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트럼프 기독교인 아냐" 트럼프 "교황 수치스럽다"


16.02.19 07:31l최종 업데이트 16.02.19 07:3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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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의 설전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프란치스코 교황과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난민 장벽을 두고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각) 교황은 멕시코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기자단으로부터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교황은 "다리가 아닌 오로지 장벽을 세울 생각만 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며 "복음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라고 답했다. 대통령이 되면 모든 불법 이민자와 난민을 추방하고 차단하겠다는 트럼프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는 미국으로 몰려드는 멕시코 난민을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우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교황은 "만약 (트럼프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는 기독교인이 아니다(not Christian)"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교황은 가톨릭 신자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위해 투표해도 되느냐고 묻자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는 관여하지 않겠다"라며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라고 답했다.

이날 교황은 미국 접경 지역인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수많은 이민자들이 인신매매, 납치, 노예 생활 등 온갖 부당함으로 가득 찬 삶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시우다드후아레스는 리오그란데 강을 사이에 두고 미국 텍사스 주 엘파소와 다리로 연결된 국경도시다. 이곳은 미국으로 탈출하려는 이민자를 겨냥한 강도, 강간, 인신매매 등 범죄로 악명 높다.

교황은 "이민자들이 더 이상의 죽음도, 더 이상의 착취도 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할 것"이라며 미국으로 탈출하려다가 숨진 중남미 이민자들을 애도하는 뜻으로 커다란 십자가에 헌화했다.

트럼프 "교황, 종교 지도자로서 수치스럽다" 반발

이날 유세 도중 교황의 발언을 전해 들은 트럼프는 곧바로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종교 지도자가 개인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disgraceful)"이라고 교황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어떤 지도자라도, 특히 종교 지도자는 다른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라며 "교황이 국경 개방에 따른 위험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얼마 전에도 교황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이민자들을 위한 미사를 열겠다고 발표하자 "교황은 매우 정치적인 인물"이라며 "멕시코가 교황을 국경 문제에 이용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평소에도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의 불법 이민자를 '강간범'이라고 비난하고,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독설을 쏟아내며 이민자를 향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 왔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강력한 반 이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다른 공화당 대선주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교황과 트럼프의 설전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한 교황이 자본주의를 비판하자 트럼프는 "교황이 나에게 악마적인 자본주의를 가르치려고 한다면, 나는 그에게 이슬람국가(IS)가 교황청을 공격하려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로서 존경받는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설전이 과연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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