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123일간의 '불면의 밤'을 끝내라
이명재 에디터
심판의 날이 밝았다. 대한민국의 시대적 분기점이 될 순간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늘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근본이 뿌리째 흔들리는가, 아니면 더욱 단단해질 것인가를 가르는 역사적 결정이다.
오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짓밟은 세력에게 반드시 물어야 할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 응징으로써 다시는 그같은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폭거와 유린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탄핵은 단순히 망상에 빠진 어느 최고권력자 개인에 대한 심판이 아닌, 낡은 시대와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무엇보다도 이제 123일간의 '불면의 밤'을 끝내야 한다. 오늘 11시 헌법재판소의 결정, 그러나 그것은 헌재재판관 8인의 ‘결정’이라기보다는 이미 분명히 내려진 결정을 따르는 것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국가전복범이며 민주주의 파괴자인 윤석열을 단 하루라도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게 할 수는 없음은 이미 국민들의 총의에 의해 확정돼 있다. 헌법과 국민이 이미 결정한 것, 신탁처럼 주어진 그 주문을 이행하는 게 헌재가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이 주문 외에 다른 결정은 결코 있을 수 없다. 12·3 내란 우두머리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의 확정으로 헌법재판소는 오늘, 헌법과 국민 앞에서 자신의 책무를 증명해야 한다. 그것은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책무다. 6시간 만에 반헌법적 비상계엄령을 막아낸 시민들의 힘은 국회의 기민한 대응과 함께 첫 번째 승리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두 번째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제 헌재는 시민들이 이뤄낸 그 승리를 최종 확정 지으라는 절대명령을 이행해야 한다.
지난 넉 달간 대한민국은 마치 몇 개의 시대, 상반되는 시절을 동시에 사는 듯한 시간을 겪었다. 마치 서로 다른 두 도시의 풍경을 보는 듯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의 첫 문장처럼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고,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으며,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극심한 혼란과 희미한 희망의 불빛이 뒤섞였다.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망과 낡은 독재의 유산의 그림자가 부딪치고 시민의 힘과 권력의 오만이 한 공간에서 충돌했다.
40여 년 전, 거리마다 군홧발 소리에 짓눌렸고, 시민들은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고통받았다. 그러나 2024년의 겨울,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섰던 용감한 사람들이 있었다. 40년 전 무력 앞에 굴하지 않았던 이들의 정신과 용기는 오늘, 촛불과 응원봉을 든 시민들의 함성으로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민주주의는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님을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보여주고 있다. 오늘의 탄핵 선고가 단순한 법적 판단이 아닌 것은 무엇보다 지난 120일간의 그 광장의 열망과 함성이 기다려 온 순간이기 때문이다.
지난 역사가 그랬듯 한국 민주주의는 언제나 벼랑 끝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고 있다. 비상계엄의 밤, 국회의사당 담장을 넘던 의원들,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국회 앞을 지켰던 시민들. 그날 계엄의 밤처럼 대한민국의 역사는 늘 담장 위를 걷듯 위기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그리고 지금, 헌법재판소가 다시 그 선택을 해야 한다. 아니, 다시 말하지만 인용이냐 기각이냐의 선택이 아니다. 선택이 아닌 국민들의 명령을 받드는 것이다. 그 자신의 태생과 존재의 근거인 헌법이 가리키는 대로 가는 것일 뿐, 다른 길은 없다. 오늘 오전 헌재의 대심판정으로 들어가는 헌법재판관들은 헌법을 지키는 것이 곧 헌재 자신을 지키는 길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삶은 더 이상 '계엄의 오랏줄'에 묶여 있을 시간이 없다. 오늘의 결정은 비상계엄 쿠데타에 대한 처벌과 응징이자 지난 3년간의 윤석열 정권하에서 벌어진 온갖 퇴행의 청산의 시작이다. 그 무능 무지 무도와 파행 파탄 파국의 시간을 이제 단호히 끊어내고 다시 앞으로의 길을 열어야 한다. 오늘의 결정이 과거에 대한 심판이자 미래로의 문을 여는 순간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대한민국이 다시 군사독재의 유산 속으로 빠져들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인가. 대한민국 국민들과 함께 세계가 또한 우리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후퇴하는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민국이 다시 희망의 이름, 새로운 전환의 신호가 될 수 있는지를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미래로의 문, 세계로의 문, 헌재가 그 문을 열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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