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장관 "확증없다, 송구" 허위로 드러난 개성공단 폐쇄 명분


16.02.15 16:28l최종 업데이트 16.02.15 23:24l





▲ 홍용표 "와전됐다"... 이해찬 "무능하면 그만둬라"
ⓒ 정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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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전면중단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위한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 남소연

[기사수정: 15일 오후 7시 7분]

개성공단 임금 70%가 북한 공산당 서기실이나 39호실로 들어가 핵무기, 미사일 개발 등에 쓰이고 있다고 말했던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확증은 없다"며 "진의가 잘못 알려져 오해와 논란을 불러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명분 2개 중 하나가 허위로 밝혀진 것이다.

15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한 홍 장관은 회의 시작과 함께 '개성공단 임금 핵·미사일 개발 전용' 발언의 근거 자료를 내놓으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를 받았다. 홍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정보 자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했던 근거자료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외통위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해서라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순서에서 홍 장관은 "(북한 공산당 서기실과 39호실로)돈이 들어간 증거자료로, 액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 걸로 와전됐다. 제 잘못도 있다"며 "증거를 말한 게 아니고 우려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 장관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상황의 엄중성과 국민의 안위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고 경각심 차원에서 여러 말씀을 드렸는데 그 과정에서 진의가 잘못 알려지고 오해와 논란이 있었다"며 "그런 부분 국민과 의원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여당 의원도 사과 촉구 "주무장관 발언으로 부적절"

홍 장관의 해명을 종합하면, 개성공단 노동자에 지급된 임금이 미사일과 핵개발에 전용되고 있는 우려가 있어 이를 강조하기 위해 '근거가 있다'고 했는데 마치 확증이 있는 것처럼 알려졌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임금 전용에 대한 근거자료는 없지만 우려가 높아 그런 얘길 했는데, 그 근거를 캐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다 보니 마치 근거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홍 장관은 "근거자료를 공개하기 힘들다고 한 적은 없고 증거가 아니라 우려를 뒷받침할 만 한 것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라며 "사안의 엄중성을 말씀드리기 위해 한 것이고, 제 진의를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의 미사일·핵개발 전용 의혹은 여전히 있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더민주 의원의 질의에 홍 장관은 "여러 경로를 통해 (개성공단 임금 전용을) 파악을 했기 때문에 드린 말씀"이라고 주장했지만 관련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홍 장관이 수차례에 걸쳐 허언을 한 것으로 나타나자 여당 의원도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명확한 증거 없이 우려만으로 그런 말을 했다면 주무장관으로서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했다"며 "공개사과를 하고 이 문제를 일단락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더민주 의원은 "국가의 안보를 어떻게 저 정도의 국무위원에게 맡기느냐"며 혀를 찼다.

단순 말실수로 보긴 힘들어, 폐쇄 명분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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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전면중단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위한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병세 외교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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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홍 장관의 발언을 단순한 말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개성공단 임금 핵·미사일 개발 전용' 의혹은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내세운 두가지 명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홍 장관은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을 발표하면서 ▲ 국제사회의 제재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당사국인 한국이 이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 개성공단 발전 노력이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됐다는 등 두가지 명분을 내세웠다.

특히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원(5억 6천만불)의 현금이 유입되었고, 작년에만도 1320억원(1억 2천만불)이 유입되었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 190억원의 투자가 이루어졌는데, 그것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직후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개성공단 임금 전용 부분에 대한 질문에 "얼마가 들어갔다고 확인된 부분은 없으나 우려는 있었다"고 답했다.

지난 12일 오전에 홍 장관은 이석준 국무조정실장과 함께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오마이뉴스> 기자가 '개성공단 임금이 핵개발 등에 전용됐다고 하는데 정확한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부는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자료를 공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홍 장관은 "공개할 수 있는 자료였다면 벌써 공개를 했을 것"이라며 "필요한 범위 내에서 검토하고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 말로 'UN 안보리 결의안 위반' 논란이 일었고, 홍 장관은 14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의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서기실이나 39호실로 들어간 돈은 핵이나 미사일에 쓰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결국 자신의 발언으로 'UN 안보리 결의안 위반' 논란이 잇따르자 홍 장관은 "진의가 오해됐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발표에서부터 14일 KBS와 한 인터뷰까지 5일 동안 홍 장관은이 우려에 불과한 '개성공단 임금 핵·미사일 개발 전용'의혹에 신빙성을 부여해 기정사실화하려고 애를 썼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관련 증거는 없는 걸로 밝혀졌고, 결국 정부가 내세운 개성공단 폐쇄 명분 두 개의 기둥 중 하나가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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