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탄희 말한 '야권연합 200석' 가능할까
23.10.31 17:59
최종 업데이트 23.10.31 18:02▲ 21대 국회의원 배지 | |
ⓒ 국회사진취재단 |
다시, 위성정당이 문제다.
2024년 총선이 점점 다가오지만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여야 협상은 전혀 진전이 없다. 이대로면 공직선거법 부칙에 따라 '30석'에만 적용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비례대표 47석 전체로 자동 확대되는 것말고는 변화가 없을 공산이 크다. 물론 협상의 문이 아직 닫히진 않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정당들은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그런데 각자 명분과 지향은 다르지만 비슷한 수단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당 득표율과 전체 의석 배분을 연동시키는 현행 제도에선 지역구 의석을 많이 차지한 곳이 비례 의석을 가져갈 수 없다. 욕심은 명분보다 힘이 셌다. 2020년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끝내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위성정당을 각각 만들었고, 비례대표 36석, 약 77%를 싹쓸이했다. 민주당의 '형제정당'격인 열린민주당도 3석을 가져갔다. 그렇게 '비례대표용 신당'이라는 새로운 길을 펼쳐졌다. 선거제도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여전히 유효한 경로다.
[국민의힘] '유승민·이준석 신당' 판 바꿀까... 이준석 "고민 중"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의원(왼쪽부터) | |
ⓒ 남소연·조정훈 |
유승민·이준석 신당설이 도는 여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지호 전 의원은 23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이 전 대표나 유 전 의원이 지역구에 출마해서 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그렇다면 이준석·유승민이 합작해서 (비례 의석 할당이 가능한) 3% 이상 득표를 하고, 열린민주당이 5.4% 득표해서 3석 가져간 모델을 노리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만 "반윤 비례신당이 5%를 넘기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봤을 때 2석 내지 3석"을 차지하리라고 전망했다.
여론조사상 반응은 신 전 의원의 예측보다 뜨겁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10월 21~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5명에게 ARS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6.6%, 국민의힘 30.4%, 정의당 2.5%, 지지정당 없음 15.8% 순이었다. 그런데 선택지에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들어가면 민주당 38.1%, 국민의힘 26.1%, 유승민·이준석 신당 17.7%, 정의당 3.1%, 지지정당 없음 9.1%로 '판'이 달라졌다.
이준석 전 대표는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신당을 고민하고 있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비례(대표용) 신당 같은 거 할 생각 없다"며 일축하긴 했다. 그는 오히려 "다수당이 되기 위한 목표를 추진할 수 있는 형태로 가야 된다"고 '더 큰 정당'을 그리고 있었다. 또 "저는 그 길에 동참하지는 않지만"이라며 '이준석계'로 꼽히는 신인규 변호사의 신당 창당 추진 행보와 거리를 뒀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스스로도 신당 자체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한 만큼, 불씨는 살아있다.
[민주당] '연합 200석'으로 정권 견제론 꿈틀... '조국신당'설도
▲ 이탄희 민주당 의원, 조국 전 법무부장관(왼쪽부터) | |
ⓒ 남소연·권우성 |
민주당 쪽 전개 양상도 비슷하지만 결은 살짝 다르다. 이탄희 의원의 경우 '위성정당 만들지 말고 야권 연합 200석으로 가자'고 제안한다. 그는 30일 유튜브 '최강욱의 인간시대'에 출연해 "만약 위성정당을 만들면 국민의힘이 (2020년처럼) 19석을 가져갈 수 있을까? 못 가져간다고 본다"며 "이준석·유승민 신당하고도 경쟁해야 할 테고, 진보 쪽에서도 좋은 정당이 성장하고 있다. 그런 정당들이 골고루 의석을 가지면 민주당도 좋고 대선전략에도 좋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22일 페이스북 글에서 "200석, 즉 의원 수 3분의 2가 있으면 무엇을 할 수 있나 생각해본다"며 "대통령의 법률거부권이 무력화된다. 개헌안 국회 통과가 가능하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민주당 단독 200석 불가능하다. 욕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연동형 비례제도가 유지되어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추), 녹색당 등 민주진보 소수정당들이 의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이 아예 신당을 만들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몇 달 전부터 꾸준히 거론되는 '조국 비례당'이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2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장외에서 정치에 관심 있는 분들은 선거제도에 대해서 다 깊은 관심을 갖고는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음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유인태 전 의원도 "지지세가 있어서 비례정당을 할지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제3지대] 모두 존재감 걱정... 정의당은 '선거연합'으로 내분
▲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남소연 |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아닌 공간에서도 비례 의석을 둘러싼 이합집산이 난무하고 있다. 먼저 깃발을 꽂은 쪽은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을 선언한 정의당이다. 현재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은 이중당적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두 정당의 선거연합은 정의당과 녹색당이 새로운 정당을 세우거나, 정의당이 당명을 바꾸고 녹색당 후보들이 이쪽으로 옮겨갔다가 당선 후 복귀하는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비례대표 당선'이란 목표만 있던 위성정당과 큰 차이가 없다.
이정미 대표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일각에선 선거연합정당이 비례위성정당이 아냐니고 비판하는데, 이는 연합정당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두 당 협업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의당 내부 반발도 거세다. '대안신당 당원모임'은 이 대표 기자간담회 전날 "정의당-녹색당 선거연합정당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변형된 위성정당일 뿐"이라며 반대성명을 냈고,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참여하는 '세 번째 권력'도 24일 "완벽한 자기모순"이라고 날을 세웠다.
창당 준비단계인 새로운선택, 한국의희망, 사회민주당의 총선 전략도 현실적으로 지역구 출마보다 비례 의석 확보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다. 다만 이들은 존재감이 미미한 터라 '3%' 봉쇄조항을 넘어서느냐가 관건이다. 총 35개의 비례정당이 난립,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져 100% 수개표가 불가피했던 3년 전 선거에선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단 5곳만 봉쇄조항을 뚫었다.
이 모든 경우의 수는 가설이다. 선거제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협상을 중단했던 여야는 31일 본회의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임기 연장을 합의 처리하면서 몸풀기에 들어갔다. 물론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준연동형 유지'를 원하는 민주당의 간극이 커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다만 12월 12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늦어도 12월 안에는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21대 총선은 2019년 12월 27일 본회의에서 선거법이 처리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에서 언급한 여론조사 개요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2023년 10월 21~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5명 대상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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