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농민도 전라도 농민도 불 같은 심판해야


[칼럼] 유권자가 이익투표를 하지 않으면 언제나 무시 당해
임두만 | 2016-02-21 09:33:4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유권자는 기본적으로 이익집단입니다. 자신이 직접 행사한 표를 통하여 권력자가 탄생되고 그 권력자는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제도인 대의민주제 하에서 유권자가 이익집단이 되지 못하면 권력자나 권력집단으로부터 무시를 당하면서 자기이익을 챙길 수 없습니다.
▲선관위 4.13 선거상황실 개소장면 © 선관위 홈페이지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정치이야기의 화자(話者)일 때는 모두가 정치전문가 못지않고 정치인들을 욕하는 데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마냥 모두 흥분체질입니다. 따라서 이로 보면 우리나라 유권자는 어느 나라 유권자보다 더 이익투표에 충실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지구촌에서 대의민주제를 하는 나라 유권자들 중 가장 하급투표를 하는 집단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하급투표의 핑계를 유권자들 스스로 ‘지역주의’라는 방어막 안에 가두고 자신들의 투표행위를 타 지역의 지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자위합니다. 즉 자기들 지역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곧 이익집단으로서의 이익투표였다고 강변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런 집단이 누구일까요. 호남도 지역주의 투표, 영남도 지역주의 투표를 하니까 다 같나요? 여러분은 군인의 총칼에 자기 지역 젊은이들이 집단으로 목숨을 잃은 처참함을 당했음에도 그 행위를 지시한 권력집단에게 ‘균형적’으로 투표할 수 있습니까? 그래서 ‘균형적’으로 투표를 하지 않으므로 그것이 호남의 지역주의이므로 그에 대항하여 영남이 뭉친다는 논리가 정당하다는 것입니까?
광주항쟁을 빼고 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쌀 수입 반대 투쟁으로 봉기한 농민은 호남이나 영남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수확한 쌀을 불태우고 농산물을 도로에 뿌리는 등 극한 투쟁을 할 정도로 농산물 수입개방에 미적지근한 정부에 대한 저항은 극에 달했습니다. 그럼에도 1995년 지방선거 1996년 총선에서 영남지역 농민들이 선택한 것은 집권 민자당 후보였습니다.
그뿐인가요?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의 당사자는 밀양 주민입니다. 그들은 지상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여 몸에 쇠사슬을 묶고, 땅에 굴을 파고 들어앉아 극한 저항을 했습니다. 그러나 공권력 앞에서 그분들의 저항은 버티질 못했습니다. 그 공권력의 진압을 반대한 것은 야당이고 찬성한 것은 여당입니다. 그렇다면 밀양지역 유권자는 누구와 한편인가요? 당연히 야당이 한편일질데 그해 지방선거에서도 또는 어떤 선거에서도 야당은 다 내침을 당하고 여당으로 올인하는 투표 결과가 나왔지요. 이익투표입니까?
영남지역 유권자들은 자신이나 지역이 권력으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당해도 호남이 야당을 지지하니까 영남은 여당을 지지해야 이익투표를 하는 것입니까? 이런 투표를 하면 유권자의 표로 권력을 획득해야 하는 측에게 유권자가 두려운 존재일까요? WTO, 한미FTA, 한중FTA...이런 국제협약에 의한 대외적 문제는 우리 정부가 농민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보고 정책을 집행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다고요? 좋습니다. 이 성명서를 한 번 보시지요. 바로 작년에 경상남도농업경영인연합회가 낸 성명입니다.
졸속적인 쌀협상 국회비준은 농민대항쟁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쌀협상 비준안 졸속 통과를 강력히 규탄하며.-
□ 오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해가며 쌀협상 비준안을 졸속적으로 통과시킴으로써 국회 앞에서 11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농민단체 대표들과 전국 각지에서 나락적재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농민단체들의 절박한 호소를 철저히 외면하고 수확기 쌀값폭락대란으로 요동을 치고 있는 농심(農心)에 치 떨리는 분노의 불을 붙였다.
□ 작금의 쌀 대란을 진정시킬 대책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이번 쌀협상이 국회비준을 거쳐 발효될 경우 과연 한국농업에 어떤 수준의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지극히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분석조차 없이 10․26 보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단행된 이번 쌀협상 국회비준안 상임위 통과는 기습 상정과 졸속 공청회에 이은 반농민적 폭거이며, 대국민 직무유기이다.
