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42만년씩 1시간 동안 2500만년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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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질공원 생성의 비밀] <4-2> 부산권-송도반도 중생대 퇴적층
» 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로 지정된 송도 지질탐방로. 절벽에 드러난 중생대 퇴적암층이 시대 순으로 펼쳐져 있다.
부산시내에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입장료도 없고 그저 한 두 시간 바닷바람을 쐬며 해안을 걷기만 하면 된다.
여행 시기는 공룡시대인 중생대 말 백악기, 느린 걸음이라면 1분에 42만년씩 1시간 동안 2500만년을 거슬러 올라가며 구경할 수 있다.
이곳은 부산 서구 송도반도 동쪽 해안이다. 송도 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 들머리 주차장까지 약 2㎞ 길이의 지질탐방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도심에 위치한 ‘타임머신’이다.
12일 송도 해수욕장에서 탐방로에 접어들었다. 거센 파도에 깎여 중생대 퇴적층이 해안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절벽을 따라 설치한 데크를 따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걸어가면 과거로 향하게 된다.
발걸음을 빨리 할수록 더 빠른 속도로 과거 지층이 나온다. 퇴적층은 차곡차곡 수평으로 쌓이지만 지각변동으로 이곳의 지층은 북쪽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었다. 이 때문에 데크를 따라 수평으로 걷지만 앞으로 갈수록 마치 땅속을 파고들어가는 것처럼 과거 지층이 옆에 보이게 된다. 덕분에 탐방로에서 남쪽으로 가면 과거로, 북쪽으로 향하면 현재 쪽으로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 송도 해수욕장 쪽 탐방로 들머리. 오른쪽 현무암은 이 고대 호수를 끝장낸 용암 분출 사건의 유산이다.
‘갈맷길 해안 산책로’라고 적힌 데크 들머리의 표지 오른쪽에 검은 용암층이 보인다. 한탄강이나 제주도에서 많이 본 현무암이다. 자세히 보면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용암이 식으면서 안에 들어있던 가스가 표면으로 빠져나간 흔적이다.
이 현무암층은 커다란 호수의 종말을 불러온 사건을 가리킨다. 깊은 호수에 쌓인 잿빛 퇴적층 위에 현무암이 덮여있다. 약 6900만년 전 분화구에서 흘러넘친 용암이 호수로 흘러들었다.
» 깊은 호수에 층층이 쌓인 잿빛 퇴적층 위에 용암이 흘러 현무암으로 굳었다.
» 현무암 아래 호수 퇴적층의 사층리가 보인다.
불과 물이 만나 호수는 격렬하게 끓어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 계속된 화산 분화와 그에 따른 용암 분출로 호수는 흔적도 없이 메워졌다. 그러니까 송도 백악기 시간여행의 출발지는 ‘호수의 죽음’ 현장인 셈이다.
사실 송도반도와 이웃한 두송반도 등 이 지역은 화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백악기 말 한반도 남동부는 지금의 일본처럼 해양판이 육지판 밑으로 파고드는 섭입대에 가까워 화산활동이 왕성했다(■ 관련 기사=3000m 화산에 불기둥이 펑…천지 크기 칼데라호 생겨).
» 부산 일대의 지질도. 점선은 단층선이다. 양산단층과 동래단층 사이가 다대포 분지이고 분지 오른쪽 끝에 송도 반도가 위치한다. 그림=강가령 외(2014)
당시 송도와 두송 반도 일대는 다대포 분지라는 소규모 퇴적 분지였다. 낙동강 하구와 부산만 사이의 해안을 중심으로 한 평행사변형 분지인데, 낙동강 쪽 양산단층은 아래로 끌어내리고 부산항 쪽 동래단층은 위로 당기는 힘을 받으면서 양쪽 단층선 사이에 움푹 파인 분지가 생겼다.
