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양평공흥에 도촌땅 관련자 연루 정황
최근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양평 공흥지구 관련 토사 매립 예정지 소유주가 과거 경기도 성남 도촌동 사건에 연루된 회사의 전직 임원과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확인됐다.
김 여사 어머니인 최은순씨가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올해 7월 21일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된 것을 감안하면 양평 공흥지구와 도촌동 땅 매입 등 사업 관계가 서로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남 도촌동 땅 관계자, 양평 공흥지구에도 등장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여사 일가 가족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군에 제출한 '양평공흥지구 도시개발사업 공동주택 신축공사 토사반출계획서'를 근거로 당초 토사 매립 예정지가 백안리 192번지 외 4필지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 필지(총 8266㎡)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소유주는 A씨다. 과거 최은순씨가 도촌동 땅 차명 매입 당시 최씨 측 토지 지분을 넘겨받았던 B사에서 이사를 역임한 인물과 이름 및 생년월일이 같았다. B사의 법인등기부등본과 대조·확인한 결과다.
한준호 의원은 2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공흥지구에서 등장한 A씨가 도촌동 사건에서도 확인되면서 부동산 개발이라는 공동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는 최은순씨와 그 관계자들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 최은순씨의 도촌동 땅 차명 매입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B사의 법인등기부. A씨는 2016년 3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이 회사 이사로 재직했다. | |
ⓒ 이정환 |
▲ 최은순씨 가족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 측이 양평공흥지구 사업 토사 매립 예정지로 양평군에 당초 신고했던 주소지는 백안리 192번지 등 4개 필지였다. 이들 필지 소유자는 모두 A씨다. 사진은 백안리 192번지 건물 등기부등본. | |
ⓒ 이정환 |
이같은 정황은 이제까지 무관한 것으로 보였던 최은순씨의 도촌동 땅 차명 매입 사건과 최씨의 장남 김진우씨가 기소된 사문서 위조·행사 사건과의 연결고리가 새롭게 드러난 것이어서 주목된다(하단 타임라인 참조).
먼저 최씨가 차명 매입한 성남 도촌동 땅 부동산등기부를 보면, 최씨는 2013년 축구장 77.4개 규모의 도촌동 땅(55만㎡, 약 16만7000평)을 매입하면서 전체 1/2의 부지를 H사를 통해 사들였다. 그리고 H사 토지 지분 전체를 2016년 4월 매입한 곳이 바로 B사다.
나머지 토지 1/2은 당초 동업자 안소현씨의 사위 김OO씨의 지분이었다. 그런데 2015년 9월 김씨 소유 토지에 대해 10억 7000만 원가량의 가압류를 건 이가 있었다. 바로 B사 대표 강OO씨다. 그보다 8개월 전에는 최씨가 해당 토지에 대해 21억2000만 원을 가압류로 걸기도 했다. 이후 김씨 소유 부지는 경매로 넘어갔고, 이를 이에스아이엔디가 2016년 7월 샀다.
결국 최씨 측 차명 매입분이 B사에게 넘어갔고, 동업자 안씨 측 지분은 최씨 측 가족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가 매입한 구조다. B사와 최씨 측과의 도촌동 토지 거래는 이뿐만이 아니다. 도촌동 땅 중 답(논)에 해당하는 부지 역시 안씨의 사위 김씨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2016년 5월 경매로 이 땅들을 각각 1/2씩 취득한 이들은 김진우씨와 B사 대표 강씨의 관계인이었다.
지난 1월, 수원지방법원은 최씨가 성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최은순)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도촌동 부동산을 명의신탁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B사는 최씨의 도촌동 땅 차명 매입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곳이다.
김건희 여사 오빠 공소장에 없는 새로운 의혹
▲ 양평공흥지구 개발 사업으로 들어선 아파트 입구에 있는 머릿돌. 준공일은 2016년 7월 1일로 새겨져 있다. | |
ⓒ 김종철 |
그런데 B사 법인등기부등본에는 당초 이에스아이엔디가 양평 공흥지구 토사 매립 예정지로 양평군에 신고한 토지 소유자와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A씨가 등장한다. A씨는 2016년 3월 B사 이사로 취임해 2019년 3월 퇴임하는데, 이 기간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공사 기간과 일부 겹친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이 김건희 여사 오빠 김진우씨 등을 기소한 공소장을 통해 확인되는 사실이다.
지난 7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김씨 등을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 등은 당초 양평군에 제출한 '양평공흥지구 도시개발사업 공동주택 신축공사 토사반출계획서'와 달리 토사 매립지를 A씨 소유의 백안리 192번지 등에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도수리 모처로 변경했다.
