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화 촉구, 광주 시민문화제
5월광장 앞 6m 소녀상 "할매, 우리가 다 기억하제라"
▲ 일본군 '위안부' 굴욕 합의 전면 무효화를 촉구하는 시민문화제 '할매, 우리가 다 기억하고 있제라'가 3일 오후 7시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에서 열렸다. 무대 위에 설치된 높이 6m의 소녀상 가슴에 하얀 나비 형상이 비춰지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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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 청산, 역사 정의 실현'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한 시민이 태극기를 든 채 이날 무대 위에 설치된 높이 6m의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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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우리가 다 기억하고 있제라!"
높이 6m의 소녀상이 세워진 '5월 성지'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3일 오후 7시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에서 열린 시민문화제 '할매, 우리가 다 기억하고 있제라'에 참석한 시민들은 "일본군 '위안부' 굴욕 합의의 전면 무효화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지역 예술인들이 주도한 이날 문화제에선 설치미술 작가 이성웅씨가 만든 높이 6m의 소녀상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공기를 채워넣은 형태의 소녀상 제작을 준비한 이씨는 자신의 기획을 주변 예술가들과 공유했다. 이후 이씨의 생각에 공감한 이들이 머리를 맞댔고 이번 문화제까지 준비하게 됐다. 또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도 이날 문화제를 위해 힘을 모았다.
▲ 광주여대 무용과의 박선욱 돋움무용단이 무대 위에 설치된 높이 6m의 소녀상 앞에서 '아리랑 변주곡'에 맞춰 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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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이날 문화제 직전 <오마이뉴스>와 만나 "지난해 12월 28일, 할머니들의 의견이 하나도 담기지 않은 한일 양국 정부의 합의문이 나올 때부터 화가 치솟았다"며 "예술가로서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 제가 해오던 설치미술로 많은 사람들과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욕해도 되나?"라는 반문으로 분노의 마음을 표현한 이씨는 "바쁜 삶을 핑계로 큰 관심을 갖지 못했는데 약 한 달 동안 소녀상을 제작하다 보니 할머니들의 문제가 내 일처럼 느껴지더라"라며 "많은 분이 이 큰 소녀상을 보고 할머니들의 고통을 계속 기억해준다면 앞으로 이런 일은 되풀이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번 박 대통령에 이어, 이번 박대통령도..."
▲ 무대 위에 설치된 높이 6m의 소녀상 옆으로,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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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악그룹 '얼쑤'가 높이 6m의 소녀상이 놓인 무대 위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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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문화제를 준비한 예술인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무대에 올라 시민들 앞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사회를 맡은 연극인 오성완씨, 가수 김원중씨, 밴드 조아브로와 프롤로그, 타악그룹 얼쑤, 바리톤 이호민씨, 박선욱 돋움무용단 모두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들의 재능을 내놓았다. 이날 모인 200여 명의 시민들은 '한일 합의 전면 무효', '위안부의 눈물, 거래 대상이 아닙니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예술인들의 공연이 이어질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사회자 오성완씨는 "거의 30년 만에 사회를 봐야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잠 한 숨을 못잤다"며 "지옥같은 세월을 지나 먼 길을 돌아온 소녀들이 피묻은 치마를 감추고 방황할 때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제라도 내 마음 한 편의 조그마한 죄스러운 마음에 희망의 씨앗을 던지고 오늘 많은 분과 그 뜻을 함께하고 싶다"며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2016년 2월 3일 밤 9시 이후에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위안부라는 말을 검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을 대표해 외국과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정부가 당사자 할머니들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국민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자기 편의에 따라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이해를 구하려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났다. 70년 넘는 아픈 역사를 100억 원으로 치부하고 잊어버리려는 자세를 묵과할 수 없었다."
▲ 가수 김원중씨가 무대 위에 설치된 높이 6m의 소녀상 앞에서 자작곡 '꽃을 심으리 그대 가슴에'를 부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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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이 '위안부의 눈물, 거래대상이 아닙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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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문화제에선 위안부 할머니들을 주제로 한 공연이 이어졌다. '바위섬'으로 유명한 가수 김원중씨는 자작곡 '꽃을 심으리 그대 가슴에'를 부른 뒤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좋은 역사는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박 대통령(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과의 문제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았더니(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또 다른 박 대통령(박근혜 대통령) 때 이런 일이 생겼다. 이 추운 겨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러분과, 이 자리를 준비한 예술인들 모두 대단하다. 정치인들보다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훨씬 더 나은 것 같다."
소녀상 앞 가득 메운 촛불 "정부 정신 차려라"
▲ 광주여대 무용과의 박선욱 돋움무용단이 무대 위에 설치된 높이 6m의 소녀상 앞에서 '아리랑 변주곡'에 맞춰 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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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그룹 '희희락락'이 무대 위에 설치된 높이 6m의 소녀상 앞에서 '홀로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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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프롤로그는 직접 만든 노래 '소녀'를 부르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표현했다.
맨발의 소녀의 그림자 뒤에서 저들은 무엇을 하는가/ 꼬옥 움켜쥔 두 주먹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가/ 하얀 나비의 피눈물을 누가 씻어주나/ 찢기고 찢겨진 치마 위에 피눈물 어찌할까/ 잊고 또 잊고 잊으려해도 잊을 수가 없네/ 지우고 지우고 또 지우려 해도 지울 수가 없네/ - 프롤로그 '소녀' 중
노래를 마친 프롤로그의 포컬 최성식씨는 "이 곡을 만들기 위해 하루 꼬박 날을 세우며 많은 자료를 읽었고, 정말 많이 울었다"며 "소녀상에 있는 작은새, 그림자, 하얀 나비, 빈 의자의 의미를 알게 됐고, 그 의미를 가사에 담았다"고 말했다.
▲ 공연이 끝난 후, 시민들은 무대에 올라 소녀상에 직접 '헌화(獻火, 촛불을 바침)'하며,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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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후, 시민들은 무대에 올라 소녀상에 직접 '헌화(獻火, 촛불을 바침)'하며,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했다. 소녀상 앞의 빈 의자와 바닥은 시민들이 놓고 간 촛불로 가득찼다.
문화제에 참석한 주아무개(여, 43)씨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들끓던 여론도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사그라지고 말았다"며 "오늘 문화제를 통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됐고, 하루 빨리 할머니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공연이 끝난 후, 시민들이 놓고 간 촛불이 소녀상 앞을 가득 메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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