격렬한 화산활동이 휴지기에 들어간 동안, 이 분지에 퇴적물이 쌓여 약 1000m 깊이의 퇴적층을 이뤘다. 땅이 솟아오르고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을 받아 해안에 드러난 이 퇴적층을 통해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 상부 다대포층의 퇴적층. 깊은 호수에서 모래와 펄이 층을 이뤄 쌓여 굳었다.
지질탐방로를 따라 드러난 호수 퇴적층은 짙은 회색빛이고 입자가 곱다. 동행한 조형성 박사(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는 “깊은 호수에 화산에서 기원한 재나 모래가 쌓여 생긴 이암과 사암”이라고 설명했다. 잔잔한 깊은 호수에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인 지층과 수심이 얕은 곳에서 흐르는 물이 이전에 쌓인 퇴적층을 깎아 비스듬한 지층이 드러난 사층리, 물결에 따라 바닥이 빨래판처럼 굴곡진 물결자국 등도 보인다.
그러나 15분쯤 탐방로를 걸으면 붉은색 이암과 실트암 퇴적층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상부 다대포 층에서 하부 다대포 층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곳에는 단지 회색에서 붉은색으로 지층의 색깔이 바뀌는 것 이상의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다.
» 붉은 퇴적암층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다대포층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신호다. 데크 아래 회색 지층이 상부와 하부를 가르는 응회암 층이고 앞의 황색 지층은 나중에 퇴적암층을 뚫고 들어온 유문암 암맥이다.
붉은 퇴적층은 얕은 범람원 환경에서 철 성분이 공기 속 산소와 만나 붉은 산화철이 되어 붉게 보인다. 하천변이던 곳이 갑자기 깊은 호수가 되었다는 뜻이다. 땅이 한순간에 수백미터 꺼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홍수 때마다 범람하는 하천변 지층이 깊은 호수에서 쌓인 지층으로 갑자기 바뀐다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 비밀을 푸는 열쇠는 두 퇴적층 사이에 쌓인 지층에서 찾을 수 있다.
» 하천에서 쌓인 붉은 퇴적층 위로 회색 응회암 층이 있고 데크 위로 호수에서 쌓인 잿빛 퇴적암층이 나타난다. 격변의 현장이다.
언뜻 사암처럼 보이는 이 지층은 응회암이다. 연구자들이 성분을 분석한 결과 격렬한 화산 폭발로 쏟아져 내린 화쇄류가 쌓인 암석으로 드러났다.
화쇄류란 폭발적인 화산 분화 뒤 버섯구름을 형성했던 물질이 가라앉으면서 고온의 가스, 화산재, 화산암 조각이 한 데 뭉쳐 시속 수백㎞의 속도로 쏟아져 내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탈리아에서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폼페이의 재앙을 부른 것도 이 화쇄류였다.
따라서 이곳의 응회암은 당시의 격변을 말해주는 흔적이다. 이 지층을 조성권 서울대 교수와 함께 2010년 국제학술지 <지구과학 리뷰>에 발표한 손영관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화산 폭발과 땅이 가라앉는 지각운동이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큰 지진이라도 변위가 몇 미터에 지나지 않는데 수백 미터의 침강이 단시간에 났다면 엄청나게 큰 사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퇴적층을 가르고 들어선 유문암 암맥이 절경을 이룬다.
이제 백악기 하천변을 따라 과거로 더 거슬러 오르다 보면 붉은 퇴적층과 대조되는 황색을 띤 기묘한 형태의 바위가 일정한 방향을 가리키며 여럿 나타난다. 평평한 퇴적층을 끊고 있는 이 노란색 지층이 유문암질 암맥군이다.
» 유뮨암 암맥은 퇴적층보다 석영 질이 많아 더 단단해 풍화와 침식에서 살아남았다.
