사실 드러나 메이저 언론은 제외? 심의 대상 주관적 적용에 ‘가짜뉴스’ 기준도 불분명 |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가짜뉴스 규제를 일방 추진하는 과정에서 ‘모순’과 ’허점’이 드러났다. 규제에 부정적인 1차 법률검토 결과와 내부 보고서를 뭉개고 규제를 강행했다. ‘가짜뉴스’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심의 대상 언론을 자의적으로 선택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급작스럽게 바뀐 규제 입장 도마 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언론 보도에 통신심의를 적용하면서 기존에 정립한 기준을 급작스럽게 바꿨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방통심의위 법무팀 작성 문서를 보면 법무팀은 지난 9월13일만 해도 인터넷신문사의 유튜브 콘텐츠에 관해 통신심의 대상이 아니고, 언론중재법이 우선 적용된다는 법률검토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법무팀은 일주일 뒤 ‘인터넷 신문사업자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하는 인터넷 기사는 위원회의 통신심의 대상에 해당한다’는 2차 법률검토 결과를 냈다. 고 의원은 외압 가능성을 제기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법원 판결도 1심 판결이 다르고 2심 판결이 다르다”고 해명하자 ‘주관적 선택’이 논란이 됐다. 상반된 법률검토 결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에 류 방통심의위원장은 “보다 적극적으로 심의 대상을 넣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의견에 따라 두 번째 의견을 채택한 것”이라고 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엇갈린 견해가 있을 때 충분히 적극적인 행정조치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거들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방통심의위에서 제출 받은 출장보고서를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결과 지난 7~8월 방통심의위 직원들이 북미·유럽 규제기관 담당자들을 인터뷰한 출장 보고서에 ‘가짜뉴스’(허위정보)를 행정적 심의규제하는 사례가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통심의위에서 심의를 추진해 보고서는 무력화됐다. 방통위는 지난달 OECD 국가의 가짜뉴스 심의 사례 분석 연구를 발주해 중복 연구 문제도 제기됐다.
방통심의위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방통심의위 팀장 11명이 낸 집단 성명에서 “인터넷 언론사의 보도 내용에 대한 모니터링과 심의, 자율규제 요청 등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이중규제 우려가 있는 사항에 대해 위원회 내·외부의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입법적 보완과 심의 기준 마련이 선행된 후 시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처음 반발 입장을 낸 탁동삼 확산방지팀장은 국회에 출석해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앞에서 “사람이 바뀌고 위원장이 바뀐다고 해서 그동안 심의하지 않았던 기준과 원칙들이 바뀌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종이신문 인터넷 보도는 제외? 적용 기준 논란
정보통신망법상 심의 대상을 주관적으로 해석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방통심의위는 인터넷언론 보도가 정보통신망법상 통신심의 대상인 ‘정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되는 부호, 문자, 음성, 영상, 음향 등의 형식을 정보로 규정한다. 통상 언론보도는 언론중재법을 적용해 예외로 뒀는데, 법 조항을 기계적으로 해석할 경우 인터넷언론 보도가 해당할 소지는 있다.
그러나 적용 대상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 페이퍼 신문도 인터넷판은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전송되기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겠다, 그런 취지 아니냐”고 묻자 류 방통심의위원장은 “굉장히 과도한 해석”이라며 반발했다. 그러자 변 의원은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하면 다 해야지, 취사선택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영찬 의원이 “메이저 언론사들이 만든 인터넷신문은 심의를 안 할 거란 얘기냐”라고 거듭 묻자 류 위원장은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메이저 언론사같은 경우는 자체 심의 규정이 있다”고 했다.
그간 인터넷언론 심의를 강행하면서도 종이신문의 인터넷 보도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인터넷을 통하여 보도·제공하는 경우’ 심의를 하는 등 종이신문의 인터넷 보도도 인터넷언론 보도와 동일하게 취급해왔다.
변 의원은 “지상파를 제외하고서는 전부 정보통신”이라며 “정보통신망을 통해 움직이는 모든 데이터와 영상은 심의 할 수 있다고 판단하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IPTV를 통해 전송되는 종편 등 방송 채널도 정보통신망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통신심의 대상이 되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가짜뉴스’의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과 위헌 소지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이 방통위원장은 “가짜뉴스의 정의에 대해선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정립됐다고 본다”고 했다.
신고센터 특정세력 악용 지적도
방통심의위의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에 실제 접수된 신고 가운데 상당수는 종교단체인 기독교복음선교회(일명 JMS) 방송에 대한 민원으로 나타났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총 123건인데 이 가운데 54건이 JMS 관련 민원이었다. 이 중 가장 많은 민원인 26건이 JMS 피해자를 인터뷰한 MBC <PD수첩>이었다. 특정 단체의 민원이 지나치게 많은 점도 논란이 됐지만, ‘가짜뉴스’ 규정 자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센터를 출범해 언론의 공적 보도에 관련 신고가 쏟아진 면도 있다. 조 의원은 “정부·여당이 가짜뉴스 규제를 명분으로 법적 근거도 없는 센터를 만들었지만 예상했던 대로 엉뚱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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