□ 특히 이는 쌀값폭락대란이 어떻게 심화되고 내년에 더욱 파괴적으로 나타나는지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 달 중순 부산에서 개최되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이전에 무조건 쌀협상 국회비준을 통과시키겠다는 의도 아래 진행되는 철저한 수순 밟기인 것이다.
□ 이에 한농연경남도연합회는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의 쌀협상 비준안 졸속 통과를 강력히 규탄하며, 쌀값폭락 및 농가소득보전에 대한 근본적이고 충분한 대책 수립 없이 쌀협상 졸속 통과가 국회 본회의에서도 반복 자행될 경우 정부와 정치권은 11월 대 농민항쟁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 아울러 이를 위해 이미 수많은 농민들이 시․군청이나 농협 앞에 나락가마를 적재하고 있으며, 새벽부터 들판에 나가 해질녘까지 쌀 수확에 매달리고 있는 대다수 농민들도 가슴에 시퍼런 칼을 갈고 있음을 정부와 정치권은 제대로 헤아려 다음과 같은 농민들의 요구에 이제라도 제대로 귀 기울려 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수확기 쌀 대란 극복과 근본적인 농업회생을 위한 350만 농민의 요구사항
1. 정부와 정치권은 농업회생의 근본 대책이 없는 쌀 협상 국회비준 통과를 즉각 중단하라!
2. 정부와 정치권은 농민단체들이 제시한 농정 요구사항을 즉각 수용하여 성실히 실천하라!
3. 공공비축 산물벼와 농협 자체수매 잠정 매입가격을 40kg 한 포대 당 4만 6천 원 이상으로 책정하라!
4. 쌀소득보전직불금은 각 도별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지원하고, 경기․강원 지역 쌀 농가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
5. 정부와 농협은 공공비축 산물벼 80만 석을 포함한 매입물량 전체에 대해 시장격리 방침을 분명하게 제시하라!
6.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하여 농협 RPC의 고질적인 경영 부실 원인을 조속히 해소함으로써, 산지 쌀 매입가격 인상 및 매입물량 확대에 적극 매진하라!
2005년 10월 27일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경상남도연합회
실상이 이런데도 지금 경남지역 농어촌에서 여당 후보 보이콧 여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전 지역 새누리당 당선 안정권입니다. 당시 국회에서 쌀값을 협상할 때 정부 보장가는 17만 원, 농민의 생산비 보전 희망가격은 23만 원이었습니다. 이에 야당은 21만 원 카드로 협상을 했으나 여당과 정부의 힘에 밀려 17만 6천 원 선으로 정부 측이 일방적으로 승리합니다. 쌀 한 가마 4만 원 이익을 보장해주겠다는 야당은 영남지방에서 선택의 대상이 안 되는 것입니다. 이익투표입니까? 정부여당이 유권자가 두렵겠습니까?
▲쌀 생산가 확보 투쟁에 나선 전국농민회 시위 장면
그렇다면 영남 유권자들의 이런 지지성향은 여당만입니까? 한미FTA 협상 최고 책임자였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습니다. 그런데 김현종 본부장이 이끌던 한미FTA 협상이 한창일 때 전국적으로 FTA반대 여론은 매우 강했습니다. 특히 농민, 그리고 영화계 등 문화계, 보험 등 금융계, 그리고 모든 지적소유권 관련업계의 반대는 극심했습니다. 그래도 FTA는 타결되었으며 지금 우리 경제는 그 고리 안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쌀값의 정부보전이 어렵다는 모든 근거는 FTA협정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가 영남야권의 지지를 받는 더민주에 입당했으니 영남지역 야권 지지자들은 환영해야 합니까? 영남 농민들은 그가 ‘영남야당’에 입당했으니 이제 용서됩니까?
19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김영호)은 “농업을 팔아먹은 FTA 맹신자 김현종 영입으로 더민주당은 농심을 짓밟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한미FTA를 비롯해 수십 개의 FTA를 앞장서서 추진한 김현종을 영입한 더민주에서 최근 벌이고 있는 ‘당명개정’과 ‘영입이벤트’는 모두 눈속임”이라며 “이로써 더민주가 반서민, 반농민 정당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농민들은 더민주당이 김현종 영입을 취소하지 않으면 더민주당을 새누리당과 똑같은 위치에 놓고 싸울 것이며, 특히 호남지역에서는 더민주당 심판투쟁이 불같이 일어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선포했습니다.
