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문 녹취록, 방문진 이사로서 참담하고 부끄러웠다”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24] 이완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이영광 기자  |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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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05  10:21:11
수정 2016.02.05  16: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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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공개된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과 극우 인터넷 언론 편집장의 녹취록 파장이 언론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언론노조와 언론시민단체는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과 안광한 사장의 해임과 경영진의 문책을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방문진에서는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 궁금하여 야당추천인 이완기 이사를 지난 3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실에서 만나 백 본부장 녹취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이완기 방문진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완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 이영광 기자
“아무 입증 증거도 없으면서 사형선고 한 것”
- 지난달 25일 백종문 미래 전략 본부장과 극우 인터넷 언론 편집장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어 파문을 일으켰는데 어떻게 보세요?
“방문진 이사로서 녹취록을 보고 참담하고 부끄러웠죠. 우선 녹취록에 나와 있는 사실관계에서 몇가지 정도 문제점이 있다고 봐요. 먼저 불법 부당해고를 한 거죠. 그리고 업무상 배임의 문제가 생기겠고 청탁과 부당거래가 있었었어요. 그리고 프로그램에 개입한 문제는 방송법 위반 관련된 거죠.
우선 해고를 한 것이 여기 보면 보통 전 이걸 범죄행위라고 보는데 범죄행위의 구성요건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게 목적이거든요. 녹취록에 보면 ‘가만 둬 서는 안 되겠다’는 범죄의 목적이 분명히 나와요. 그러면 해고를 시켜야 하는데 해고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으니 불법적으로 해고한 거죠.
원래 인사위원회를 하면 인사위원회에서는 잘못한 것에 대해서 입증하고 그 잘못이 입증됐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해고까지 되느냐를 따져야죠. 이를 테면 징계종류라는 게 있어요. 구두경고, 감봉, 정직 등이 있는데 해고는 일반적으로 극형이거든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죠. 그런데 그 아무런 입증할 수 있는 증거도 없으면서 사형에 버금가는 해고를 시켰다는 것은 명확히 범죄 행위죠. 그리고 나중에 보면 소송이 걸려오면 그때 받아주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했단 말이죠. 이것은 나중에 회피방식까지도 의논하고 아주 고의와 의도적으로 해고한 것이란 말이죠.
두 번째 녹취록에 보면 ‘변호사를 몇십 명을 쓰고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문제없고 관심도 없고 무조건 해고를 한다’는 말이죠. 소송 비용이 들어가면 명확히 회사에 손실이 오는 것이잖아요. 이 해고가 정당하다면 모르지만, 부당해고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소송에서 질 것을 뻔히 알면서 비용의 부담을 무릅쓰고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명백한 배임이라고 봐요.”
“‘더러운 김재철’ 표현 보면 오로지 ‘자기영달’ 위한 것”

- 그렇게 한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그것은 지금 그 사람들 얘기를 안 하니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판단할 때는 상당히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돼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저는 그 정치적 판단이 이 사람들이 정말 그 당시 여당이라든지 이런 쪽의 정파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기보다는 자기 자리 보신 또는 더 높은 곳으로의 도약을 위해서 그랬다고 봐요.
제가 그렇게 보는 이유는 이 사람들이 김재철 사장을 떠받들고 있었지만, 녹취록에 보면 ‘더러운 김재철’이란 식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런 걸 보면 이 사람들이 김 사장을 존경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란 거죠. 말하자면 자기 영달을 위해 가리지 않고 그 당시 실질적 인사권을 쥔 정치권에 잘 보이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 안광한 MBC 사장(좌)과 백종문 MBC미래전략본부장(우) <사진제공=뉴시스>
-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사전에 이 녹취록을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방문진에서는 언제 녹취록을 인지했어요?
“제가 이걸 인지한 것은 보도 전날인데 ‘방문진 광고 비리’에 대한 보도가 있을 것이라는 정도였어요. 확실하게 인지한 것은 언론보도가 나온 1월25일이었죠. 그런데 녹취록을 보니까 이건 광고 문제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불법 사건이 벌어진 것이죠.”
“부도덕‧불법 저지른 이들이 핵심멤버로 경영하고 있어”
-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미리 안 것 같던데.
“제가 그날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보고 바로 그 다음 날 고 이사장을 찾아가서 긴급이사회를 열자고 제안했죠. 그러나 고 이사장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어요. 하나는 1년도 넘은 사안이고 증거인멸의 여지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도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사실은 29~30일에 방문진의 임원 워크샵이 잡혀 있었거든요. 근데 임원 워크샵을 취소하더라도 이 문제가 중요하고 긴급을 요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걸 먼저 임시이사회를 열어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는데 거절했죠. 그래서 내일(4일) 이사회를 열게 됐어요. 그 면담 과정에서 방문진 사무처장은 한 달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말을 했고, 아마도 고 이사장도 그때쯤 알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저는 깜짝 놀랐죠.”
- 고 이사장은 “시간을 다툴 정도로 시급한 내용이 아니고 2014년의 일이니 이미 오래됐다”고 했는데.
“그렇게 얘기를 하지만 사실은 거기에 2012년 인사위원회에 연루됐던 사람들 현재 안광한 사장을 비롯해서 부사장 미래전략본부장 그 당시 연루됐던 인사 의원들이 전부 지금 MBC 경영의 핵심 위치에 있잖아요. 그래서 부도덕하고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경영의 핵심멤버로 경영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건 아주 시급한 일이죠.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서 빨리 MBC를 빨리 정상화 시켜야지 이런 상태로 어떤 사원이나 직원들이 이런 상태를 그대로 놔두고 사장을 믿고 따를 수 있겠어요.”
- 그럼 현재 경영진은 어느 수준까지 징계해야 한다고 봐요?
“인사위원회란 것은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그 당시 공유하는 것이거든요. 지금 백종문 본부장의 입에 의해서 당시 2012 인사위원회 사실관계가 밝혀졌지만, 그것은 백 본부장 혼자만의 생각으로 아니란 말이죠. 그런 측면에서 인사위원회 전체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지만 물론 경중은 있겠죠.
진상을 알아봐야 되는 문제지만 인사위원회 자체가 그런 결정을 했다는 것은 가장 큰 책임이 인사위원장에게 있는 것이고 명백히 이것은 불법행위고 또 부당 노동 행위고 법상으로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되는 것이라면 당연히 이것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죠.
이 문제와 관련해서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하거나 하면 그것에 따라 제재를 받아야죠. 저는 그들이 지금 경영행위를 계속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당연히 사퇴를 해야 되는데 안 되면 방문진에서 해임시켜야죠.”
“영화 내부자들 <조국일보> 논설주간 행태와 똑같아”