조형성 박사의 설명을 들어 보자. “퇴적층이 쌓인 뒤 지각변동의 큰 힘이 다대포 분지를 남-북 방향으로 당기는 작용을 했다. 그 바람에 지층에 동-서 방향으로 약한 틈이 생겼고, 이곳으로 마그마가 뚫고 들어왔다. 이 마그마에는 단단한 성분인 규산이 많아 주변의 퇴적암보다 침식과 풍화를 견디고 살아남았다.” 돌출해 기이한 형태를 이룬 이 암맥도 결국 지각변동과 화산활동의 결과이다.
지각변동의 직접 증거인 단층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지질 탐방로 끝 부분과 암남공원 주차장에는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선명한 정단층이 있다. 지층을 양쪽에서 당긴 어마어마한 힘을 받아 지층에 금이 가면서 끊겨 한쪽이 내려앉았다.
»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힘을 받아 지층이 끊어지면서 한쪽이 내려앉은 정단층.
» 송도 지질탐방로에서 볼 수 있는 정단층. 석회질 고토양의 흰색 띠로부터 지층이 얼마나 내려앉았는지 알 수 있다.
» 송도 지질탐방로의 대규모 단층. 변위의 규모가 매우 크다.
탐방로 후반부에서는 백악기 말 공룡 시대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홍수 때면 물에 잠기는 범람원에는 공룡이 집단서식했다. 물과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하천변은 공룡이 번식하기에 좋다.
우기가 오기 전 부지런히 알을 낳고 새끼를 돌봐야 한다. 그런데 어느 해 우기가 집중호우와 함께 너무 일찍 왔다. 미처 깨어나지 못한 알이 둥지째 토사에 묻혔다. 탐방로 거의 끝에 있는 붉은 퇴적층에는 그때 묻혔던 공룡알 화석 10여개가 둥지에 담긴 채 남아있다.
» 송도 탐방로의 공룡알 화석(검은색 둥근 원). 하천 범람원 퇴적층에서 10여개가 발견됐다.
» 공룡 집단 번식지. 알의 단면과 껍질의 둥근 윤곽 등이 드러나 있다.
당시 다대포 분지의 기후는 매우 건조했다. 생물이 살기에 쉽지 않았다. 일부 공룡과 겉씨식물 화석 말고는 생물의 흔적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평원에 쌓였던 퇴적물이 건조기후 때문에 석회질의 고토양으로 바뀐 흰 덩어리(단괴)와 이들이 빗물에 씻겨 쌓인 퇴적층이 당시의 메마른 기후를 말해준다.
» 건조한 환경에서 하천의 퇴적물이 석회질 고토양을 이룬 흰 덩어리와 이들이 빗물에 씻겨 쌓인 퇴적층 모습.
암남공원 들머리 주차장에 이르면 지질 탐방로는 끝난다. 그러나 이곳에도 아직 볼거리가 남아있다. 대규모 정단층이 우선 눈에 띈다. 옆에는 대규모 역암층이 있다.
이 역암에는 방선충에서 기원한 규산이 풍부한 처트라는 돌조각이 들어있다. 비슷한 성분의 처트가 일본 쪽에도 산출되기 때문에 당시 부산과 일본이 육지로 연결됐음을 알 수 있다.
» 암남공원 들머리 주차장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역암층. 일본과 연결돼 있었다는 증거인 처트질 바위조각이 들어있다.
탐방을 마치고 중생대 말 다대포 분지에서 2500만년 동안 벌어진 일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가. 아니라면 같은 탐방로를 되짚어 보면 된다.
이번에는 과거에서 현재 쪽으로, 한 걸음마다 7500년씩 지나가는 여행이다. 일반인은 과거로 거슬러 오르는 것을 즐기지만, 지질학자들은 지층의 인과관계를 따지기 쉬운 순 방향의 여행을 선호한다.