이는 유권자가 이익집단임을 선언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선언에 왜 “특히 호남지역에서는 더민주당 심판투쟁이 불같이 일어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할까요? FTA를 반대하는 농민은 호남만 사나요? 또 이 성명대로 호남지역 농민들이 더민주를 반대하면 이 또한 지역주의 투표인가요? 이는 철저한 이익투표입니다. 자신들이 잘 살 수 없도록 하는 정책을 펴는 사람을 반대하는 것이 바로 이익투표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호남은 철저한 이익투표를 했습니다. 지역주의 투표가 아니라 이익투표입니다. 광주는 광주항쟁의 직접현장, 전남북은 전형적인 농어촌, 그래서 광주는 광주대로 농어촌은 농어촌대로 자신들의 이익에 충실한 투표를 한 것입니다. 재벌위주 경제를 반대하고, 있는자를 위한 정책을 반대하고, 왜곡된 역사의식을 보수로 위장한 것에 반대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반대파를 빨갱이나 좌파로 모는 것에 반대하고, 헌법의 수호를  위해 헌법을 무시하는 세력과 정치인을 반대하고, 남북의 평화교류를 막는 세력을 반대하고, 결정적으로 농수산물의 제값받기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이익투표를 한 것입니다.
다시 말합니다. 유권자는 이익집단입니다. 유권자의 한 표로 뽑은 지역 선량은 4년간 아무 제약없이 자신의 정치행위를 합니다. 그런 선량을 많이 가진 정당은 그만큼 힘이 있어서 그 힘으로 자기들 맘대로 합니다. 농민들 표로 당선되었지만 “농민이 기업을 뜯어먹으려는 것”이란 말도 당당하게 하지요.
지난 해 11월 30일 국회는 한·중 FTA 비준 동의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피해산업 보전대책으로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총 1조 원의 기금을 조성, 한·중 FTA 발효 시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민을 지원키로 했습니다. 즉 FTA로 이익을 보는 민간기업·공기업·농수축협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총 1조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안이 발표되자 새누리당 하태경(해운대 기장군 을) 의원이 “우리 사회가 건수만 있으면 억지 명분을 만들어 기업을 뜯어먹으려하는 풍토가 있다”면서 농민을 뜯어먹는 계층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그는 11월 30일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에서 “한·중 FTA가 농민이 피해를 입는 품목은 개방 품목에서 모두 제외된 FTA 답지 않은 FTA”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에게 (매년) 1,500억 원을 뜯으려는 것은 착취”라고 한 뒤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의 대부분이 농업에 들어가는 보조금인데, 이런 정책은 죽어가는 한국 농업을 보조금으로 연명시키려는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한·중 FTA 비준동의안 처리로 피해가 우려되는 우리 농업과 농민들을 기업을 착취하고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존재로 묘사했으니 이런 발언은 농민을 능멸하는 발언이지요. 그의 지역구인 기장군이 농촌입니다. 인구 15만의 기장군은 농촌과 어촌이 함께 있는 기초단체입니다. 이 지역 유권자의 선택으로 국회의원이 된 하태경이 자신을 국회로 보내 준 유권자들을 ‘뜯어먹으려는 자들’로 묘사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하태경은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또 당선 안정권입니다. 그래서 그 지역구에 안대희 낙하산 설이 있자 극렬반발했습니다. 자신이 뭐라고 하든 그 지역 유권자들이 찍어주는데 어찌 유권자가 두렵겠습니까?
다시 말합니다. 유권자는 이익집단입니다. 김현종을 영입한 정당을 반대하는 농민은 호남만이어서는 안 됩니다. 하태경이 호남출신으로 그 정도의 발언이었으면 호남에서 출마엄두도 낼 수 없을 것입니다. 순천의 서갑원이 새누리당 이정현에게 진 것은 누구보다 당사자인 서갑원이 더 잘 알 것입니다. 유권자가 이익투표를 하지 않으면 정치인과 정당은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유권자가 두려운 존재여야 정치가 발전합니다. 정치이야기의 화자(話者)일 때는 모두가 정치전문가 못지않고 정치인들을 욕하는 데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흥분 체질이어서만은 안 됩니다. 기표소 안에서 힘을 발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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