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주변국들은 북핵문제를 정말 ‘발등의 불’로 생각하는가?


<칼럼>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전현준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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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9  00: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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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의 4차 핵실험 및 위성(장거리미사일) 발사 후 양자 및 다자 간 대북 제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 목적은 북측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돈줄을 차단하고 궁극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을 교체(regime change)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북측과 거래하는 제3국 제재)’, 남측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일본은 총련 간부 재입국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여기에다 UN안보리는 항공유 수출금지, 석탄 등 북측 광물자원 수입 금지, 소형무기 금수, 북측으로 송금되는 금융거래 중지, 북측의 수출입 모든 선박·항공 화물 전수조사, 정찰총국 등 핵무기 관련 단체 12곳 및 개인 17명 제재, 사치품 제재 등 북측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대북 제재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통해 북측이 핵개발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북측은 그 동안 핵개발 이유를 미국의 대북 ‘압살’ 정책 및 대북 공격(김정은 참수작전 등)에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이러한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측은 핵개발을 포기하 지 않을 것이다.
큰 틀에서 금번 주변국들 및 UN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대해 북측은 대북 ‘압살정책’으로 받아들이고 더욱 많은 핵개발을 할 태세이다. 2월 1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의하면 북측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위성(장거리미사일)발사 관계자들에게 훈장 및 표창을 수여한 자리에서 “더 많이, 더 빨리, 더 통쾌하게 쏘아올리라”고 말했다. 강도 높은 UN안보리 제재가 나올 줄 모르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핵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 비용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이다. 최대 15억 달러부터 몇 억 달러까지 다양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측은 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와 서방 세계의 주장에 의하면 광물자원 대중 수출, 근로자 해외 파견, 해외 식당 운영, 관광 수입, 개성공단 임금, 밀수, 마약 밀거래, 무기 판매 등이 주 수입원이다.
문제는 북측이 대중 무역을 통해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북측은 대중 무역에서 2015년 4억 6천만 달러 정도 손해를 보았다. 2000년대 이후 대중 누적 무역 적자는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비록 북측이 개성공단, 해외근로자, 관광, 식당사업, 밀수, 무기판매 등에서 이익을 본다고 해도 누적된 대중 무역적자 메우기에도 빠듯할 것이다.
결국 핵개발에 서방이 계산하는 것만큼 많은 원가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고 더구나 북측의 인건비는 매우 저렴하다는 것도 고려되어야 한다.
한편 북측이 무역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핵 및 장거리미사일에 필요한 핵심부품을 수입해 가기 때문에 그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과연 북측이 대중 및 해외 무역을 통해 어떤 핵개발 품목을 수입하는 지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북측의 수입품은 원유, 가스, 의류, 수산물 등이 대부분이다.
굳이 석유가 미사일의 액체연료가 된다고 본다면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이 2014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24개월째 무역통계상으로는 ‘제로’(O)로 나탄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물론 실제로는 원유 수입이 있었을 것이고 발사체 추진 원료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금번 UN안보리 제재안에는 원유 수출 금지가 빠진 것으로 되어 있으니 모를 일이다.
무역만 놓고 보면 북측은 대중 무역을 하지 않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길일 지도 모른다. 어떻든 대북 제재는 북한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일 것이고 김정은이 ‘자강력제일주의’를 주장하는 이유도 이에 대비한 것일 것이다. 그는 ‘수입병’을 질타한 적도 있다.
북측은 일찍부터 관련 부품들을 언제 끊길지 모르는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생산을 통해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 및 UN의 대북 제재는 핵개발을 막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걱정하는 것처럼 주민들의 삶만 고단하게 만들 것이다. 가정이긴 하지만 북측이 국가체제 유지를 위해 핵개발을 국가정책순위 1위로 간주한다면 인민경제비를 돌려서라도 그것을 해낼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북측은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로선’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겠지만 UN안보리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경제상황 전반이 어려워져 핵개발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면 북측도 고육지책으로 이러한 정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제2의 고난이 행군’이 전개될지도 모른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물론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이고 그 전에 북핵 문제와 관련된 일련의 대화가 전재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대북 경제 제재 동참과 함께 미국에게 6자회담 재개 및 6자회담 틀내의 평화체제 논의를 북핵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였다. 중국은 거의 사문화된 2005년 9.19공동성명 이행을 촉구한 것이다.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 병행 정도는 수용하겠다는 태도이다.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해서 북핵문제와 평화체제 문제가 즉시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일본이 또 일본인 납치 문제를 내세워 딴지를 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반도 평화 분위기는 고조될 것이다.
바람직한 것은 ‘6자회담을 위한 6자회담’이 아니라 이란핵 문제 해결에서 P5+1(미·중·러·영·프+독일)국가들이 보여준 열정을 보여서 반드시 북핵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을 내놓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핵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과 1년간 비밀회담을 하였다. 해결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란과 북은 다르다. 미국의 이슬람 국가(IS) 퇴치를 위한 이란 활용, 제4위의 이란 석유매장량에 대한 매력, 이란의 적극적인 핵문제 해결 의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란핵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러나 미국입장에서 보면 북은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미국은 ‘북 붕괴’를 기다리며 ‘전략적 인내’를 하면서 중국에게만 그 역할을 맡기고 있다.
물론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포함해 한때 적극적인 노력을 했지만 번번이 북측에 당하는 입장에서 더 이상 깊이 개입하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북이 쉽지 않은 상대이기 때문이다. 어떻든 미국 오바마 행정부 8년동안 북핵문제는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고 더욱 악화되었다.
어떤 면에서 미국은 북핵 및 북한문제를 동북아에서의 패권유지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제4차 북핵 실험 이후 가장 큰 수혜는 미국이 받고 있다. 미국은 불안정한 한·미·일 공조를 확실히 하고 미온적이었던 중국을 대북 제재에 끌어들였으며 사드(THAAD)의 확실한 대중 유인 카드를 확인했고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공고히 하였다. 따라서 향후 미국은 THAAD 카드를 통해 중국의 대북 압박을 강제할 것이고 이를 통한 ‘북한 붕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북핵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면 당사자들 모두가 이란핵문제 해결 회담처럼 집중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2013년에 본격화된 이란 핵문제는 2015년 4월까지 약 2년만에 성과를 거두었다. 왜 우리는 이러한 일을 해내지 못하는 걸까? 북핵문제가 발등의 불이라면 당사자들이 이처럼 한가하게 ‘북붕괴’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것은 역설적으로 북핵문제가 발등의 불이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말로는 북핵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면서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실행하고 있지만 각 당사국들은 실제로는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각자 북핵문제를 이용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데만 골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북측이 핵문제로 계속 문제를 일으켜 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기 위해서라도 당사국들은 ‘6자 정상회담’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북핵 해결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한반도 안정은 관련 당사국들에게 불안정보다 훨씬 많은 국익을 안겨 줄 것이다. 당장 북핵문제 때문에 오는 심신의 피로가 줄고 과도한 군사비 삭감, 경제활로 확보, 사회문화교류 확대 등이 이루어질 것이다.
관련 당사국들은 제재를 통해서만은 기다리는 ‘북한 붕괴’는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수령유일영도체계만 강화될 것이다. 강력한 외부의 적이 있는 한 북체제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북에서는 어떤 유화론자나 반정부 인사도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설사 ‘참수작전’을 통해 김정은을 제거한다고 해도 서방세계가 바라는 ‘입맛에 맞는 지도자’가 정권을 잡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북측에게 전쟁사유(Casus belli)만 제공할 뿐이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꼭 ‘붕괴’가 필요하다면 남측을 포함한 주변국들이 북과 보다 많은 대면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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