부산/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분지였던 곳에 강이 흐르고 호수가 생겼다 메워지고
시간이 흘러 일본이 떨어져 나가고 동해가 열려
2㎞ 길이의 지질탐방로는 보기 드문 도심 ‘타임머신’
남쪽으로 가면 과거로, 북쪽으로 가면 현재로
들머리 현무암층은 ‘호수의 종말’ 증언
수차례 화산 분화로 용암 흘러들어
15분쯤 걸으면 또 하나의 비밀의 지층 나타나
화산 폭발과 땅이 수백m 푹 꺼지는 대사건이 동시에
탐방로 끄트러미에서는 백악기 말 공룡 시대 만나
붉은 퇴적층에는 공룡알 화석 10여개가 둥지째 고스란히
» 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로 지정된 송도 지질탐방로. 절벽에 드러난 중생대 퇴적암층이 시대 순으로 펼쳐져 있다.
부산시내에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입장료도 없고 그저 한 두 시간 바닷바람을 쐬며 해안을 걷기만 하면 된다.
여행 시기는 공룡시대인 중생대 말 백악기, 느린 걸음이라면 1분에 42만년씩 1시간 동안 2500만년을 거슬러 올라가며 구경할 수 있다.
이곳은 부산 서구 송도반도 동쪽 해안이다. 송도 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 들머리 주차장까지 약 2㎞ 길이의 지질탐방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도심에 위치한 ‘타임머신’이다.
12일 송도 해수욕장에서 탐방로에 접어들었다. 거센 파도에 깎여 중생대 퇴적층이 해안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절벽을 따라 설치한 데크를 따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걸어가면 과거로 향하게 된다.
발걸음을 빨리 할수록 더 빠른 속도로 과거 지층이 나온다. 퇴적층은 차곡차곡 수평으로 쌓이지만 지각변동으로 이곳의 지층은 북쪽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었다. 이 때문에 데크를 따라 수평으로 걷지만 앞으로 갈수록 마치 땅속을 파고들어가는 것처럼 과거 지층이 옆에 보이게 된다. 덕분에 탐방로에서 남쪽으로 가면 과거로, 북쪽으로 향하면 현재 쪽으로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 송도 해수욕장 쪽 탐방로 들머리. 오른쪽 현무암은 이 고대 호수를 끝장낸 용암 분출 사건의 유산이다.
‘갈맷길 해안 산책로’라고 적힌 데크 들머리의 표지 오른쪽에 검은 용암층이 보인다. 한탄강이나 제주도에서 많이 본 현무암이다. 자세히 보면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용암이 식으면서 안에 들어있던 가스가 표면으로 빠져나간 흔적이다.
이 현무암층은 커다란 호수의 종말을 불러온 사건을 가리킨다. 깊은 호수에 쌓인 잿빛 퇴적층 위에 현무암이 덮여있다. 약 6900만년 전 분화구에서 흘러넘친 용암이 호수로 흘러들었다.
» 깊은 호수에 층층이 쌓인 잿빛 퇴적층 위에 용암이 흘러 현무암으로 굳었다.
» 현무암 아래 호수 퇴적층의 사층리가 보인다.
불과 물이 만나 호수는 격렬하게 끓어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 계속된 화산 분화와 그에 따른 용암 분출로 호수는 흔적도 없이 메워졌다. 그러니까 송도 백악기 시간여행의 출발지는 ‘호수의 죽음’ 현장인 셈이다.
사실 송도반도와 이웃한 두송반도 등 이 지역은 화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백악기 말 한반도 남동부는 지금의 일본처럼 해양판이 육지판 밑으로 파고드는 섭입대에 가까워 화산활동이 왕성했다(■ 관련 기사=3000m 화산에 불기둥이 펑…천지 크기 칼데라호 생겨).
» 부산 일대의 지질도. 점선은 단층선이다. 양산단층과 동래단층 사이가 다대포 분지이고 분지 오른쪽 끝에 송도 반도가 위치한다. 그림=강가령 외(2014)
당시 송도와 두송 반도 일대는 다대포 분지라는 소규모 퇴적 분지였다. 낙동강 하구와 부산만 사이의 해안을 중심으로 한 평행사변형 분지인데, 낙동강 쪽 양산단층은 아래로 끌어내리고 부산항 쪽 동래단층은 위로 당기는 힘을 받으면서 양쪽 단층선 사이에 움푹 파인 분지가 생겼다.