검찰은 "공사 현장에서 약 18.5km 떨어진 경기 광주시 퇴촌면 도수리 지역 사토장까지 토사를 운반한 사실이 없음에도 토사 운반 업체 명의를 도용하여 허위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토사 운반 거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개발비용을 부풀리기로 하였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공사기간을 2015년 7월 18일∼2016년 6월 30일에서 2013년 2월 1일∼2015년 5월 31일로 수정하고, 운반량도 13만㎥에서 15만㎥등으로 위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소장에는 공사 과정에서 나온 토사가 경기 광주시 퇴촌면이 아닌 다른 어느 곳으로 운반됐는지까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와 관련 한준호 의원은 지난 23일 국감에서 "당초 토사반출계획서상 1.9km 거리(백안리 192번지)에 토사를 매립하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공문서를 위조해서 거리가 9.7배 늘어난 18.5km 떨어진 곳에 토사를 매립하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연도별 위성사진 등으로 백안리 192번지 일대를 확인한 결과 원래 논이었던 토지가 흙으로 메워졌다"고 지적했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사업과정에서 나온 토사가 당초 양평군에 신고된 대로 A씨 소유 토지로 운반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토지 소유자와의 협의나 동의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오마이뉴스>는 B사 관계자와 A씨가 발행인으로 있었던 경기 지역 모 매체 등을 통해 A씨와 접촉해 당초 이에스아이엔디의 토사반출계획서에 해당 토지가 매립 예정지로 신고된 과정 등에 대해 문의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상하다"... "땅값 뛰어"... 검찰 수사 확대 필요
▲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여사 일가 가족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군에 제출한 '양평공흥지구 도시개발사업 공동주택 신축공사 토사반출계획서'를 근거로 당초 토사 매립 예정지가 백안리 192번지 외 4필지였다고 밝혔다. 백안리 192번지는, 최은순씨의 도촌동 땅 차명 매입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B사에서 이사로 재직했던 A씨가 보유하고 있다. 해당 땅의 전경. | |
ⓒ 이주연 |
한준호 의원이 A씨 소유 토지에 창고 건물이 들어선 사실을 거론하면서 특혜 행정 의혹을 제기한 것 또한 새롭게 주목된다. 한 의원은 국감에서 "백안리 192번지에는 창고 같은 건물이 세워져 있다. 이것을 봤을 때 뭔가 행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이 드는데 어떠냐"며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김 지사 역시 "네, 좀 이상하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A씨 소유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답(논)이었던 백안리 192번지는 2017년 5월 지목이 창고용지로 변경됐다. 그리고 다음 달(6월)에 단층 농업용 창고가 들어선다. 모두 A씨와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B사에서 이사로 재임했을 당시 일어난 변화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건설 관련 전문가인 전홍규 변호사(법무법인 해랑)는 "기본적으로 답(논)은 물기가 있어서 매립을 해야 하므로 값이 가장 싼 편이다. 이걸 창고용지로 바꿨다는 건 대지로도 바꿀 수 있다는 뜻으로 땅의 활용도가 높아진 것"이라며 "답에서 창고용지로 지목을 변경했을 시 땅 값은 다섯 배 정도 뛴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농지는 한 번 지목이 변경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라며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만 가능한데 해당 땅이 지목변경의 요건을 통과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한준호 의원은 양평군과 최은순씨 측과의 유착 의혹에 대한 보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의원은 "공흥지구 개발사업자가 당초 계획서대로 백안리에 사토를 매립했고, 그 결과 논의 형질이 변경되어 활용도 높은 창고용지로 지목이 바뀌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낳은 것"이라며 "최은순씨 일가와 그 주변에만 유난히 특혜가 집중되는 양평군의 행정은 '유착 의혹'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도촌동-양평 공흥 관련 타임라인
▲ 최은순씨 가족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가 양평군에 제출한 '양평공흥지구 도시개발사업 공동주택 신축공사 토사반출계획서' 중 일부. 이에스아이엔디는 당초 사토처리장소로 백안리 192번지 외 4개 필지를 신고했다. | |
ⓒ 한준호 의원실 |
성남 도촌동 사건과 양평 공흥지구 사업 관련 타임라인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양평 공흥 관련 내용은 볼드)
2012년 03월 : A씨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백안리 192 외 4필지 매입
2013년 10월 : H사와 김○○씨(안소현씨 사위), 도촌동 땅 각 1/2 매입
2015년 01월 : 최은순씨, 김○○씨 지분에 20억 2000만원 근저당 설정
2015년 07월 ~ 2016년 06월 : 양평 공흥지구 아파트 공사 토사 운반 기간
2015년 09월 : H사 대표 강○○씨, 김○○씨 지분에 10억7000만원 근저당 설정
2016년 05월 : H사 지분 B사(대표 강○○)가 매입, 경매로 넘어간 김○○씨 지분,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매입
2016년 03월 ~ 2019년 03월 : A씨, B사 사내이사 재직기간
2016년 07월 : 양평 공흥지구 개발 준공
2016년 08월 : ESI&D 대표 김진우 등 사업시행사 관계자 4명, '토사 운반거리 확인서' 조작
2016년 11월 : B사와 ESI&D 지분 전체, J사 매입
2016년 11월 : 양평군, 개발부담금 17억 4800만원 ESI&D에 부과. ESI&D 이의 신청
2017년 01월 : 양평군, 개발부담금 6억 2542만원 ESI&D에 부과
2017년 05월 : A씨가 보유한 백안리 192필지, 답->창고용지로 지목변경
2017년 06월 : 양평군, 개발부담금 0원 ESI&D에 부과
2017년 06월 : A씨 보유 백안리 192필지에 창고 건물 건축
2020년 06월 : 성남시, 최은순씨와 안소현씨에게 각 27억 3297만 3660원 과징금 부과(도촌동 땅 부동산실명법 위반)
2021년 03월 : 최은순씨, 성남시 상대로 행정소송 제기
2021년 11월 : 양평군, 개발부담금 1억 8700만원 ESI&D에 정정 부과
2023년 01월 : 수원지법, 성남시 과징금 처분 적법 판결
2023년 07월 : 최은순씨, 성남시 도촌땅 매입 과정에서 잔고 증명 위조 혐의로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
2023년 08월 : 검찰, 공흥지구 개발관련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 혐의로 김진우씨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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