- 녹취록을 보면 MBC와 극우 인터넷 언론의 추잡한 뒷거래가 나와서 영화 <내부자들>을 보는 것 같다는 사람이 많아요.
  
▲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사진출처=쇼박스>
“저도 이런 얘기가 있어서 며칠 전에 봤어요. 보니까 영화에 나오는 정치, 언론, 자본, 검찰까지 포함해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자들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으로 보이는 문제들이 어떻게 보면 백종문 본부장 녹취록에 그대로 담긴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특히 <내부자들>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언론인데 영화에서 <조국일보>의 이강희 논설주간이 그야말로 펜대 하나를 가지고 대중을 속이고 여론 조작 해서 권력자 밑 닦아 준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는 팁을 받는 문제는 백 본부장이 극우 매체 언론과 결탁해서 하는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군사독재때보다 더해, 자발적 권력비호 언론풍토, 큰 문제”
- MBC가 이 지경까지 온 원인은 뭐라고 보세요?
“첫 번째 문제가 물론 정치권에 언론 장악 방송 장악 기도에 문제가 있다고 봐요. 더 본질적인 문제는 권력에 기생해서 같이 동조하는 일이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는 약간 강압적인 분위기로 인해서 창피하고 싫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주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 가지고 권력을 비호하고 보호해주는 한국사의 잘못된 언론 풍토가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이신가요?
“우선 방문진에서는 이사로서 역할을 다해야겠죠. 문제가 있는 것은 문제를 제기하고 어떻게 해서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방문진 이사들과 협의를 하고 제 생각과 다르면 설득을 해야 하고 또 방문진의 힘만 가지고 안되면 적극적으로 여론화를 시켜서 정치권에서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 지금 MBC에서 또 다른 문제가 노조 집행부에 내려진 업무 복귀명령인데 이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경영진들이 얘기하는 것은 복귀명령 내린 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데 제가 판단하기로는 노동조합에서 타임오프 문제와 관련해서 지금 현재 현실을 알고 있고 충분히 그 해결책을 가지고 있고 그럼 이 문제를 먼저 협의해서 대화로서 충분히 배울 수 있는 문제거든요. 그런데 경영진들의 입장은 무조건 단협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해요. 그러나 지금 무단협이잖아요. 해결하지 말자는 얘기죠. 노조 탄압이라고 봐야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해주세요.
“녹취록을 보면서 ‘MBC가 망가질 데로 망가졌구나’를 느꼈어요. 과거의 MBC가 가지고 있었던 위상과 보존해 왔던 전통, MBC가 추구해왔던 가치, 도덕성, 윤리성, MBC 명예, MBC 내부에서 업무를 하는 시스템 자체가 무너져 버린 것 같아요.
외부인하고 같이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협의하지 않나 그것도 외부에서 그런 것을 잘 아는 전문가 등과 정책적인 협의를 한다면 모르지만, 그것도 아니잖아요. 아주 극우 매제로 알려진 매체 편집장 등과 같이 소송 문제 전략을 논의하고 노조를 죽이기 위해 그것도 본부장만 나선 게 아니고 본부장과 함께 몇몇 부서장이 나와서 같이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거기에서 거래하고 청탁을 받아주잖아요.
그것을 봤을 때 앞서 말씀드렸던 MBC가 가지고 있던 전통과 MBC가 추구해온 가치가 무너져 버렸단 생각이 듭니다. 참담하고 서글프죠. 빨리 개선이 돼야 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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