격렬한 화산활동이 휴지기에 들어간 동안, 이 분지에 퇴적물이 쌓여 약 1000m 깊이의 퇴적층을 이뤘다. 땅이 솟아오르고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을 받아 해안에 드러난 이 퇴적층을 통해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 상부 다대포층의 퇴적층. 깊은 호수에서 모래와 펄이 층을 이뤄 쌓여 굳었다.
지질탐방로를 따라 드러난 호수 퇴적층은 짙은 회색빛이고 입자가 곱다. 동행한 조형성 박사(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는 “깊은 호수에 화산에서 기원한 재나 모래가 쌓여 생긴 이암과 사암”이라고 설명했다. 잔잔한 깊은 호수에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인 지층과 수심이 얕은 곳에서 흐르는 물이 이전에 쌓인 퇴적층을 깎아 비스듬한 지층이 드러난 사층리, 물결에 따라 바닥이 빨래판처럼 굴곡진 물결자국 등도 보인다.
그러나 15분쯤 탐방로를 걸으면 붉은색 이암과 실트암 퇴적층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상부 다대포 층에서 하부 다대포 층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곳에는 단지 회색에서 붉은색으로 지층의 색깔이 바뀌는 것 이상의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다.
» 붉은 퇴적암층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다대포층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신호다. 데크 아래 회색 지층이 상부와 하부를 가르는 응회암 층이고 앞의 황색 지층은 나중에 퇴적암층을 뚫고 들어온 유문암 암맥이다.
붉은 퇴적층은 얕은 범람원 환경에서 철 성분이 공기 속 산소와 만나 붉은 산화철이 되어 붉게 보인다. 하천변이던 곳이 갑자기 깊은 호수가 되었다는 뜻이다. 땅이 한순간에 수백미터 꺼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홍수 때마다 범람하는 하천변 지층이 깊은 호수에서 쌓인 지층으로 갑자기 바뀐다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 비밀을 푸는 열쇠는 두 퇴적층 사이에 쌓인 지층에서 찾을 수 있다.
» 하천에서 쌓인 붉은 퇴적층 위로 회색 응회암 층이 있고 데크 위로 호수에서 쌓인 잿빛 퇴적암층이 나타난다. 격변의 현장이다.
언뜻 사암처럼 보이는 이 지층은 응회암이다. 연구자들이 성분을 분석한 결과 격렬한 화산 폭발로 쏟아져 내린 화쇄류가 쌓인 암석으로 드러났다.
화쇄류란 폭발적인 화산 분화 뒤 버섯구름을 형성했던 물질이 가라앉으면서 고온의 가스, 화산재, 화산암 조각이 한 데 뭉쳐 시속 수백㎞의 속도로 쏟아져 내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탈리아에서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폼페이의 재앙을 부른 것도 이 화쇄류였다.
따라서 이곳의 응회암은 당시의 격변을 말해주는 흔적이다. 이 지층을 조성권 서울대 교수와 함께 2010년 국제학술지 <지구과학 리뷰>에 발표한 손영관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화산 폭발과 땅이 가라앉는 지각운동이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큰 지진이라도 변위가 몇 미터에 지나지 않는데 수백 미터의 침강이 단시간에 났다면 엄청나게 큰 사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퇴적층을 가르고 들어선 유문암 암맥이 절경을 이룬다.
이제 백악기 하천변을 따라 과거로 더 거슬러 오르다 보면 붉은 퇴적층과 대조되는 황색을 띤 기묘한 형태의 바위가 일정한 방향을 가리키며 여럿 나타난다. 평평한 퇴적층을 끊고 있는 이 노란색 지층이 유문암질 암맥군이다.
» 유뮨암 암맥은 퇴적층보다 석영 질이 많아 더 단단해 풍화와 침식에서 살아남았다.
