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도적 대참사만은 막아야 한다
[정욱식 칼럼] 하마스 기습 공격도, 이스라엘 가자 점령도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못해
세계에서 가장 큰 '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려온 가자지구가 인도적 대참사에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감옥'에 제한적으로 제공되었던 전기, 연료, 물, 식량, 의약품 등 생필품 유입은 봉쇄되다시피하고 있고, '창살' 사이론 각종 폭탄과 미사일이 날아드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참사의 1차적인 책임은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하마스의 반인도적이고 잔인한 이스라엘 기습공격에 있다.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도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면서 전개되고 있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의 강력한 우방인 미국은 양립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15일 방영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CBS> 방송과 인터뷰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이스라엘은 대응해야"하고, "하마스를 추적해야" 하며, "극단주의자들을 제거하는 것은 긴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대규모 지상전 준비에 착수한 이스라엘을 향해 '하마스는 제거하되 가자지구 점령은 자제해달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이 전쟁 규칙을 지키고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의약품, 식량, 물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스라엘 정부 역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가 밝힌 것처럼 이미 피해자의 60%는 어린이와 여성이다. 이는 세계에서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가자지구를 상대로 하마스만 골라내서 제거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거듭 확인시켜준다. 즉,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봉쇄와 폭격에 이어 지상군까지 투입하면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확전' 문제와도 연결된다. 미국은 사태 초기부터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헤즈볼라는 물론이고 이란 등의 개입을 억제하기 위해 2척의 항공모함 전단 등 군사력을 대폭 전진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를 상대로 한 전쟁 범죄가 계속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위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의 수위가 높아져 가자지구의 인도적 참사가 더욱 악화되면, 세계 곳곳에서 유혈 사태와 테러가 고개를 들 수도 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과 주요국가들의 입장이 크게 갈리면서 국제정세의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해 중국이 강력히 비난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고 있고, 중국이 가자지구의 인도적 참사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조속히 '두 국가 해법'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에서도 이러한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评论
发表评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