조형성 박사의 설명을 들어 보자. “퇴적층이 쌓인 뒤 지각변동의 큰 힘이 다대포 분지를 남-북 방향으로 당기는 작용을 했다. 그 바람에 지층에 동-서 방향으로 약한 틈이 생겼고, 이곳으로 마그마가 뚫고 들어왔다. 이 마그마에는 단단한 성분인 규산이 많아 주변의 퇴적암보다 침식과 풍화를 견디고 살아남았다.” 돌출해 기이한 형태를 이룬 이 암맥도 결국 지각변동과 화산활동의 결과이다.
지각변동의 직접 증거인 단층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지질 탐방로 끝 부분과 암남공원 주차장에는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선명한 정단층이 있다. 지층을 양쪽에서 당긴 어마어마한 힘을 받아 지층에 금이 가면서 끊겨 한쪽이 내려앉았다.
»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힘을 받아 지층이 끊어지면서 한쪽이 내려앉은 정단층.
» 송도 지질탐방로에서 볼 수 있는 정단층. 석회질 고토양의 흰색 띠로부터 지층이 얼마나 내려앉았는지 알 수 있다.
» 송도 지질탐방로의 대규모 단층. 변위의 규모가 매우 크다.
탐방로 후반부에서는 백악기 말 공룡 시대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홍수 때면 물에 잠기는 범람원에는 공룡이 집단서식했다. 물과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하천변은 공룡이 번식하기에 좋다.
우기가 오기 전 부지런히 알을 낳고 새끼를 돌봐야 한다. 그런데 어느 해 우기가 집중호우와 함께 너무 일찍 왔다. 미처 깨어나지 못한 알이 둥지째 토사에 묻혔다. 탐방로 거의 끝에 있는 붉은 퇴적층에는 그때 묻혔던 공룡알 화석 10여개가 둥지에 담긴 채 남아있다.
» 송도 탐방로의 공룡알 화석(검은색 둥근 원). 하천 범람원 퇴적층에서 10여개가 발견됐다.
» 공룡 집단 번식지. 알의 단면과 껍질의 둥근 윤곽 등이 드러나 있다.
당시 다대포 분지의 기후는 매우 건조했다. 생물이 살기에 쉽지 않았다. 일부 공룡과 겉씨식물 화석 말고는 생물의 흔적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평원에 쌓였던 퇴적물이 건조기후 때문에 석회질의 고토양으로 바뀐 흰 덩어리(단괴)와 이들이 빗물에 씻겨 쌓인 퇴적층이 당시의 메마른 기후를 말해준다.
» 건조한 환경에서 하천의 퇴적물이 석회질 고토양을 이룬 흰 덩어리와 이들이 빗물에 씻겨 쌓인 퇴적층 모습.
암남공원 들머리 주차장에 이르면 지질 탐방로는 끝난다. 그러나 이곳에도 아직 볼거리가 남아있다. 대규모 정단층이 우선 눈에 띈다. 옆에는 대규모 역암층이 있다.
이 역암에는 방선충에서 기원한 규산이 풍부한 처트라는 돌조각이 들어있다. 비슷한 성분의 처트가 일본 쪽에도 산출되기 때문에 당시 부산과 일본이 육지로 연결됐음을 알 수 있다.
» 암남공원 들머리 주차장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역암층. 일본과 연결돼 있었다는 증거인 처트질 바위조각이 들어있다.
탐방을 마치고 중생대 말 다대포 분지에서 2500만년 동안 벌어진 일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가. 아니라면 같은 탐방로를 되짚어 보면 된다.
이번에는 과거에서 현재 쪽으로, 한 걸음마다 7500년씩 지나가는 여행이다. 일반인은 과거로 거슬러 오르는 것을 즐기지만, 지질학자들은 지층의 인과관계를 따지기 쉬운 순 방향의 여행을 선호한다.
부산/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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